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참 오묘하기도 또 혼란스럽기도 하다. 소제(小題)‘진주 가다.’해 놓으니 얼핏, 임진왜란 당시 왜장 로구스케를 껴안고 남강으로 투신한 논개가 있었던 충렬의 고장 경남진주를 간 것인 줄 알겠지만 그게 아니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집에서 기르는 암컷진돗개의 이름이‘진주’이고 그 진주에 대한 썰이다.

천방지축 하는 진주의 어릴 적 귀여운 모습( 이 사진은 사돈 어른의 블로그에서 조용히 훔쳐 옴)
이 아이(진주)가 원래 작년 2월경 사돈께서 어렵사리 구해 주신 놈이었는데, 처녀귀신으로 만들기가 거시기 하여 거의 성견이 될 무렵 연하의 수컷(진돌)을 한 마리 구하여 짝을 지어 주었다. 아무튼 두 놈을 합사 시킨 뒤 둘은 사이가 좋은 듯 하다가도 가끔씩 지지고 볶고 물어뜯어가며 싸움도 했지만, 연상의 진주가 나이 어린 서방 진돌이를 잘 키워나가며 함께 서울 집을 굳건히 지켜주다가 내가 이곳으로 내려오며 허전할 것 같아 함께 귀촌을 했던 것이다.

왼쪽이 연하남'진돌' 그리고 이미 성견이 된 신부'진주'

조숙한'진주' 였지만 먹는 것 앞에선 나이 어린'진돌'이만도 못했다. 사진 상으론 부부 사이가 아니라 모자 사이 같다.
그런데 이곳으로 내려 온지 얼마지 않아 진주의 몸에 이상 징후가 있는 것이었다. 처음엔 성견이 되어가는 과정인 줄 알았지만 배가 점점 불러오는 것이 수상하여 사돈께 여쭈어 보았더니 임신이란다. 진주는 어릴 적부터 영특하고 예쁘게 생겨 조선블로그에 그 이름을 날렸는데 그 때 이미 진주의 자태에 미혹된 독자 분들이 후손을 탐내어 입도선매(?)가 된 상태였던 것이다.

다시 한 번 더 보아도 어릴 때의 진주는 글자 그대로 진주처럼 영롱하고 아름 다웠다.
아무튼 일정의 기간을 거치고 진주는 예쁘고 귀여운 새끼 3마리를 출산했고 애지중지 잘 키워 왔는데, 이미 입도선매한 새끼들을 지난 4월 하순에 이곳을 방문하신 지인께 한꺼번에 분양을 해드렸다. 처음엔 두 마리만 드리기로 했던 것이 이 먼 곳까지 오셔서 세 마리를 달라고 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어 얼떨결에 모조리 분양을 하고나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나만 허전한 게 아니라 졸지에 애지중지 젖 먹여 키우든 새끼가 모두 없어진 진주는 그 후로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고 눈가가 촉촉한 듯 하고 영 기운이 없다. 그 모습을 본 마누라는 아무리 그렇기로 3마리를 한꺼번에 없앴다고 투덜거리기도 심지어 날 보고 잔인한 사람이란다.

너무도 게걸스러워'진돌'이와 잠시 별거를 시켰다. 이런 과정 속에 둘의 정분이 깊어 임신을 했는가 보다.
며칠을 그렇게 보내는 진주의 모습이 안타깝고 또 딴에는 미안한 감이 들어 묶여있는 목줄을 풀어주었다. 이를테면 비록 개장 안이지만 자유(?)를 주었던 것이다. 묶여 있던 목줄에서 해방되자 진주는 확실히 활기를 찾는 듯 했다. 그런데 그만 활기가 지나쳤음인지 자유가 넘쳐 방종에 가까웠는지 개장 안에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넘어오는지 개장을 넘어 온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심지어 아랫동네 사시는 어떤 이는 진주가 자신들의 집까지 다녀 갔다며 불만아닌 불만까지 터트린다. 개를 왜 끌러 놓고 기르냐며....

'진주;'와 강제 별거령이 떨어져 외로운'진돌'이. 이 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서울 집이다.
참, 진주에게는 어릴 적부터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식탐이다. 너무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것이다. 진돌이와 합사를 시켰을 때도 제 것을 다 먹고 어린 진돌이의 밥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다가 얻어터지기도 참 많이 얻어 터졌는데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그 이유로 나중엔 따로 따로 분가를 시켰을까.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비록 새끼들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생기발랄 했던'진주' 4월29일자 사진이다.
암튼 이곳에 내려온 뒤로도 진주의 식탐은 변하지 않았다.(진돌이는 아무리 사료를 많이 주어도 제 먹을 것만 먹고 남기는데 진주는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점은 임신과는 무관했다.)언제나 충분히 먹을 것을 주지만 진돌이는 남아돌고 진주는 그렇게 먹고도 배고파했다.

진주와 새끼들이 없어지고 진돌이가 몹시 외로움을 타고 있는 듯 하다. 이 놈도 요즘 식사를 제대로 않는다. 굶어 님 따라 갈 참인지....눈 빛이 자꾸 슬퍼 보인다.
그랬던 진주가 지난달 말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는 것이었다. 처음엔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불러도 멍청하게 쳐다보기만 하고 꼬리 흔들 힘도 없어 보인다. 그날은 마침 마누라, 아들, 며느리, 사위, 딸 그리고 사랑하는 손녀 등 온 가족이 모두 이곳에 내려와 있었는데 하나같이 진주의 그런 모습에 안쓰러워하며 걱정이 태산이다.
도저히 더 이상은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억수 같은 빗속을 뚫고 둘째 사위와 아들놈이 제천 시내(밤 아홉시 경)병원으로 달렸다. 진단 결과 약물 중독이라는 것이다. 요즘 농촌엔 냄새가 고소한 무슨 비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주워 먹은 들 고양이의 주검이 심심찮게 보인다는 것이다. 진주도 아마 그런 것을 게걸스럽게 주워 먹은 것은 아닐까?
진주의 주치의는 가망이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용태를 살핀 뒤 가능성이 보이면 수술을 하자며 하루를 입원 시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홉시 경 진주의 주치의로부터 전화가 왔다. ‘진주가 갔다’고.....어릴 적부터 한 가족으로 지내 왔는데.... 그렇게 진주가 갔다.
덧붙임,
진주야! 너 너무 게걸스럽게 먹는다고 후라이 팬이로 대갈빡 가끔씩 때린 거 미안하다.
암튼 극락왕생 하고 다음 생은 인간으로 태어나는 건 어떻겠니?
그리고 좀 덜 먹어라.
아! 그리고 개 보험은 없나?
하루 저녁 입원 시키고 링거 놓았다고 근20만원 돈을 지불해야 했고,
다음 날 진주 장례비로 12만원을 다시 지불 해야만 했다.
보험 설계사들 개 보험도 하나 쯤 개발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