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역사’가 없는 것을 아는가?
2026년 3월 30일 자 오마이뉴스에는 제주4.3사건 기사가 실렸다. 기사 내용은 대략 이런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4.3 발언을 조선일보 사설이 비판했는데, 조선일보의 주장이 2003년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이하 제주4.3정부보고서)’의 내용과 차이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오마이뉴스 기자뿐만 아니라 제주4.3사건을 모르는 사람들이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다.
이런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정독하지 않았다는 것이 함정이다. 그리고 일부는 제주4.3정부보고서가 역사적 사실을 규정하지도 않았고, 또 규정할 수도 없음을 알면서도 오마이뉴스 기자 같은 주장을 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이념적 이분법에 매몰된 좌익 분자라고 보면 틀림없다. 예전에는 진보당류의 극좌주의자들이 이런 주장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민주당에서도 이런 주장을 한다. 대한민국의 좌경화 진도가 많이 나갔다는 증거다.

제주4.3정부보고서의 풀 네임은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만든 부서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라는 곳이다. 줄여서 4.3중앙위원회다. 제주4.3중앙위원회의 위원장은 고건 총리였다. 고건 총리는 4.3정부보고서의 서문에서 4.3정부보고서의 제작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이 진상조사 보고서는 ‘제주4.3특별법’의 목적에 따라 사건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 회복에 중점을 두어 작성되었으며, 4.3사건 전체에 대한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후세 사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4.3정부보고서는 제주4.3사건에 대한 성격 규명이나 역사적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마이뉴스 기자는 무엇을 보고 조선일보를 탓한 것일까. 조선일보는 "4·3 사건과 여순 사건 모두 남로당의 반란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오마이 기자는 이 문구를 트집 잡아 정부보고서와 다르다고 핀잔을 주었다.
이 장면은 오마이뉴스라는 언론사의 기본적 DNA를 보여주고 있다. 4.3정부보고서는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는 참조용이자 위정자들의 정책용 보고서다. 4.3정부보고서의 내용에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와 다른 주장은 내놓지도 못하고, 국민 모두가 정부보고서의 내용대로 따라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파쇼적이고 비민주적인, 억압과 공포의 지침서다. 책 한 권 내놓고서 모든 언론은 이 책에 굴종하라는, 모든 국민은 이 책 앞에서 침묵하라는 태도는 김일성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못했다.
언제부터인지 민주당은 공산당을 닮아가고 있다. 하는 짓도 김일성을 닮아가고 있다. 5.18폭동을 입에 올렸다가는 감옥에 보내고, 제주4.3을 폭동이라 했다가는 감옥에 가는 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것이 민주당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정당의 착실한 애완견이 되어, 이런 정당의 주장과 다른 소리를 하면 앞에 나와서 짖어댄다. 언론사인가, 정권의 스피커인가.
제주4.3정부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제주4.3사건은 폭동이자 반란인 것이 역사적 규범이었다. 그러나 4.3정부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민중항쟁이니 통일운동이니 하는 택도 없는 주장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역사에 대한 왜곡이다. 4.3희생자 유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하여 보고서를 만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이 책 앞에 굴복하지 않으면 감옥에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야말로 대국민 사기극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데, 가장 앞장서서 정권을 비판해야 할 자들이 바로 언론이다. 그런데 언론이 정권을 비판하기는커녕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으니, 그 어느 나라 언론인지 국적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제주4.3사건을 말하면서 4.3정부보고서를 앞세워 역사 운운하는 자가 있다면 아주 무식하거나 아주 사기꾼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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