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컷고양이 중성화수술을 시켰다. 수컷이라 마취 깨자마자 바로 퇴원했는데 수술한 곳 핥지 못하도록 끼워 놓은 넥카라가 얼마나 불편한지 벗겨내려고 33분 동안 지랄지랄하더니 드디어 포기한 듯 얌전해졌다. 넥카라 낀 채 궁디 빼딱빼딱 흔들며 걸어다니는 꼴이 참 우스꽝스럽고, 장가 한번 못 보내준 채 고자로 만들어 상당히 미안하다.
완전 개냥이 수준이 된 이놈을 데리고 온 지 1년이다. 거래처 사무실에 들렀다가 라면박스 안에서 짹짹거리는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봤다. 웬 고양이냐고 물었더니 글쎄, 차 트렁크를 열어뒀는데 그 사이에 웬 길냥이가 새끼들 이소시켰는지 하필 차 트렁크에 물어다 놓았단다. 이틀 동안이나 트렁크도 못 닫고 그냥 뒀는데 끝내 어미는 나타나지 않았고 로드킬 당한 어른고양이를 발견했단다. 어미는 묻어주고 새끼 세 마리는 거둬서 사무실 라면박스에 담은 채로 고양이전용 분유로 간신히 키우고 있는데 한 마리는 조금 전에 이웃이 데려갔고 두 마리 남았단다.
비린내가 진동하는 라면박스에 담긴 치즈와 고등어 중에 고등어를 데리고 왔다. 그날부터 팔자에도 없는 나의 집사생활은 시작되었다. 개든 고양이든 방안에서 키우는 건 질색이라 사무실에서 키웠는데 그놈의 털과 밤새 해놓은 저지레 때문에 사무실 밖 창고로 옮겨놨다. 고양이 용품은 있는 대로 다 갖춰줬고 고양이 유튜브 보면서 자칭 고양이 박사가 됐다. 고양이 키워본 사람은 안다. 고양이가 얼마나 앙증맞게 귀엽고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는지를.
그동안 고양이 목욕을 시키다가, 고양이 발톱을 깎이다가, 고양이 약을 먹이다가 하마터면 고양이를 죽일 뻔했다. ‘이 새끼가 감히 누구한테 하악질이야!’ 이내 10초 내로 후회하면서 내뱉는다. ‘고양이는 죄가 없다’
고양이는 본능대로 할 뿐이지 사리판단이 안 된다. 고양이가 사람처럼 사리판단을 할 줄 안다면 머리 좋고 손재주 좋은 것 빼고는 하나도 내세울 것 없는 신체능력 빵점인 인간들과 친구할 리가 없다. 진화생물학적으로 볼 때 고양이는 놀라운 신체능력을 지닌 완벽한 사냥꾼.
계륵이라는 말이 삼국지에서 나왔던가?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 이준석이 딱 그짝이다. 품자니 싸가지 없이 툭하면 내부총질이고, 버리자니 신세대 이미지와 지지층이 아깝다. ‘윤핵관’이라는 말을 처음 한 사람도 이준석이었지 아마. 당대표가 되어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모습에 멋지다 생각하면서도 박근혜가 가장 잘못한 게 이준석을 정치판에 끌어들인 거라 생각한 적도 숱하게 많았다.
윤석열이 탄핵된 것과 윤핵관들이 해긋는 짓들을 보니 이준석이 왜 그토록 싸가지 없이 나대고 내부총질을 했는지 이제사 이해가 된다. 싸울 줄 모르고 웰빙하느라 배때지 부른 국민의힘 꼰대들은 이준석을 품을 만한 그릇이 못 됐던 것.
이준석은 죄가 없다. 이준석도 정치인이니만큼 정치인의 본능대로 처신할 뿐이다. 절대 함께 할 수 없는 집단이라 딴 살림 차렸고, 자기를 내쫓은 국민의힘을 원수 대하듯 하는 것. 이준석도 포부가 있고 지켜야 할 가치가 있고 미래가 있고 포기할 수 없는 세력이 있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정말로 정말로 중요한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점차 오르고 있는 추세지만 이준석과의 후보단일화가 절실하다. 나라의 운명을 먼저 생각하고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제대로 안다면 국민의힘은 대통령 외에는 모든 것 다 내어주는 딜을 하더라도 이준석을 끌어안아야 한다. 패자는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준석은 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