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신학과 과정철학
과정철학(過程哲學, process philosophy)은 전통적인 서구 철학이 불변하는 실체 중심이었던 것에 반해, 변화나 관계 자체를 실재의 본질로 보는 특징을 갖는다. 존재(Being)보다 생성(Becoming)에 집중한다. 사물은 고정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사건(Event)으로 발생하고 사라지는 과정 중에 있다.
또 모든 존재는 고립된 개체가 아니고 다른 존재들과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자신을 형성한다. 이런 배경에서 과정신학(過程神學, process theology)이 나오게 된다. 이 과정신학은 신(神)의 고정 불변성이나 절대적 주권을 부정한다. 하나님을 세상과 함께 변하며 고통받는 동반자적 신으로 묘사한다.
하나님은 변하지 않는 원초적 성격과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결과적 성격이 동시에 있는 분이라고 주장한다. 또 하나님은 전능하지 않아서 단지 세상을 설득(persuasion)할 뿐이라고 한다. 화이트헤드(Alfred Whitehead, 1861-1947)는 영국 출신이지만 63세에 미국의 하버드대 교수로 초빙받는다. 그는 부친이 성공회 신부이며 형도 주교인 성공회 집안 사람이지만, 정작 본인은 신부나 목사는 아니었다. 그는 집안 환경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유신론보다 우주 원리로서의 신을 생각하게 된다.
세계의 질서와 가치를 부여하는 원리가 신(神)이라는 얘기다. 그의 내세관은 개인의 인격적 영혼이 천국에 가는 게 아니고, 우리가 행한 가치 있는 일들이 하나님의 기억 속에 영원히 보존되는 것이 영생이라고 본다. 죄로부터의 대속 구원이 아니고 우주 질서에 참여하고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구원이라는 논리다. 그는 그리스도의 형벌적 대속을 부인하고 십자가 사건도 세상과 함께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상징이라고 한다. 이는 헤겔을 닮은 내세관이다. 인격적 영혼이 구원받고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흡수된다는 이상한 구원관이다.
헤겔, 니체 모두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한다. 존 캅(John Cobb, 1925-2024)도 화이트헤드의 사상을 종교다원주의로 끌어올린 사람이다. 세상과 함께 하나님 자신도 완성되어 간다고 하는가 하면, 사후에 개인이 영혼으로 천국에 가는 구원이 아닌 '객관적 불멸성', 즉 헤겔·화이트헤드식 내세관을 주장한다. 하나님을 세상에 종속되어 변화하는 존재로 여기는 게 이런 과정신학 부류이지만, 하나님은 "어제나 오늘이나 동일하시며"(히 13:8) 알파와 오메가이시고 영원무궁토록 자존하시는 절대자이시다.
이들은 십자가의 형벌적 대속 구원을 믿지 않으며, 그리스도를 유일한 구원자가 아닌 '창조적 변혁의 모델' 정도로 여기고 불교 등 타 종교와 대화를 주장하며 기독교가 변해야 한다고 본다. 역사는 고정된 것이 아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변화하고 진보한다고 보는데, 이는 헤겔적 역사관이다.
그리스도를 구원자가 아닌 '창조적 변혁 원리에 완벽하게 순응한 인간'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정통 복음주의와 아주 다르다. 십자가 대속 구원을 믿지 않으며 인본주의적 신론으로 내세의 천국 소망을 끊어버리고 있다. 존 캅은 아버지가 일본으로 간 선교사였기 때문에 일본 고베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일본의 선불교 같은 것을 보아왔기에 혼합주의적 다원론에 기울지 않았나 싶다. 이 과정신학이나 과정철학적 시도들은 하나님을 전능하지 않다고 보며, 예수는 대속 구원자가 아니고 내세는 인격적 부활이 아닌 기억에만 남는다는 식이다. 하나님을 죽은 자를 기억만 하시는 분으로 치부하는 못된 사조이다. 내세는 구원받은 영혼이 인격으로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천국 생활이다. 이 영생 구원의 복음을 인간의 말로 희석시키고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을 무력화시키는 오류들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형벌 대속을 거부하는 인본적 사조의 일종이기 때문에 과정신학이니 철학이니 하는 것에 속지 않아야 하겠다. 성경과 그리스도가 우리 인생의 최종 소망이고 안식처이며 구원의 복음이다.
"천하 사람 중에 구원을 받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라"(행 4:12) 하셨다.
2026.2.18.안티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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