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에서 밀림의 포효 동물들이 방뇨(放尿)를 하며 영역 표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찔끔 갈겨놓는 것 같지만 딴에는 회심의 공격행위인 것이다. 그나마 오줌발이 약해져 영역 표식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면 그 동물은 그 세계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전락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찾아 구걸하는 처절한 신세가 된다. 영역표식에 실패한 안철수도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나선 것으로 보아 심적 갈등이 얼마나 심할까 유추가 된다.
안철수의 정치가 어느 듯 900여일이 지났다. 지난 대선 때는 정치 입문 몇 개월 만에 대선 주자 행세를 하면 나름 신바람 정치를 하는 듯 하여 국민적 관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단일화 쇼에 함몰되면서 신기루 같은 거품은 하루아침에 증발하며 비실 비실 앓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금년 지방 선거를 계기로 제2의 정치를 펼치기 위해 새정치위원회를 구축하여 새로운 영역표시로 새정치위원회 마을을 꾸민 것이다. 다만, 지난 대선 때는‘국민’팔이 로 지금은‘새정치’로 패러다임이 살짝 바뀐 것뿐이다.
지난 해 12월부터 유행가 가사처럼 서울-대전-부산을 콕 찍고 종회무진 지방 설명회에서 새정추 존재감을 홍보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마치 다단계 판매업자와 같이 일꾼 끌어 모으느라 피눈물 나는 노력도 했다. 하지만 의도대로 안철수 상품에 식상한 구매자들이 쉽게 들끓지 않자, 급기야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기상천외의 짝짓기를 구상하기에 이른다. 제 3지대에서 새 살림을 차리겠다고 발표를 한 것인데 3지대란 표현부터가 웃긴다. 자기네들 서 있던 곳이 얼마나 더러웠으면 3지대라고 했을까.
한마디로 안철수의 새정추 영역표시는 3개월 여 동안 전국 순회를 해 봤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줌발이 나와야 영역표시도 제대로 되는 법 전립선 비대증 환자의 그것과 같이 영역표시가 안 되니 최후 수단으로 이런 자신의 약점을 감춘 채 민주당에 기웃거릴 수밖에 없는 처참한 단계에 오고 만 것이다. 오죽하면 안(安) 지지자들도 '쓸모도 없는 그것을 떼서 개에게 줘버려’하고 격한 반응을 했겠나. 그 약점을 모를 리 없는 민주당만 대박 났다고 쾌재를 부르고 꽤 난리다.
문제는 안철수 지지자들이다.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굴욕의 담판으로 민주당에 투항한 안철수를 더 이상 지지를 해야 할지 귀로에 섰다.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가 단일화를 포기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선언을 하자 안(安) 캠프의 소통자문위원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캠프의 소통자문단장 조용경씨는 안철수의 변절을 도저히 묵과 할 수 없어 뛰쳐나왔다고 하며, 문재인 지원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좋은 예다. 이후 안철수 멘토들이 모두 그의 곁은 떠날 때 사실상 안철수의 정치 실험은 걷어 드려야 했었다는 평이 난무했다. 줏대도 없고 정치신념도 없는 위인이란 걸 알 사람은 모두 알았다는 뜻이다.
안철수의 세력들은 투항이 아니라 합쳐 신당을 만드는 것이라 궤변을 늘어놓지만 누가 보더라도 변태 본능의 재발로 볼 수밖에 없다. 지난 해 8월부터 안철수는 윤여준을 십고초려 끝에 모셔왔다고 한 것도 눈속임이요, 창당 계획에 대해서는 “선거용 정당을 만들 생각은 없다. 처음에 제대로 만들어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 수 있다”고 ‘100년 정당론’을 내세워 의지를 보였고, 1월23일에는 목포를 방문해 지방정부의 비전과 7대 대국민약속을 발표까지 한 안철수는 무슨 변명을 해도 짝짓기 변태에 대해 빗겨 나갈 수 없다.
우리 정치의 짝짓기 전례를 보더라도 어느 후보가 짝짓기를 이용해 상대 세력에 붙게 되면 그 표가 짝짓기 한 쪽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기 십상이다. 그것을 간과한 문재인은 안철수에게 양보를 얻어내고 그 표만 자기에만 쏠리면 대권은 떼놓은 단상이라고 큰 소리 쳤든 것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안철수지지 세력들 다수가 포기 내지 상대당 후보에게 반발을 한 것이 뼈아픈 패인이었다는 것을 잘 알 텐데 말이다.
이번 지방 선거도 산술적 계산으로 안(安) 지지층들을 잡을 수 있다는 양측의 계산이 깔린 것으로 착시효과에 빠진 듯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친노 세력 등살에 안철수가 며칠을 버틸 것인가 하는 게 오히려 정치권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지율 10% 안팍의 짝패 민주당은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게, 지방 선거를 망쳐도 안철수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핑계를 미리 확보하게 된 셈이어서 이래저래 싱글벙글이다. 믿져야 본전, 꽃놀이 패를 움켜쥐었으니 얼마나 기고만장할까.
안철수의 행보를 보고 있자면, 판단력이 둔하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의 각주구검(刻舟求劍)의 고사성어가 딱 들어맞는다. 우리 정치사를 보더라도 단 기간 내에 이렇게 정치 술수로 승부를 거는 각설이 같은 자는 처음본다. 이게 모두 젊은 지지층들의 빗나간 정치가각과 언론들의 무문별한 띄우기 결과로 나타난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보나마나 안철수는 지방 선거에 참패를 하면 또 외국으로 튈 것이다. 졸졸 따라 다니는 지지자들만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