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르크가 활약한 100년 전쟁은 인류사에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 되고 있다. 영국의 장궁병을 중심으로 한 보병에 무력하게 기사계급이 쓰러지며 전통적 봉건제도가 몰락하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전쟁이 주로 프랑스 영토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프랑스는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며, 흑사병과 농민 반란까지 겹치는 등 엄청난 혼란과 휴우증을 남겼다.
일본에서도 100년 전쟁이 있었다. 다만 일본 열도라는 한정 된 섬에서 수십 수백개로 갈라진 지방 정권끼리 서로 물고 뜯고 싸웠다. 즉 무로마치 막부가 무너지고 오닌의 난이 겹치면서 펼쳐진 100년간의 전국시대는 수백개의 나라가 물고 뜯었던 내란이자 전쟁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라는 국가 간의 전쟁은 적으로부터 내 백성은 보호하며 치룬 전쟁이지만 일본의 전국시대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는 물고 뜯는 전쟁으로서 내전의 성격도 가진 전쟁이었다. 전쟁 보다 혹독한 것이 내전이다. 따라서 일본의 전국시대의 혹독함은 더욱 심할 수 밖에 없었다. 중국에서 홍쉬취안에 의해 벌어진 15년 남짓의 태평천국의 난에서 3000만이 죽어 나갔다. 즉 내전이 전쟁보다 혹독하며 더 많은 백성이 죽어 나갔다. 당나라때 벌어진 8년간의 안녹산의 난은 최소 1300만명이 죽어 나갔다.
이러한 혹독한 내전이 일본 열도에서 100년간 벌어진 것이 전국시대이다.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 대망은 인간의 심리묘사 및 배신과 암살을 통해 인간의 악을 설명한다. 그에 반하여 뻥의 족속 짱깨의 삼국지는 지나가는 개도 웃을 명분, 의리를 통해 소설을 전개한다. 그래서 나이들어 삼국지는 재미가 없다. 차라리 장풍 쏘는 무협지가 재밌다.
전국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마무리 된다. 삼국지 최후의 승자가 사마의가 되었듯이 대망의 최후 승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되었다. 사마의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출중함이나 카리스마는 갖추지 못했지만 때를 기다리는 인내심으로 때로는 야비하게 때로는 슬기롭게 난세를 헤쳐 최후의 승자가 되었다. 사마의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전쟁을 이긴 자”가 아니라 “전쟁의 시대를 끝낸 자”이다. 화려한 이력은 없지만 끊임없이 참고 견디며 시대를 거머 쥐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로마치 막부가 무너지고 전국시대가 일어나 죽고 죽인 이유를 끊임없이 찾았던것 같다. 도대체 무로마치 막부는 왜 무너졌을까? 어떻하면 무로마치 막부처럼 무너지지 않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을 것이다.
무로마치 시대 막부의 힘과 권위 보다 지방정권 즉 번주와 다이묘의 힘이 강했다. 힘의 공백이나 또는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언제든 반기를 들었다. 따라서 막부가 강력한 힘을 구축하고 지방권력을 약화 시키고 반란을 일으키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았으나 200여개가 넘는 번을 막부 홀로 막아낼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쿠가와 막부는 오다 노부나가와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권력 기반이 된 오사카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권력의 안정화를 시작했다. 그 대안으로 관동지방 개척에 나섰다. 에도(지금의 동경)를 본거지로 삼아 관동개척에 나선 도쿠가와 막부는 습지가 많고 어촌이었던 변방의 군사 요충지였던 에도 개척에 막대한 노력을 집중했다. 기존 권력의 땅을 버리고 에도라는 백지의 공간에서 일본을 다시 설계한 것이다.
1603년 막부를 에도로 옮긴 후 토요토미 히데요시 아들의 반란까지 진압하며 권력의 거점을 에도로 확정 지었다. 이로인하여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기존 귀족 세력과 상인 네트워크를 무력화 시켰고 종교 권력 까지 새롭게 재편하며 명실상부한 열도의 패자로 등극했다.
일본 동경 경제권은 한 때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인구 3700만명이 밀집하여 살았다. 일본의 번영기 동경은 세계 최대의 메트로 폴리스로서 경제력, 도시 GDP, 물리적 규모, 인구, 생활권역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며 일본 경제를 상징했다. 지금은 경제력을 뉴욕에 빼앗겨 2위로 주저 앉았지만 경제력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세계 1위 메트로폴리스이다. 이러한 기반을 만들어 준 것은 도쿠카와 막부의 관동개척이 기반이 되었다.
에도를 권력의 기반으로 삼은 도쿠가와 막부는 지방권력을 약화시키는 두가지 기발한 발상을 해낸다. 참근교대(参勤交代, 산킨코타이)와 천하보청(天下普請)이다.
