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이 있은 다음날(이PD네 vs 이 반장) 나는 화목을 열심히 자르고 뻐개고 하는데 이PD부부가 다가온다. 그러나 마음이 즐겁지 않았다. 이PD와이프는 오자마자“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 그렇지만 오 사장님한테는 지금도 섭섭해요!”란다. “아~! 그러세요? 잊어버리십시오.”라는 짧은 대답을 하고 내 일만 열심히 하자 그들은 머쓱했는지 곧 돌아갔다. 솔직히"어제는 정말 죄송했어요!"까지만 했더라도 마음 약한 내가 숙였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광경을 아내는 거실의 창을 통해 지켜보았던 모양이다. “왜? 데리고 올라와서 차라도 한 잔 대접하지 않고?”, “내가 놀고 있었어? 화목 자르고.. 그리고 마음이 즐거워야 데리고 오든지 말든지 하지...”, “그래도 너무 지나치게 그러진 마요!”따는...아내의 말이 옳은 말이다. 그 다음날 제천 某횟집으로 달려가 광어 큰 놈으로 한 마리 산오징어 두 마리 회를 쳐서 이PD네로 가져갔다.(앞으로는 그렇게 할 참이다. 이PD의 술버릇은 너무 길어지는 게 싫다. 웬만큼 취하거나 배가 부르면 일어나면 좋으련만...나야 그런 경우 아우~! 취합니다. 배부릅니다. 하고 발딱 일어나면 그만이다. 그날은 실제 그렇게 했다. 그러나 내가 회를 쳐서 이PD네 집으로 갔던 목적은 딴 데 있었다. 이 반장과 화해를 붙이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날 역시 부부는 이 반장 성토(?)에 열을 올렸기에 그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런 일이 있은 얼마 후 이 반장 형님에게“형님! 이PD와 화해하쇼! 한 마을 살면서 아옹다옹 할꺼요”,“이~이!(요거 이 반장 형님 특유의 어법이다.)내가 뭐가 아쉬워 그런 인간들이랑 화해 해!?”,“아따! 형님도...낫 살 이나 더 먹었으면 나이 값을 해야지.. 내 며칠 있다가 막걸리 두어 통 사놓고 형님 부르리다!”,“이~잉! 그러지 마러~! 난 안 해!”,“또~또 알라들처럼 군다”라며 반농반진 일방적 통보를 했지만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은 이PD가 자신의 가구를 이곳으로 싣고 오기 전의 얘기다. 그날 가구를 못 내려 쩔쩔매는 것을 고스란히 창밖을 통해 내려다보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절대 세상 혼자서는 못 산다.”는 결론. 더욱이 이PD는 때가 안 좋았다. 그동안이야 보고 싶지 않으면 서울 자신의 집에서 안 내려 오면 됐지만 이제 집도 팔리고 이곳에서 완전 정착을 해야 한다면 마을사람들과 소원해져서는 더욱 안 될 것이다.
사실은 어제도 그제도 이PD네는 점심식사라도 하자며 전화가 왔다. 그러나 쌍둥이를 핑계하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이PD가 우리에게 식사대접 한 것은 무슨 현금이 있어가 아니라 방송국에서 발급해 주는 무슨 카드가 있었던 모양이다.(언제가 계산을 하면서 퇴직하면 이 카드도 사용 못하게 되는데...하며 걱정 하는 것을 아내가 보았다는 것이다)그러나 식사고 뭐고 간에 이 반장과의 화해가 있은 다음 할 것이다. 가급적 설날 전에 해야 겠지만 서둘진 않을 것이다. 서로 간 미워하는 마음이 좀 빠져 나간 다음이 좋지 않을까?
이PD와이프는 연예인 출신 치고는 정말 알뜰한 사람 같다. 그리고 절대 낭비 하는 걸 보지 못했다. 좋은 습관이고 배워야할 장점이다. 때론 그 게 좀 심한 것 같아 문제이긴 하다. 외식을 한다며 청요리(짜장면)만 먹을 수 없고, 나는 청요리완 정말 상극이다. 그것만 먹고 나면 설사와 복통이 난다. 두 부부가 외식을 하면 아무리 산골이라도 5-6만원 반주 좀 곁들이면 돈10만원은 간단하다. 돈 6만원 때문에 이웃과 척을 지면서...이 부분은 정말 이PD와이프 답지 않은 낭비다. 그 동안은 회사카드가 있었겠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13년 간 매년 마을에 내는 협조금 5만원을 한 번도 내지 않았다는 사실. 마을의 모든 행사에 단 돈 한 푼 소주 한 상자 사오지 않았다는 사실. 13년 간 살았다며 터줏대감 반열에 오르기만 원했지 마을을 위해 정말 아무 일도 아무것도....그래서 마을 주민들로부터“지까짓 게 13년 살앗다고 큰 소리 치면 뭘 해! 한 게 뭐가 있어야지?”라며 손가락질 당하는...“아이! 들으면 어쩌려고?, 아이! 들리면 어때? 들으라고 하는데...”아줌마들의 수군거림 있었다는 마누라의 전언. 그리고 그날 14년차의 이PD네가 마을에 처음으로 5만원을 납부했다는 사실.
그러나 어쨌든 나(우리)로선 이 반장도 이PD네도 함께 살ㅇ아가야 할 이웃인 것이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두 사람을 꼭 화해시켜야 내 맘이 편할 것 같다. 속으로야 어찌되든 내 이웃이니까. 그러나 이젠 정말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이웃으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원칙(?)을 지킬 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PD네가 그토록 화를 냈던 것은 어쩌면 자격지심의 발로가 아닐까?
덧붙임,
괴발새발 중언부언 했지만, 귀농이나 귀촌 하실 분들에게 약간의 참고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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