그 참 이상하다. 아내가 있을 땐 내일, 내일 미루던 일들이 아내가 없으니 당장 행동으로 옮겨진다. 작년에 부쳐 먹던 비닐하우스 정리만 해도 그렇다. 남들은 지난 가을에 모두 정리하고 임시 창고로 활용하다가 벌써 파종을 하기 위한 씨앗들의 새싹 틔우고 있다. 나야 그 정도로 부지런을 떨 만큼 농사꾼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를 부쳐 먹으려면 공간 확보는 했어야 했지만 피일차일 미루어 오던 참이다.

지난 해 비닐하우스에서 농사 지었던 잔해들(고추대, 토마토, 깨....등등)

비닐도 깨끗이 제거하니 비닐하우스가 훤~하다.
아내가 없으니 이 느른 집이 더 휑댕그렁하고 쓸쓸하다. 며칠 만에 벌써 아내가 보고 싶다. 그리고 실없이 전화를 건다.“뭐해!?(쌍둥이 보는 줄 알면서...)”,“애들 보지 뭐하긴...”,“나 서울 올라갈까?”,“왜? 무슨 일 있어!?”,“아니...그냥 심심해서..”,“싱겁긴...”몇 마디 붙여봤지만 싱거운 늙은이로 결론만 지어지고 전화를 내려놓는다. 할망구가 없으면 이래서 영감탱이들이 오래 못 사나????


폐비닐을 하치장에 버리고 꽃샘추위를 배겨낼 화목도 준비하고.... 어제는 정말 일을 많이 했다.
결국 할 일은 없고 시간은 많으니 주섬주섬 작업복을 갈아입고 문전옥답으로 나갔다.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그래, 비닐하우스부터 시작하자. 사실 요즘 날씨 정도면 비닐하우스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구슬땀이 흐른다. 내가 일을 안 해서 그렇지 일단 무엇이든 손에 잡으면 식음 전폐하고 끝장은 본다. 흐르는 땀을 닦아가며 열심히 일을 하는데 울 건너 앞집 이PD(지난달 24일 직장에서 은퇴식도 하고 누구에게나 주는 장기근속 공로패까지 자랑했다.)가 뜬금없이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와 점심으로 청요리(짜장면)를 먹으러 가잔다.

열심히 땀 흘리고 흐른 땀을 씻은 낸 다음 마시는 맥주 한 잔의 맛을 무엇으로 비길까?
나는 열심히 일하는데 와서 말붙이는 게 싫다. 빨리 끝장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아니? 벌써 점심때가...?”,“벌써가 뭡니까. 거의 1시가 다 되갑니다.”가기 싫어서 시간핑계를 댔는데 할 말이 없다“아! 제가 좀 전에 아점을 먹었습니다. 두 분(이PD와이프...)이 다녀오십시오.”잠시 머뭇거리던 이PD가 돌아가고 업무(?)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열심히 한 덕분에 비닐하우스 두 동이 비교적 깨끗해졌다. 그 땀을 흘려가며 물 한모금 안마시고 5시간 족히 했으니 이런 성취감(?) 때문에 농사를 짓나? 하긴 어디 농사뿐이랴? 어떤 일이든 손에 잡았다하면 건성건성 하는 것보다 최선을 다하는 게 옳지 않을까?

무료하기만 한 시간을 때우려 보조 주방에 있던 장식장을 거실 옆 방으로 들여왔다. 또한 다용도실 붙어 있던 세탁기도 따로 분리시켜 공간 확보.

쌍둥이 때문에 이렇게 붙어있던 침대를.....

분리하여 공간 확보.

보조 주방의 식탁도 세로로 놓여 있던 것을 가로로....

거실 옆 방에 있던 대형 김치냉장고 옮기는 게 제일 힘들었다. 저 놈 옮기느라 거실바닥 스크레치가 났는데...마누라 오면 난리 좀 피울 것 같다.

쌍둥이 때문에 이곳으로 쫓겨 났었는데, 어제 완전히 제 모습을 찾았다.
흘린 땀을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맥주 한 깡통으로 달래고 낮잠을 청했으나 잠이 쉬이 오지를 않는다. TV를 켰다 껐다를 반복하다니 그 또한 재미가 없다. 며칠 전 산골일기 혼자 사는 법에도 언급했지만 할망구 없는 할아범들 오래 못사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무료할 수가...사방을 둘러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게 있다. 음~! 그래! 요~5c!(일본말이라고 해서....그런데 일본말은 하면 안 되나? 영어나 중국말이나 로스깨 말은 되고? 아무리 미워도 말까지 못 하게하면....정히 그렇다면 각 대학의 일본어과부터 없애야 하는 거 아닌가?)

마누라가 없을 땐 난 주방부터 간단히 한다. 그리고 정결히 하려고 노력한다.

함께 있으면 그릇이 많이 나오지만,......

가급적 간결하게 그릇 수를 줄인다.


저녁 식탁 메뉴.

둘이만 식사할 때는 부페식으로 한다. 반찬통의 것을 들어내서....내 식성이 원래 육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는 비린 것은 아예 식탁에 못 올리게 한다.어떤 이는 이런 식탁을 보고 토끼띠냐고 묻는다.(점심 때)

설거지 꺼리가 없다. 접시 하나만 닦으면 된다.

특히 이 부분 청소는 2-3일에 한 번 내 담당이다. 마누라는 이런 곳에 청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혹시 며칠 간 비우는 날은 더 열심히 청소한다.
어제는 정말 일을 많이 했다. 오늘 마누라가 저녁에 내려와 일요일 밤에 간단다. 당분간 마누라 없는 홀아비 생활이 너무 무료하여 집안의 가재도구 위치를 홀랑 바꿔 놓다시피했는데....마누라의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 D지게 싸우자고 덤빌지 아니면 수고했다고 칭찬을 해 줄지...
덧붙임,
일부러 홀아비 되고 싶은 사람이야 없겠지만, 홀아비 생활 너무 두려워 말자!
그리고 아내의 주방 일도 좀 도우자! 떡 하니 앉아서 밥상 받지만 말고...
주방일을 돕다보면 아내가 없어도 살 길을 찾을 수 있다.
은퇴하고, 마누라만 시켜먹으니 황혼이혼을 당하는 것이다.
쫓겨나기 전에 마누라에게 점수를 좀 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