참근교대는 모든 번주(다이묘)는 1년은 에도에서 머물고 1년은 영지로 내려가 다스리게 했으며 번주의 부인과 후계자는 무조건 에도에 머물게 했다. 즉 번주의 부인과 아들은 인질이 되어 반란의 싹이 보이면 그 즉시 가문을 멸문 시킬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다. 또한 격년으로 에도와 영지를 오가며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무장, 가신, 하인, 말, 물자 동반하게 됨으로서 막대한 돈을 길거리에 뿌리게 하며 시간과 재정을 약화 시켰다. 에도를 오르 내리는 행차의 규모와 화려함은 번주의 위상을 대변하고 있어 경쟁적으로 에도 행차길에 돈이 뿌렸다.
일본 문화의 상징 중의 하나가 료칸(旅館, 여관) 문화이다. 일본의 여관은 전통 숙박에서 오모테나시(마음챙김) 환대와 온천, 가이세키(일본식 코스 요리)를 결합해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경험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참근교대를 위해 에도로 올라가는 번주가 위세를 뽐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상술이 료칸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참근교대를 통해 도쿠가와 막부는 상주하는 다이묘를 항상 감시하며 각 번의 재정상태, 가문내 분쟁, 병력규모 등을 속속들이 파악하여 이상한 낌새라도 있으면 인질을 통해 최고의 가성비로 지방권력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충성을 요구하지 않아도 알아서 기게 만들고 배신을 불가능하게 만든 시스템을 구축 한 것이다.
천하보청(天下普請)은 관동개발 사업과 권력의 본거지인 에도 개발에 있어 모든 토목공사를 지방권력의 돈으로 수행하게 하는 제도였다. 이는 관동지방과 에도의 인프라 구축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에도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번주가 막대한 돈을 쏟아 붓게 하여 지방 번주의 재정을 약화 시키는 것이었다. 인질까지 잡히고 상시 감시체제 하에서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끊임없는 소모성 지출을 하게 함으로서 지방권력의 재정은 끊임없이 소진 되었다. 번의 경제력을 약화 됨으로서 군대를 육성할 수 있는 돈줄을 차단시키기 위함이었다.
석공과 토목기술자는 막부가 관리하며 다이묘는 돈만 충당해야 했다. 충성도가 높은 다이묘의 지출은 줄여 주고 힘있는 다이묘일수록 더 큰 공사를 배정함으로서 반란의 싹을 잘랐다. 에도성과 간토 평야, 5대 가도의 건설, 하천정비, 배수로 건설, 운하연결 등 에도와 관동의 모든 치산치수 사업이 다이묘의 돈으로 건설 되었고 도쿠가와 막부는 윤택해지는 만큼 지방권력은 가난해지는 시스템이었다.
참근교대는 다이묘의 몸을 묶었고, 천하보청은 다이묘의 힘을 소모시켰다. 이 둘이 결합되어 도쿠가와 막부는 사무라이의 배신과 반란의 싹을 잘랐다. 이로 인해 도쿠가와 막부는 260년간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의 참근교대와 천하보청은 지방권력의 막대한 재정적 지출을 하게 함으로서 번주는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농민에게 과중한 조세를 부담하게 했다. 당시 일본 농민의 조세부담율은 50% 가량 되었고 심한 곳은 60%에 이르렀다. 이는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과중했다.
그렇다고 개조선의 조세부담율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달레신부의 기록에 의하면,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에 따르면 주민 수천명에 불과한 양평군에 세금 뜯고 피를 빠는 아전이 800명이나 되었다. 개씹선비는 조세의 의무도 없었으며 국방의 의무도 없었다. 그저 피를 빨아 먹는 흡혈충에 불과한 개잡놈새끼들이었을 뿐이다. 아무나 잡아다 두들겨 패고 살점을 뜯고 뼈를 갈아 처먹을뿐이었다,
사무라이의 암살과 반란을 막기 위해 인질을 잡고 주머니를 털은 참근교대와 천하보청은 도쿠가와 막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지만 아이러니컬 하게도 에도시대를 중상주의 시대를 열어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을 가져오고 경제적 번영으로 이어지게 된다,
철저하게 사무라이의 돈줄을 틀어 막아 반란을 막은 도쿠가와 막부는 260년 동안 권좌를 유지했다. 또한 에도시대의 전쟁없는 평화시대는 전쟁으로 먹고 사는 사무라이 계급이 몰락하게 된다. 사무라이는 책 읽는 사무라이로 변신하고 하급 관리로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일부 사무라이만 하급관료가 되어 먹고 살기 급급했을 뿐이다. 많은 사무라이는 생업에 종사할 수 없어 가난하게 살아야 했다. 신흥 계급으로 떠오른 상인은 중상주의 번영을 이끌며 사무라이를 구박하는 새로운 시대의 주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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