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지명한 장관들 중에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는 자들 보아라! 김정은이 한국은 불구대천의 원수로 침략전쟁의 도발자·방화범·인간살육을 도락으로 삼은 식인종·살인마라며 철저히 소멸해야 할 불변의 주적이라고 하는데 이래도 주적이 아니냐?
이재명(李在明) 정부가 ‘대화’와 ‘협력’을 기조로 한 대북 정책을 펼치는 동안 북한은 한국을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다시금 못 박았다. 동시에 ‘침략 전쟁의 도발자, 방화범, 인간 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 살인마’라는 극단적 표현을 총동원하며 적의(敵意)를 드러냈다.
지난 6월 노동당 간부 및 당원에게 배포된 학습제강(提綱·강령을 제시함)을 통해서다. 이 정부 들어 북한의 대남(對南) 인식이 내부 문건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강의 학습 시기는 6·25 전쟁 75주년을 앞둔 직전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 어민 6명의 송환을 추진하던 시점과 맞물린다. 이날 학습 참석자들은 ‘우리의 총창 우(위)에 평화가 있다’는 선전가요도 제창했다. ‘총창’은 총구에 꽂힌 칼날을 뜻한다. 언제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학습제강은 북한 체제 유지와 지도자 우상화(偶像化), 주민 통제, 사상 일체화의 핵심 도구다. 우리 입장에서는 북한의 의중(意中)과 체제 담론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자료다.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가 작성하고, 조선노동당출판사가 인쇄한 뒤 각급 당 조직에 하달한다. 학습이 끝나면 제강은 반드시 당위원회에 반납해야 한다. 외부 반출 시 처형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6월 11일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기 방송을 중단해 일각에서는 남북 상호 작용의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하지만 이번 제강의 요지는 ‘착각하지 마라’는 선언에 가깝다”고 했다.
이번에 입수한 제강의 제목은 ‘미제와 한국 놈들은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압살하려고 피를 물고 날뛰는 침략의 원흉, 불구대천의 원쑤(원수)이다’다. 목차 포함 15쪽 분량이다. 그중 주요 내용을 게재한다. 전반적으로 띄어쓰기가 엉망인데, 가독성을 위해 수정했음을 밝힌다. 북한식 표기는 괄호로 해석을 달았다.
〈미제(미국)와 한국 놈들이 이 땅에 침략 전쟁의 불구름을 몰아왔던 75년 전의 그날로부터 세월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였지만 오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제와 한국 놈들의 침략 야망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공화국의 력사(역사)는 미제와 한국 놈들과의 누가 누구를 하는 판가리(판가름) 싸움으로 이어져 왔다.
청소한(순결한) 우리 공화국을 요람기에 압살하기 위해 전쟁의 불을 지른 그때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제와 한국 놈들은 반공화국 대결 소동을 미친 듯이 벌이며 침략의 칼을 벼리고 있다. 신성한 우리 조국 강토를 침탈하고 우리 인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말살하기 위해 갖은 발악을 다하는 미제와 한국 놈들이야말로 철저히 소멸해야 할 불변의 주적이다.
모든 일군(간부)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미제와 한국 놈들은 우리 공화국을 기어이 압살하려고 피를 물고 날뛰는 침략의 원흉, 불구대천의 원쑤(원수)라는 것을 다시금 뼈 속 깊이 새겨야 한다.〉
북한은 문건 서두부터 미국과 한국을 ‘철저히 소멸해야 할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했다.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청소한 공화국’을 압살하려 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다. ‘피를 물고 날뛰는 침략의 원흉’ ‘불구대천의 원수’ 같은 표현으로 양측을 적대 관계로 고착시켰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은 한국에 대한 입장을 단 한 번도 바꾼 적이 없다”면서 “김대중 시절, 김정일도 ‘평화’라는 말을 외교적 수사(修辭)로만 사용했을 뿐, 내부적으로는 체제를 위협하는 개념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김정은 시대 들어서는 경제난과 한류(韓流) 유입 등으로 내부 불만이 커졌고, 한국과 연관되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런 정서가 이번 교양자료에 노골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일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정무참사)은 “지난해 말 적대적(敵對的) 두 국가론 제시 이후 북한은 한국을 아예 상대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한국을 미국의 꼭두각시로 규정하며,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존재로 묘사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실체, 즉 무시 가능한 타국(他國)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괴뢰’가 아닌 ‘한국’이라 일컫는 이유”라면서 “한편 ‘원수’라는 표현은 6·25라는 시기적 맥락이나 내부 선전 형식에 따라 불가피(不可避)하게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수는 대결해야 할 대상인데, 북한은 한국을 이제 상대조차 할 필요 없는 ‘별개의 국가’로 여긴다는 뜻이다.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북한은 이어 6·25 전쟁이 미국과 한국이 계획적으로 일으킨 침략 전쟁이라 주장하며 피해 서사에 각종 수치를 동원한다. ‘200억US$ 이상의 막대한 군사비’ ‘7300만t의 군수물자’ ‘태평양 전쟁의 11배’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워커 장군이 고용병들에게 “설사 그대들 앞에 있는 것이 어린애나 로인(노인)이라 할지라도 그대들의 손이 떨려서는 안 된다. 죽이라!”라고 명령했다고 선전한다.
〈이렇듯 미제와 한국 놈들은 청소한 우리 공화국을 없애고 우리 인민을 멸살시키기 위해 전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지르고 치 떨리는 악행을 감행한 침략 전쟁의 도발자, 방화범이며 인간 살륙(살육)을 도락으로 삼는 식인종, 살인마들이다.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 수 없듯이 우리 공화국을 집어삼키려는 미제와 한국 놈들의 흉심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핵 위협이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다는 말도 한다. “1950년대 트루먼과 아이젠하워가 핵무기 사용 입장을 공식 표명했을 때부터 미제의 ‘핵 위협 공갈’이 시작됐으며, 그때부터 전술핵 미사일과 원자포 등을 한국에 끌어들여 배비(配備·배치하여 설비함)를 본격화했다”면서다.
이와 더불어 “1990년대 들어서는 그 수가 1720여 개에 달해, 한국이 세계적으로 핵무기 배비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됐다”는 주장도 담아놨다.
https://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H&nNewsNumb=20250810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