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의 소원(?)대로 이달 초부터‘산불감시요원’의 활약을 바라보며 은근짜로 귀띔할 날을(사실 J는 금년 땔감은 다 마련했는지 설전에 벌목을 중단했음. 그가 벌목을 중단하자 나의 고발정신도 약간 주춤했지만, 그래도 다음해에 J의 범행은 계속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오늘 내일 미루고 있던 어느 날. 마을의 구수회의(부녀회장 자격으로...)에 다녀온 마누라가 무슨 희소식을 얻어온 것처럼 희색이 만면하여 외출옷을 벗기도 전에“저기 있잖아! 좋은 소식이 있다”라며 재미있는 얘기가 있단다. 마누라의 얘기를 하기 전.....
‘산골일기: 이웃에 대한 갈등’에 표현했지만, J의 행위를 못마땅하게 여긴 나는 마을 이장님께 그 문제를 마을공론에 부치거나, 마을최고 통치권자로서J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요청했던 것인데, 이장님 역시 존 게 좋다고 차마J에게 말을 꺼내지 못했던 모양이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충분히 납득이 간다. 혼자 거시기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든 나 자신이 그러했듯 어쩌면 이장님도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다.
설날 연휴,그러니까 설 다음날로 기억된다. 낯선 차량이 이웃 문 선생의 마당에 주차되어 있고 J가 벌목을 주로 하는 쪽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누군가 명일을 맞아 성묘를 하러 온 것인가 보다. ‘조상에 대한 예가 극진한 양반들이다...’그리고 그날의 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던 것이다.

저곳을 바라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더 이상 J의 남벌은 없을 것이다.
마을회관에 다녀오며 희색이 만면했던 마누라의 얘기는 이랬다. 이런저런 마을에 대한 현안들을 얘기하다가 마을 이장은J(전임 이장자격으로 또는 현재 마을대동계총무의 자격으로J는 마을회의에 꼭 참석 한단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벌목 얘기를 하더라는 것이다.
아마도(나만 아는 사실이었으니...) 얼마 전 목격했던 문 선생 앞마당에 잠시 주차를 했던, 조상에 대한 예의가 극진했던 양반들의 산소 근처가 그 양반들 소유의 토지였던 것이다. 즉 J가 벌목을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토지를 지나가야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입구에 실한 뽕나무가 몇 그루 심어져 있었는데 누군가가(사실은 J이지만...)드나들며 그 뽕나무를 베어버렸고 심지어 산소 주위의 자연스런 조경이 훼손되고 민둥산이 되었다며 그들이 이장님을 찾아 왔더라는 것이다.

잔설이 쌓인 산소에 성묘하러 온, 조상님께 지극한 예를 다하는 양반의 산소가 어느 것인지는 모르나 J는 정말 착한 분을 만났다. 다시는 그러지 말라는 타이름 하나로 끝이 났으니...
이장을 찾아온 그들은 이장에게 강력하게 항의를 하며 주인 허가도 없이 귀한 뽕나무 없앤 것도 그러하지만 산소 뒤쪽의 산림을 훼손한 것에 대해 길길이 뛰더라는 것이다. 한참을 그런 식으로 불평을 널어놓고 가면서‘기왕 잘린 뽕나무와 산림은 어쩔 수 없어도 또 한 번 그랬다가는 법으로 다스릴 것.’이라며 으름장만 놓고 갔다는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조상에 대한 예만 극진한 게 아니라 이웃에 대한 배려도 극진한 양반들”이라며, 그때서야 그들이 설 다음날 성묘하러 왔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다.
아무튼 마을 분들이 만당(?)한 가운데 J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고, 구실꺼리가 생긴 이장은 침을 튀겨가며 벌목에 대한 성토를 하더라는 것이며, 한참을 듣고 계시던 노인회장님께서도“나무 한 차 사는게 낫지 잘못 걸리면 돈이 문제가 아니라 몸이 고단해지지..”라며 점잖케 일갈하시더라는 것과 옆에 있던 ‘우교’씨까지“그렇지 않고요...”하며 추임새를 넣더라는 것이다.
참고:우교씨는 우리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금년 환갑을 맞은 ..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이다.
이런 사정이 있음에도 나무를 사다 난방을 한다. 그의 집앞을 지나가면 정말 가지런히 쌓인 장작이 예술이다.
덧붙임,
나: 아주 신이 났네. 신이 났어! 자기가 왜 이렇게 좋아..??
마누라: 내가 뭐랬어! 금년만 두고 보자고 했지?
나: 금년이고 뭐고 간에 민둥산 되고 난 다음에 무슨 소용이야..
마누라: 그래도 이웃끼리 고발 어쩌고는 좀 그랬어.
나: 그러니까 못 하고 망설였지.
마누라: 손 안대고 코 풀었지?
나: 아이고! 앓느니 죽지....아! 그건 됐고. 쌍둥이 일찍 재울 수 있어?
마누라: 꿈을 깨시오! 조것들 11시 까진 안 자!
나: 알았어! 머 존 거라고 잠도 안자가며 기다릴까... 잘 자!(각 방 앞으로..)
마누라: 소원성취 했으니 금년 만사형통 하것 같은데...(방으로 가는 내 뒤꼭지에...)
나: 소원은 개뿔! 당장 쌍둥이도 안 자는데........ -.-;;;;
J가 무단으로 벌목을 하는 것을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일고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그랬던 모양이다. 차마 마을사람끼리 고발이니 고소니 할 수 없었던...다만 누구나 불의를 알고 있지만 감연히 일어서지 못했던 것이다. 갑자기 전두환 대통령의 명언이 생각났다.“왜? 나만 가지고 그래~!!??”그렇게 자위를 했다. “나만 불의를 참은 게 아니구먼~!” 그러나 다음부턴 불의를 보고 참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