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종교 이야기 (5) - 딸네미
나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웠다. 이제는 다 커서 아들은 서울에서 직장에, 딸은 결혼해서 고향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다. 결혼해서 그런지 딸네미에게는 전화가 자주 오는데 아들놈에게는 전화가 영 오지 않는다. 그런데 애들이 대학 다닐 때는 정반대였다. 딸네미는 가물에 콩 나듯 전화를 걸어오는 데, 아들에게서는 걸핏하면 전화가 걸려 왔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거는 이유는 오로지 단 하나였다. 그 용건이란 것이, 용돈이 떨어졌는데 용돈 좀 보내줄 수 있느냐 이거 하나였다. 용돈은 엄마가 둘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있었는데, 아들은 항상 조기 소진하고는 아버지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 요구 금액이 항상 소액이라서 우습기도 했다. 소액을 요구해도 아빠가 십만 원 정도는 보내준다는 걸 알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딸네미는 공주에서 대학을 다녔다. 어느 날 전화가 자주 오지 않는 딸네미에게서 공주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런데 딸네미는 용돈하고는 차원이 다른 아주 황당한 것을 요구했다.
“아빠, 나 지금 결혼해도 돼?”
“엥, 겨겨겨 결혼??”
“응, 나 지금 결혼하고 싶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누군데?”
“응, 교회 오빠야”
그때까지 우리 집과 교회는 큰 연관이 없었다. 딸네미가 교회 다니는 고모와 친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고, 엄마는 천주교 신자였기에, 딸네미가 교회에 나가는 것은 뜬금없었다. 게다가 교회 오빠와 결혼시켜달라니 더더욱 뜬금없었다. 딸네미는 대학 시절에 몸이 약했고 소심한 성격이라 아마도 교회는 딸네미에게 어떤 위안을 주었거나, 어떤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것 같다.
나중에 딸네미에게 교회를 다니게 된 이유를 물어본즉슨,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나가는데 학교 정문에서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열심히 교회 전단지를 돌리고 있더란다. 도대체 교회가 어떤 곳이길래 저런 열정들을 가지고 있는 건지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더란다. 그래서 절실했던 것은 아닌 데, 그냥 구경삼아 교회에 갔다가 독실한 신자로 진화했다고 한다.
종교는 절박한 사람들의 피난처이자 지친 사람들의 안식처다. 그중 기독교는 가장 절박한 사람들에게서 태어난 종교다. 초기 신도들이 로마의 사자 우리에 던져지던 종교에서 세계 최대의 종교가 되기까지에는 가장 절박했던 두 사람이 있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려 숨이 끊어졌을 때 아들을 지켜보던 마리아는 이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그 절박함에서‘부활’이 태어났다. 기독교는 부활에서 태어난 종교이자 부활을 목격한 마리아의 종교였다. 부활과 마리아가 없었다면 기독교는 태어나지 못했다.
또 한 사람은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였다. 콘스탄티누스가 312년 밀비움 전투에 나설 때였다. 이 전투는 로마제국의 공동 황제끼리의 전투였다, 패자는 역적이 되고 승자는 단독 황제로 집권하게 될 것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승리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를 올렸다. 그날 밤 꿈에 콘스탄티누스는 하늘에서 빛나는 십자가와 "이 표식과 함께 너는 승리하리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승리를 향한 절박함은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신에게 의지해야 하는 무거움이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한 콘스탄티누스는 로마 유일의 황제로 등극했고, 그는 즉시 기독교를 공인하고 몰수한 교회의 재산을 돌려주고 보상할 것을 명시했다. 그 유명한 ‘밀라노 칙령’이 그것이다. 황제는 또 니케아 공의회를 소집하여 ‘니케아 신경’을 제정한다. 밀라노 칙령과 니케아 신경은 기독교사의 가장 웅장한 봉우리다. 콘스탄티누스가 ‘대제’로 불리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다. 그러던 딸네미는 졸업하고 고향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런 덕분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네미는 부모와 함께 기게하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가끔 결혼 이야기로 아빠의 옆구리를 찔렀다.
“아빠, 결혼해도 돼?”
“딸네미야, 니를 키우면서 고생도 많이 하고 돈도 많이 들어갔는데, 이제 취직이 됐으니까 아빠에게 용돈도 주고 하다가 시집가야 되는 거 아냐”
“에이, 시집가서도 용돈 보내줄게”
“아빠, 이제는 결혼해도 될까?”
“에이, 오빠도 있는데 차례대로 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집 근처에는 교회가 있었다. 거실에서는 지척에 있는 교회 첨탑의 십자가가 잘 보였다. 딸네미에게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주일마다 교회에 나갔고, 집과 워낙 가까운지라 가끔 새벽 기도를 나갈 정도였다. 어느 봄날 일요일이었던 것 같다. 교회에 갔던 딸네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아빠, 오늘 점심에 국수 나왔어”
“엥, 구.. 국수”
아빠가 무쟈게 국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딸네미였다.
“아빠, 국수 먹으러 와, 멸치국수인데 정말 맛있다”
“헉, 저 정말이야? 진짜 맛있어?”
(계속)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