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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표야, 준표야
작성자: 고들빼기 조회: 708 등록일: 2025-05-01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하면 나쁘다. 그런데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맞기 때문이다. 관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진리라는 것은 흉악범 사형수들의 관상과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관상을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쯤으로 아는 흉악범의 사나운 인상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수의사들의 푸근한 인상은 단박에 느낌이 온다.
 
 나는 한동훈과 김문수에 대해서만 글을 썼고 나머지 후보들은 홍준표 외에는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한동훈과 김문수가 결선에 올랐다. 홍준표는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었고 내부의 적을 너무 많이 만들었다는 지적만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홍준표의 흉악범 사형집행, 핵자주권 확보, 강성노조 손보겠다는 등의 소신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홍준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정치지형을 따라잡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했다. 청문홍답이라는 오두막을 짓고, 일부 젊은이들의 환호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가둬버렸다. 대구시장이면서 대구 시정보다는 현실정치에 관한 잡담으로 시간을 다 보냈다. 낫살 처먹고 SNS질 즐겨하거나 유튜브로 ‘밥빌어처먹는’ 보수우파 치고 제대로 된 인간 못 봤다.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하라는 당의 권고에 반발하고 이내 탈당, 보수의 텃밭 대구에 출마하여 손 안 대고 코 풀었다. 그렇게 국회에 입성하고 복당, 시장까지 하다가 대선을 앞두고 시장자리를 내던진 일은 정치인들의 익숙한 버릇이라 그렇다 치자. 내가 정치인 홍준표에게 크게 실망한 것은 세 가지, 즉 조국수홍과 제주4.3사건에 대한 역사인식과 한동훈 까대기.

 조국이 억울하다고 지랄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식 스펙 쌓느라 부모찬스 다 쓰는 게 관행인데 왜 나만 갖고 그랬느냐다. 요즘 젊은이들이 스펙을 쌓고 또 쌓아도 취직하기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려운데 누구는 부모 잘 만나 저런 특권을 누린다면 그게 정상인가. 자식 문제 외에도 도대체 조국이 어떤 인간인데 그를 비호하는가. 그런 인간을 비호한다면 보수우파의 자격이 없고 공정과 경쟁과 상식을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제주4.3사건에 대한 홍준표의 역사인식은 조국수홍보다 더 심각하다. 빨갱이 없는 빨갱이 세상이 된 탓에 엄연한 공산폭동이 양민학살로 둔갑해버린 격인데 아무리 표가 급해도 그렇지, 공산폭동을 양민학살로 포장해준다 해서 저쪽 지지자들이 찍어줄 줄 바랐던 모양이다. 싸울 줄 모르는 비겁한 보수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

 한동훈 까대기는 인간적으로 너무 심했다. 자당의 대통령을 탄핵한 배신자 한동훈은 까여야 하고 망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홍준표는 한동훈이 비상대책위원장 할 때부터 까대기 시작했다. 내가 한동훈 지지자라면 이재명을 찍으면 찍었지 도저히 홍준표를 찍어주기 어려울 만큼 너무 심하게 까댔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의 홍준표의 행태는 더욱 실망스럽다. 홍준표에게는 제갈량의 지략이나 충성심도, 사마의의 기다림이나 인내심도 볼 수 없었다. 홍준표가 진정 보수를 생각하고 나라를 걱정한다면, 비록 경선에는 탈락했지만 양아치 이재명 정권의 탄생을 막고 우파정권 창출에 일말의 힘이라도 보태겠다고 했어야 옳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단단히 삐졌는지 정계은퇴를 밝히고 홧김에 서방질하듯 가족들까지 데리고 우르르 탈당했다.

 내 장담한다. 홍준표의 인간 됨됨이로 볼 때 절대 조용히 살 인간이 아니다. 툭하면 SNS질로 현실정치에 시시콜콜 나대며 비아냥거릴 것이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관상은 과학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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