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마침내 거들고 나섰다. 기초공천 폐지 결정은 당원에게 물어봐야 할 문제라고 지도부의 무공천 방침에 반기를 들은 것이다. 저 자가 나타나면 정치권은 최고 6개월 동안 재수 없고 심지어 은퇴하라는 지식인까지 등장하는 판에, 문재인이 가만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죽게 생겼다고 판단을 한 거 같다. 친노가 엉거주춤 하다가 전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친노 세력 규합과 무공천 때려 업기 일환의 이중 포석으로 보인다. 미래 대권 경쟁 주자 안철수와 김한길이 합세하여 설치는 게 자신을 흑싸리 쭉정이로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얼마나 괴롭고 속이 쓰릴까.
딴에는 새정치 지도부를 향해 한 판 붙자고 선전포고한 것은 오는 26일 야권의 통합신당 창당대회가 완료되고 공식 출범하면 그때부터 무공천 싸움을 본격화 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렸다. 덩달아서 친노 졸개들이 제 세상 만난 듯 또 활개를 치고 설칠 것이 자명해 졌고 새정치는 관심 없는 이들이 화투판을 어떻게 끌고 갈지 아주 궁금해 진 것이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무공천 철회에 모든 걸 걸어야 할 입장이다. 현재 통합 신당이 쥔 패는 최악의 흑싸리 쭉정이로 채워진 쪽박 패다. 화투판에서 기선제압은 우선 패가 좋아야 하듯 쪽박 패로 상대를 제압하려면 꼼수나 사기 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건 그들이 너무 잘 안다.
안철수 효과를 슬쩍 기대하여 끌어들이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간 잽이 안철수가 사전에 무공천 캐치프레이즈로 차단막을 처 놓았기에 지금까지 참고 견뎠지만, 문제는 향후 전개될 난타전이다. 김한길-안철수는 통합신당이 마치 신혼첫날밤이라도 되듯 콧노래를 부르지만 지도부에서 비껴나 있는 다수 식솔들은 기초공천폐지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몰살하게 생겼는데, 두 인간은 배짱이가 노래 부르듯 한가하게 노닐고 있는 게 곱게 보일 리가 없다.‘새정치 가훈’은 두 인간이 알아서 하고 우리는 우리 식으로 판을 뒤 업겠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친노의 실력행사가 어떻게 펼쳐질지 뒷골이 뻐근해 진다.
그런데, 참 묘하다.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를 깬다는 말이 있는데 신당 합당의 명분이 여권과 달리 지난 대선 때 공약대로 기초공천을 폐기하는 것이었는데 바로 이 게 발목을 잡고 신당의 갈 길을 딱 움켜쥐고 있으니 말이다. 지도부는 연일 박 대통령과 여권에 향해 기초공천폐지 이행을 약속하라고 징징 짜면서 울고 다니고, 비대칭 한 쪽 세력들은 여권과 같이 기초공천을 실시하면 될 것 아니냐고 닦달을 하고 있으니 이런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 한다. 다시 말해 여권에게 공천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명분 축적용이요, 훗날 그러면 우리도 무공천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다. 그 한 마디 하기 위해 부쩍 여권에 대해 공격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 중진 의원과 친노 세력들의 이 같은 무공천 철회 발언은 판을 뒤집어 업는 전조현상으로 점차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두 공동대표가 겉으로 태연한 측 하지만 무공천 철회를 주장하는 야권 중진들의 말대로 새정치도 선거에서 이겨야지 대패한 후 새정치는 불가하다는 주장에 자꾸 무게가 실려 곤혹스럽다. 사실 구 민주당은 최초에 정부 여권에 대해 공약 이행을 하라고 윽박지르며 공세를 취하다 김한길 대표가 한 때, 그렇다면 우리 민주당도 무공천을 철회 공천을 하겠다고 돌아섰다가 안철수를 껴안기 위해 또 무공천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현실론에 부딪쳐 스스로 호미걸이에 걸려든 것이다.
통합신당의 지도부가 계속해서 무 공천을 주장할 경우 친노 세력들의 대응이 문제다. 경우에 따라서는 축출할 개연성도 있고 나아가 분열까지 예단하는 평론가들이 있다. 기초의원, 단체장들이 전멸할 것인 뻔한데 무슨 짓을 못하랴, 억하심정으로 판을 깨고 전열을 재정비 하지 않을까 개연성이 아주 커 보인다. 현대판 속담으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머리가 나빠도 저렇게 아둔할 줄 누가 알았을까. 지지율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지 패는 안 풀리고, 판을 뒤 업는 방법 외에 길이 안 보인다.
원래 안철수 입장에선 기초의원, 단체장에 내 밀 후보가 없었기에 줄기차게 무공천의 주장할 수밖에 없는 터여서 민주당을 끌어안고 논개처럼 너 죽고 나 죽자 전법으로 야합을 한 것이다. 그래서 안철수는 야권의 누가 뭐래도 들은 척도 않고 무공천이요! 하고 목에 힘을 주겠지만 문제는 김한길이다. 무공천으로 지방선거를 치렀을 때 닥치는 후폭풍의 우려가 있더라도 무공천을 밀고나가야 하고 친노 세력들과 새정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통합신당의 약발도 떨어지고 지지율이 도로 그대로라 미쳤다고 야합 한다고 이 짓을 했냐고 지금쯤 후회막심이지만 달리 뾰족한 묘수가 없다. 쪽박의 설움은 지금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