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해! 아무도 내려오지 말라고...”
“나야 괜찮지만 자기가 섭섭할 텐데...”
“나 섭섭한 건 그만 두고 아무튼 전화하라고..”
설 전날 아내와 나눈 대화다. 몇 번의 내 독촉이 있었고, 내가 섭섭해 할 거라며 핑계를 댔지만 나 보다 더 진한 섭섭함을 안은 채 아내는 마지못해 아이들에게 전화를 한다. ‘보고 싶으면 우리가 올라 갈 테니 교통지옥에 일부러 뛰어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가 시킨 대로 하며.
이곳에 이주하고 정식으로 맞는 첫 설이다. 아이들이 벌써부터 걱정을 했었다. 내려가야 하는데 어떡해야 하느냐고. 왜 보고 싶지 않겠는가. 더구나 민족이 이날을 기리기(?)위해 대이동한다는데. 그러나 생각해 보면 시대의 변천과 함께 설이든 추석이든 많이 변하고 퇴색(?)하지 않았던가?
내 말이,,,,민족이 대이동한다는 설. 추석이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은 이동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난날 보릿고개를 안고 살아야할 만큼 굶주린 시절, 설과 추석이라는 명일을 이름삼아 하루라도 푸짐하게 먹고 즐기자는 의미가 강했던 명절이다. 평소 먹을 수 없는 육류며 생선 즉 단백질을 공급받는 날이었던 것이다. 가족의 품을 한 번 떠나면 다시 만나기 힘들었던 그런 시절, 명절이라는 이름을 빌려 모두 모여서 서로 간의 안위를 확인하던 때의 얘기다. 12열차에 짐짝처럼 구겨져 때로는 털털거리며 가다가 고장 나면 길거리에서 고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던 고물버스로 십 수 시간씩 몸살을 앓으며 다니던 길이었다. 소식 한 번 들으려면 편지로 전보로 따져 물었던 그 때 그 시절.
그런데 인간들이 시류나 조류에는 민감하며 아직도 그 때 그 시절과 같은 전근대적이고 쾌쾌 묵은 고루한 생각에 젖어있는지? 사람마다 하다못해 삼척동자도 손 전화를 소유하고, 셋방을 살아도 자동차는 필수품이고, 이밥과 고깃국 한 그릇이 평생소원이 아니라 꾸역꾸역 밀어 넣다 남아돌면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 차지가 될 정도로, 냉장고에 언제 넣었는지 모르고 그냥 버리는 고기와 생선. 먹고 싶고, 보고 싶고,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데.....
*자식 7명 있는 91세 男, 단칸방서 혼자 살다가 설날 아침 숨진 채 발견
*귀경길 휴게소에서 쉬던 일가족, 다시 차 타려다가 '참변'
*'고향길' 다투다 아들 찔러 숨지게 한 50대 체포
*'잔소리' 하는 아내 살해 후…아들에게 "신고해라"
*명절 문제로 시아버지가 며느리 살해, 말다툼 중 흉기로 찔러…
*차례 지내러 왔다가 노래연습장서 친형 살해 혐의로 60대 긴급체포
*설날 양육권 다투다 앙심...일가족 5명 살해하고 자살
*꾸짖는 아버지 살해 유기 30대 자수
*치매 시어머니 살해한 며느리 검거
*설 연후 이혼율 24% 증가“더는 못참아”설 직후 이혼 급증, 씁쓸한 명절 후유증.
이상은 엊그제 지난 설 명절의 사건사고를 검색해 보았다. 기사화 됐거나 보도된 것 만일 것이다. 특히 맨 끝의“설 연후 이혼율 24% 증가“더는 못참아”설 직후 이혼 급증, 씁쓸한 명절 후유증”은 소위 명절증후군이라 하여 오래 전부터 문제시 되고 거론 되었던 참으로 씁쓸한 뉴스다.
왜 이래야 하는가? 민족이 대이동을 해가며 이런 사건사고를 만들어 내야 하는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민족이고 명절이다. 죽이고, 죽고, 찢어지고...왜 이래야 하나? 평소에 잘하면, 평소에 전화 한 통이라도 더 드리면, 명절이 아니라도 평소에 아이들 데리고 갔었더라면....굳이 명절을 핑계하다가 저 모양 저 꼬라지가 되지 않던가?
자꾸 긴 얘기하면 조디만 아플 테고,,,,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 때 잘하고 평소에 잘하자!!! 하도 답답하고 안타까워 해 보는 소리다.
덧붙임,
그렇게 오지말라고 했는데...
그예 아들과 며느리는 새벽을 달려 내려 왔다. 쓸데 없는 짓을....쯧....
딸 사위들은 저녁에 내려 오겠다는 것을 '절대' 오지 말라며 소리 질렀다.
며칠 있다 내가 간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