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는 스타벅스가 없다
1. 커피 왕국 스타벅스.
현재 대한민국의 국력은 세계 6~7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제력으로만 따지면 세계 10위권, 군사력으로만 따지면 세계 5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보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정상권에 가장 근접한 것이 있다. 스타벅스 매장 숫자로 따지면 대한민국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랭크되어 있다. 코딱지만한 나라가 거대한 대륙과 인구를 가진 미국, 중국 다음이라니, 언빌리버블!
스타벅스는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조그만 커피 도매업체였다. 공동 창업자인 제리 볼드윈, 제브 시글, 고든 보커는 대학에서 처음 만나 사이였다. 이들은 가게 이름을 지으면서 사업 파트너가 “st”로 시작하는 이름이 강렬하다는 제안에 따라 st로 시작하는 이름을 찾다가 ‘스타벅’을 떠올렸다. 스타벅은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의 이름이었다.
얼마 후 스타벅스에 마케팅을 담당하는 하워드 슐츠가 입사했다. 하워드 슐츠는 새로운 에스프레소 커피 사업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사하여 에스프레소 카페를 창업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스타벅스가 매물로 나오자 하워드 슐츠는 스타벅스를 인수했다. 이때 스타벅스 매장은 3곳이었다. 2024년 기준 현재 스타벅스의 전 세계 매장은 4만 개를 넘는다. 한국에는 2,009개가 있다.
예전에 이탈리아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없었다. 그런데 커피에 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가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첫 커피전문점이 들어선 것이 1645년이었는데 스타벅스 1호점이 밀라노에 들어선 것은 2018년, 엊그제였다. 현재 이탈리아 스타벅스 매장은 30여 개 미만이다. 이는 세계 순위로 따지자면 6.25를 겪었던 1950년대 대한민국 경제 순위와 비슷한 상황이다.
2. 커피의 종류
세계 여러 나라의 커피 맛만큼이나 커피 이름도 다양하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롱고,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등 추출 방식과 혼합 방식에 따라 이름이 각각 따로 붙기에 열거하기도 힘들다. 가장 기본적인 커피가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는 볶은 원두를 갈아서 커피 액을 추출한 것으로, 커피 원액으로 보면 된다. 에스프레소는 양이 적기 때문에 조그만 잔에 마시는데, 그래서 아주 쓰다.
에스프레소는 쓰기 때문에 물을 더 넣어 연하게 만들어 마셨는데,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아메리카노에 얼음을 넣으면 아이스 아메리카노, 줄여서 아아, 바로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된다.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지만,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길게 내려 물이 많이 내려가게 되면 롱고가 된다. 일반인이 보기엔 비슷한 것 같은데, 전문가에 의하면 약간 맛이 다르다고 한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는 일종의 밀크커피로 비슷한 것인데, 다르다면 카푸치노에는 풍성한 거품이 얹어지는 것에 비해, 카페라떼에는 거품이 약한 대신에 커피 맨 위에 형성된 크레마 위에 하얀 우유로 하트나 나뭇잎을 그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카페라떼와 카푸치노가 헷갈린다면 거품을 ‘푸’짐하게 얹어주는 것이 카‘푸’치노라는 것을 떠 올리면 쉽게 구분이 된다.
카페라떼에 쵸코 시럽을 넣고 위에 휘핑크림을 올리는 카페모카가 있고, 달달한 것을 좋아한다면 카라멜 마끼아또가 있다. 여름에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부어서 먹는 커피는 아포가토이고, 커피 가루를 물에 담가 장시간 우려내어 마시는 것은 콜드브루이다. 카페에 가면 커피 메뉴는 10~15가지가량 되는데, 여기에 또 원산지 국적 별로 따져버리면 커피 메뉴는 저 하늘의 별처럼 많아진다.
3. 커피의 탄생
커피의 고향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다. 에티오피아 남서부 ‘카파’라는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커피 열매를 뭉쳐서 먹었다는데 여기에서 커피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일설에는 9세기경 염소를 키우는 목동 ‘칼디’가 가끔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흥분 상태에 빠진 것을 발견했는데, 커피의 발견이었다. 이 당시는 볶아서 우려내는 것이 아니라, 열매와 잎 등을 끓여서 각성제로 복용하는 일종의 ‘물약’ 형태로 복용하는 것이었다.
에티오피아의 동쪽에는 홍해가 있고, 홍해 입구에는 예멘의 도시 알모카가 있었다. 16세기 전후 무역이 왕성한 도시였는데,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나갈 때 알모카는 중간 기착지였다. 이때 에티오피아 흑인들이 알모카에 커피를 가지고 들어왔다. 초창기 알모카에서도 커피는 몸살에도 먹는 물약이었고, 차차 볶아서 마시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이슬람의 발흥을 따라 커피는 알모카에서 이슬람 세계로 퍼져 나갔다. 알모카는 지금의 모카이고, 모카커피 이름은 이 도시에서 따왔다.
커피의 최초 용도는 잠을 쫓는 각성제 역할이었다. 커피의 이런 역할을 주목했던 사람들은 이슬람의 소수파 수피교도들이었다. 수피교는 길고 둥근 치마를 입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춤 수피댄스를 추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춤을 추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신을 만나야 했다. 그 중간 매개자가 커피였다. 커피는 잠을 쫓고 신을 만나는 도구였고, 커피는 차차 이슬람 사원에서 새벽 기도를 할 때 잠을 쫓아주는 거룩한 음료가 되었다. 그리고 1511년 아라비아 반도의 메카에서 세계 최초의 커피점이 탄생했다.
커피의 전설 중 가장 유명한 전설이 있다. 이슬람의 무하마드가 고행 중 병에 걸렸는데 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와 커피 열매를 주고 갔는데, 커피를 복용한 무하마드는 원기를 회복하고 40명의 기사를 구했다는 전설이다. 이슬람교에서 술은 사탄의 음료인 반면에 커피는 천사의 음료이다. 예수는 마지막 만찬에서 포도주를 내 피라 하였다. 기독교가 포도주의 세계라면 이슬람은 커피의 세계였다.
16세기 중반에 커피를 좋아하던 예멘 주지사가 오스만 제국의 수도인 이스탄불로 커피를 가져왔다. 이스탄불의 술탄 궁전에 커피가 유행했고, 이는 곧 궁전 밖의 대중들에게도 퍼져 나갔다. 노상의 카페 테라스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고급 문화의 카페가 최초로 탄생한 곳은 오스만제국의 이스탄불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