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재로 네덜란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 아베를 만난다는 점에 많은 국민들이 찜찜해 하고 못 마땅한 게 사실이었다. 일본의 역사 인식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화해하는 모습은 자칫 일본 측 입장에 정당성을 주고 우리는 아무 소득도 없이 그들의 기존 주장을 강화시키는 꼴이 될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박대통령은 난처한 입장에 빠질 것이라 점쳐지기도 했다. 과연 우리 대통령이 이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까가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이는 우리 같은 범부들의 기우에 불과했다.
회담장에서 보자마자 아베 수상이 “박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라고 한국말로 제 깐에는 성심껏 인사말을 건넸지만, 박대통령은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화면과 기사 사진을 보면, 대통령의 굳은 얼굴표정에서 국내 각료들에게 ‘일 똑바로 하라’고 쏘아대던 그 무서운 레이저를 아베에게 마구 쏘아댔다.
“위안부 보상과 독도문제 등 일본의 역사인식이 바꾸지 않는 한, 너와는 상대 안 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아베에게 전달하며 특유의 차가운 카리스마로 그를 초반부터 주눅 들게 하였다. 아베 따위가 기백과 신념, 강단, 공력, 위기돌파력 등으로 단련된 우리 대통령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부모양친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는 극한상황을 어린 나이에 이겨내고 홀로 한국 정계를 지배한 후, 가부장적 전통사회에서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등극한 기적을 만든 초인(超人)이 아닌가. 그러니 초장부터 아베는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아마도 생각이 짧고 지혜가 없는 지도자라면, 최강대국의 중재자 오바마의 체면도 있고 또 ‘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 없다’는 얕은 개인생각에 흔쾌히 화해하는 모습을 연출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표정 하나, 말 하나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을 항상 놓치지 않는 박대통령은 냉랭하고 결연한 표정으로 시종 일관함으로서 요즘 우리국민의 대일본 정서를 그대로 대변했다.
아베로 하여금 무안당하는 수치심을 느끼게 한 박대통령의 지도자로서의 결연한 태도에 국민들은 간만에 왜놈에게 대리 보복감을 만끽하며 쾌재를 불렀다. 아마 한일 양국역사에서 일본수상이 한국대통령에게 쩔쩔매며 무안 무시당하기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 가히 역사적인 사건이라 생각하니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이는 마치 70년대 프로권투가 한창 성행하던 당시 동양 미들급 챔피언이자 일본의 영웅 와지마고이찌를 적지인 동경에서 한국의 유제두 선수가 통쾌하게 6회 KO 승을 거두던 그 순간이 오버랩 된다. 일제시대 침탈로 대일본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그때 울분을 씻어내며 얼마나 감격해 했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귀국 개선한 유제두 선수의 카퍼레이드를 지켜보며 온 국민들이 열광했고 박정희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특별 초청하여 기쁨을 나눴다. 40 여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외교전에서 아베 수상에게 시원한 KO 펀치를 날리는 통쾌한 장면을 다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중재하려면 양측 입장이 충분히 정리된 연후에나 해야지 섣부른 짓은 사양 한다”는 메시지를 미국 오바마에게도 던짐으로서 그를 머쓱하게 하고 얼굴에 똥칠을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회담 말미에 화해의 표시로 3자 함께 악수하며 웃는 모습을 연출해달라는 각국기자들의 요청을 거부한 박대통령을 보면서 아베는 “깨갱!”거리는 모습이었고 오바마는 “한국 대통령이 참 무섭네”하는 표정이었다. 아베는 물론, 오바마도 임자를 제대로 만나 쩔쩔매는 모습에서 모처럼 우리 대통령의 힘과 나라의 자부심을 느끼는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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