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홍길동이었다. 서울역에서 봤는가 하면 종로3가에, 어떤 날은 충무로에서 봤는가 하면 고속터미널 행 지하철에서. 인산인해로 콩나물시루 같았던 지하철을 누비며 큰 소리로‘예수를 믿어라!’고 악을 쓰는 그 모습에 경건함이란 지렁이 오줌만큼도 없이 불쾌감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잘못은 없다. 종교관이 남달라서 그렇지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어라 는데, 나쁠 게 뭔가? 오히려 그 용기. 신념. 근면함을 나무랄 데가 없고,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다만 그의 몰염치함에 화가 나고 싫은 것이다. 그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이 사람 저사람 부딪혀가며 때론 양치질도 하지 않았는지 귓불 뒤로 구취까지 풍겨가며 나름의 신념을 설파하는 무 개념에 토하고 싶은 것이다.
며칠 전 어떤 이가 이곳에서 ‘안철수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는가?’라며 사자후를 토해내는 걸 보았다. 내용은 보지 않고 제목만 보았어도 그 이가 주장하는 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게.... 생각해 보니 안철수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잘못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콕 꼬집어서 잘못한 건 없는 것 같다. 안철수가 뱉어내는 말이야 다 바른 말 아닌가? 정치를 바꿔야 한다. 새정치를 해야 한다.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솔직히 얘기해서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 보면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어 라는 말이 나쁠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우리는 왜, 어째서 만인을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주체하기도 힘든 큰 깃발을 들고 잠정적 죄인들을 회개시키려는 그를 경멸했던가. 역시 새 정치를 하겠다는데, 구태의연한 기성정치를 타파하고 정치를 확 바꾸겠다는데 왜, 어째서 안철수가 미운 것일까?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전도든 새 정치든 타이밍이 관건인 것 같다. 냉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끈적이는 여름철 단내(구취)를 푹푹 풍기며 좁은 지하철 안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 불쾌함이 구원을 얻는 것보다 더 싫었던 것이다. 만약 안철수가 잃어버린10년 그때 나타났으면 어땠을까? 오늘날 새정치를 외치지만 안철수가 주장하고 절규할 만큼 새정치가 필요한 때인가? 긁어 부스럼이라고 하지 않던가?
길거리 전도사도 그렇고 안철수도 그렇고 결코 나쁜 말이나 얘기를 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을 믿는 자에겐 복음이고 희망이겠으나 믿지 않는 자의 생각은“GR염병하고 자빠졌네!” 라며 경멸하는 것 아닐까? 안철수가 때를 잘못 만난 것이거나 때를 잘못 이용하는 거 같아서 해 보는 소리다.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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