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제일 먼저 접촉한 사람은‘이 반장’이었다. 나 보다는 여섯 살 더 먹은 관계로 형님이라고 호칭을 하고 있지만, 산골일기의 초장에 보면 그와의 첫 대면은 한 바탕의 싸움이었다. 애들이 싸우면서 큰다지만 어른이라고 다를 게 없다. 쌍방 간에 주고받은 그 한바탕의 고함소리가 우리 둘 사이를 돈독하게 했던 것이다. 또 작년 봄 농사철에 의뢰한 영농방법과 자금관계를 두고 그를 해고 했다는 썰을 푼 적도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업무(농사)에 관한 것이고, 비록 해고는 했지만‘이 반장’과의 인간 적 관계는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하고.(사람들은 누군가와 다투면 영영 안 볼 듯 하는 것도 문제다. 화해라는 수단이 있음에도...)
그 다음 인연이 된 사람이 바로 이PD네였다. 이PD는 나와 비교해서 어마어마한 거구에다 술을 좋아하고 사람이 호방해 보였다. 몇 차례인가 술잔을 나누어 보았는데 말이 길어지고 술판을 자꾸 키우려는 습관이 있어서 그렇지 술이 대취해도 깐족이거나 주사를 부리지 않는 게 마음에 들었다. 또 평소에 나누는 대화에 말이 통했다. 뿐 아니라 이런저런 취미 그리고 농담 따먹기 등등 정서가 많이 비슷해서 쉽게 어울렸고, 가끔씩 하는 외식에 초대를 하면 단 한 번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반드시 반대급부로 우리 부부를 초대하거나 하다못해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이곤 했다. 그리고 술이 얼마큼 취하면 예의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데, 그의 자랑은 이곳에 13년 전에 왔다는 것과 이 정도면 거의 터줏대감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또 하나는 마을 가가호호 집안 사정에 너무 정통하여 그런 정보(?)를 내게 거침없이 알려 주었던 것이다.(솔직히 어떤 것은 참고가 되었고 어떤 것은 듣고 그냥 흘려버렸다. 그래야 하고...)
아직은 某방송국에 근무(금년 2월 말이 정년이라 아주 이곳으로 이주를 한단다. 이 썰 1부의 맨 첫머리에 그의 화물차에 장롱이 실린 것도, 그는 한꺼번에 돈을 들여 이사를 하는 게 아니고 가구를 하나하나 자신의 화물차에 적당량만 나르고 있는 중이다.)하기에 그도 나처럼 농사일을 직접 하지 못하고 언제나 옆집‘이 반장’의 손을 빌려(직장 때문에 일주일에 사나흘은 서울에서 또 사나흘은 이곳에서 보내기에 어쩔 수 없는...)텃밭을 일궈나갔던 것인데 재작년부터인가‘이 반장’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짓게 되면서 그동안 이 반장에게 부당한 영농자금을 지불했다는 결론을 얻었는지 그와는 소원해 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얘기의 핀트를 약간 돌려야겠다. 혹시라도 이 썰을 읽으며 귀농이나 귀촌을 도모하시는 분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이웃 간에 떠도는 풍문에 절대 부화뇌동 하지 말라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누구 얘기든 지나치게 귀담아 듣지도 다시 그 얘기를 옮기지도 말라는 것이다. 물론 도시생활이라고 다르지 않겠지만, 구조상 산골마을은 몇 가구 안 되기 때문에, 그런 일에 자칫 말려들었다가는 쉽게 척이지고 앙앙불락 하고 마는 것이다.
작년 봄인가 그랬다. 농협단위조합에서 싸게 공급하는 유기거름(정확하지 않다)대금 6만원인가를 두고‘이 반장’과 이PD네가 다투는 것을 보았다. 당시 그 거름을 이 반장이 통합적으로 구매하여 몇몇 이웃에게 분배를 해 준 적이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고. 어쨌든 그렇게 나누언 준 거름 값 6만원을 이 반장은 받지 않았다고 이PD네는 주었다고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두 사람은 등을 돌리고 말았다.(나중 안 일이지만 이 반장이 포기를 했단다.) 그 사실을 이PD는 나에게 고자질(?)을 했고 나는 들은 척도 안 했지만 두 이웃이 서로 앙앙불락하는 모양이 내겐 오히려 불편하여 언젠가 막걸리 두어 병을 사서 이 반장 형님의 손목을 콱 움켜지고 이PD네 상수리나무 밑에서 화해를 시켰던 것이다. 그 화해가 있은 후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역시 겉보기로 둘 사이는 예전과 같은 이웃으로 돌아갔었다. 솔직히 내 입장으로는 다 같은 이웃인데 누가 옳고 그르고를 판단하기 쉽지 않고 또 누구 편을 들 수도 없었기에 둘 사이에 끼어들어 중재를 자처 했던 것이다.(이런 것도 어쩌면 산골생활의 지혜이다.)
한 여름의 이곳은 정말 시원한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여름 막걸리 한 병으로 이 반장과 이PD를 화해 시켰는데....요즘 또 쌍방이 앙앙불락 하고 있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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