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창의 《태극기 7년의 기록》
우종창 기자는 1957년생으로 부산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하여 23년 동안 취재 활동을 하며 월간조선 편집위원을 지냈고, 조국 전 장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해 83일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집요한 취재력과 불굴의 투지를 지닌 전형적인 기자이자 투사다. 그의 책 《어둠과 위선의 기록》에 대해 월간조선 조성호 기자는 “한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기자의 집념”을 이 책에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과연 그러하다. 우 기자는 지난 7년간의 태극기 애국운동을 영화로 담아냈다. 오는 6월 17일 개봉될 이 영화를 미리 받아 보면서, 나는 여러 차례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내용의 충실도를 떠나, 광화문에서 겪었던 희로애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두세 번이나 눈물을 닦아야 했다. 태극기 운동 초기부터 함께 해온 나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16년,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동시에 진행되던 시절, 나는 먼저 촛불집회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살핀 후 태극기 집회로 향하곤 했다. 어느 날 촛불집회에서 내 앞자리에 문재인 당시 인사가 앉아 있기에, 내가 일부러 손을 내밀며 꽉 붙잡고 인사했다.
“문의원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하셨다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사람들이 궁금해하니까 제가 가서 대신 설명해드릴 수 있도록 말씀 좀 해주시죠.”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 좀 해보세요.”
계속 말을 걸었지만 묵묵부답. 결국 옆에 있던 비서가 “그만하시죠”라고 말해, 자리를 뜨고 말았던 일이 있었다.
7년간의 태극기 운동을 80여 분 분량으로 압축해낸 것은 하나의 쾌거라 할 수 있다. 기자 정신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수많은 현장을 어떻게 그토록 꼼꼼히 촬영해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편집해냈을까.
태극기 운동 중 작고하신 여걸 정미홍 여사의 웅변 장면을 다시 볼 수 있었고, 태극기 세력을 빛으로, 촛불 세력을 어둠으로 규정하며 “저들은 어둠이니 밤에 모인다”고 나무라는 멘트도 담겨 있었다.
김경재, 조원진, 김진태, 전광훈, 문창극, 정광용, 파독간호사, 노재봉,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일파만파의 김수열, 그리고 미국·호주·독일 등지에서 온 교포들까지 생생하게 재현된다. (서경석은 언급되지 않음.) 노재봉 전 국무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탄핵”이라며 절규한다.
태극기 운동은 3.1운동 이후 최대의 애국운동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국민 운동이며, 이를 다큐멘터리로 생생히 담아낸 우 기자님의 노고 또한 역사에 기억되어야 할 일이다. 서울에 살면서도 지방 사투리를 전혀 감추지 않고 구사하는 그의 음성을 들을 때면, 고집스런 사나이의 투지와 야성미가 느껴진다. 사건을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이야말로 기자정신의 본질일진대, 우 기자는 이에 천부적으로 타고난 인물이라 생각된다.
한때 ‘리틀 조갑제’라 불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와도 단절된 상태라는 점에서 볼 때, 그는 철저한 독고다이요, 야인이며 광야의 투사다. 하루에 커피를 20잔 마시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마시듯 커피 다섯 잔을 마신다는 점도 그의 반골성과 집요함을 상징하는 모습 아닐까.
80분 분량의 이 영화는 한국 현대사에서 태극기 시민운동이라는 이 특별한 사태를 압축하여 기록한 하나의 쾌거다. 다만 숭고한 시민운동으로 출발했던 태극기 집회가 점점 ‘전광훈교’라는 종교운동으로 변질되고, 전씨의 교주 비즈니스로 전락해 신뢰를 잃어가는 현실은 안타깝다. 우 기자님의 승승장구를 빈다!
2025.5.20.
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