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그 영광 만큼이나 명언록으로도 대제국다운 흔적을 역사에 남겼다. 그 중에서도 줄리어스 시저의 명언은 시공을 넘어 아직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강을 건넜다” 등 그 유명한 말들은 뭔가 결단을 표현할 때 오늘날에도 많이 인용되고 있다. 2013대선후보로 출마의지를 내비췄던 안철수는 당시 대선 출사표를 던지며 "건너온 다리는 불살랐다"는 말로 대선 완주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 이면에는 기존정치판에 대한 식상함에 정치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국민에게 안철수라는 신선한 이미지가 어필되어 여론의 호감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 그런 자신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초년병 안철수는 집권 여당을 두 번이나 했던 민주당의 노회한 정치술책을 너무 쉽게 판단했다. “썩어도 준치"였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선거는 통치권을 창출하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통치권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이 정치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 수단의 중심에는 지지 계층의 여론형성이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 잡는다. 선거에서 지지 계층의 여론형성 토대구축은 조직력에서 나온다. 즉 기존 조직력을 앞세운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철수가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 나온 순간부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실제로 단일화 협상은 시간을 끌면서 '단일화 피로감' 때문에 국민은 식상했다. 하지만 시간은 조직과 정치술로 무장된 민주당편이었다.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안철수는 어느날 궁색한 말 한 마디만 남기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한계성을 통감했을지도 모른다. 냉정한 정치판에서는 승자의 이름만 기억된다. 안철수는 '간만 보다가 국물도 맛보지 못한 간철수‘라는 꼬리표가 붙여진 채 국민으로부터 냉소 받는 신세로 전락되고 말았다. 정치의 단맛 때문일까? 아니면 절치부심했을까? 안철수가 돌아왔다. 오는 6.4지방선거에서 실체도 없는 새정치 슬로건과 함께 '새정치' 간판을 달고 다시 정치판을 노크한 것이다.
어설픈 성장은 퇴색을 품에 안기 마련인가? 야바위 정치꾼 흉내까지 내고 있다. 안철수는 '새정치연합'의 간판을 달기 무섭게 민주당과 당 창당을 통한 합당을 선언해 버렸다. 창당 준비단을 5대5로 구성, 신당 이름으로 6월 4일 지방선거에 임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에서는 새정치 구현이라는 가면을 쓰고, 뒤에서는 구태정치로 모사(謀事)를 꾀하며 국민을 우롱한 셈이다. 평소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을 더 비판해왔던 안철수였다. 최근까지도 광주에서 민주당을 향해 "지역주의에 안주하고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이라고 비판했었다. 합당 선언 이틀 전에도 광주를 찾아 "광주의 뜨거운 열기로 낡은 정치를 날려달라"고 했었다.
합당선언 직전까지도 “정당이라면 선거에서 독자적으로 이겨야 한다. 연대해야 이긴다는 것은 패배주의적 발상이다”라며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 없이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안철수였다. 사실 안철수는 평소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구태라고 비판하며 정치권의 혁신과 새정치를 주문하면서 이름값을 올린 정치인이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했던 국민과 지지자들은 공감대를 형성했고, 새정치에 거는 기대감 때문에 안철수 주가의 상승세도 이어졌다. 하지만 몸값이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본색을 들어냈다.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새정치라는 작전주로 주가를 올려 놓고 시세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꼴이 아닌가?
안철수의 선택, 민주당의 속성상 토사구팽 당할 가능성이 크다. 종북정당 민주당과 손잡고 대권의 꿈을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미쳐서 살고, 깨어나서 죽었다'는 돈키호테 처럼 그는 환상을 쫓고 있다. 무엇보다 이념성도 빙탄불상용이다. 정치 새내기는 대표적 기득권세력이며 낡은 정치의 표본인 민주당의 실체를 순진하게 판단하고 있다. 이미지는 '새정치'이었을지언정 그들과 손잡는 순간 퇴색되어 버렸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안철수, 대권의 꿈도 루비콘강을 건넌 듯 싶다. 민주당의 감탄고토(甘呑苦吐)에 마치 촛불 둘레에서 날개치다 타 죽은 파리 신세가 되어 대권 꿈도 같이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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