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 스토리
라이프니츠(Leibniz, 1646–1716)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는데, 부친은 루터교 학자이자 교수였다. 부친은 라이프니츠가 8살 때(혹은 6세 때라는 설도 있음) 돌아가셨고, 방대한 장서를 남겼는데, 이 도서관과 같은 장서가 라이프니츠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는 12세에 라틴어, 철학, 논리학에 두각을 나타내더니, 20세에 알트도르프 대학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70세에 타계한 그는 칸트 이전 가장 위대한 독일 철학자 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변신론》을 쓴 것으로 유명하며, 모나드(Monad, 單子)론으로 잘 알려져 있다.
라이프니츠는 평생 독신으로 학문에 몰두했고, 말년에는 관계하던 왕실과 틀어지며 고독하게 생을 마쳤다. 그의 장례는 평생 곁에 있던 조수 한 사람이 치렀다고 전해진다. 그는 책과 독서로만 살아간 자수성가형 학자였다.
그는 신앙에 전념하면서 모든 것을 통합해보려는 시도를 했는데, 심지어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화해시키고 통합하려는 노력도 했다. 그의 신앙은 철학적 신앙이며, 모나드론을 통해 존재 세계를 설명하려 하였다.
이 모나드(단자)론은 결코 쉬운 개념은 아니다. 그는 모든 존재가 일종의 ‘영혼’을 갖고 있다고 보며, 이 영혼이 곧 ‘모나드’라고 한다. 인간은 자기 의식을 가진 모나드이고, 동물은 감각은 있으나 이성은 없는 모나드이다. 모든 모나드는 우주의 거울이다. 즉,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나의 작은 영적 세계인데, 우리의 영혼은 고유한 모나드가 된다.
그에 의하면 세계는 자신 속에 전 우주를 표상하는 ‘우주의 거울’로서의 모나드로 구성되어 있다. 모나드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단순 실체로서 세계의 궁극적 구성 단위이다. 그것은 물질이 아니며, 힘과 작용을 실체화한 것이며, 모나드 중 최고의 모나드가 곧 신(God)이다.
물질이 아닌, 영혼에 가까운 실체라고 보아야 하며, 매우 난해한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사상은 하나님 중심적 철학이며, 그의 사유의 핵심도 하나님이다. 하나님은 모든 모나드의 창조자요, 전능한 설계자이다.
이런 점에서 라이프니츠는 정태적(靜態的)이고 결정론적인 섭리론에 가깝다고 평해지기도 한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예정 안에 있으며, 인간의 자유는 조화된 프로그램 속의 자율일 뿐이다.
영혼과 육체는 모나드들 간 조화로운 일치를 통해 함께 작동한다. 육체는 물질적 모나드들의 총합이고, 영혼은 하나의 정신적 모나드로서 각각 독립적이지만 동시에 일치된 흐름을 가진다. 모나드는 작은 정신이며, 모든 존재는 일종의 영혼을 지니고 있고, 그 영혼이 곧 모나드이다. 나의 영혼은 나 고유의 모나드가 된다.
라이프니츠의 특별한 점은 동양 사상과의 관계다. 그는 영혼을 불멸하다고 보며, 영혼과 하나님과의 내적 관계를 탐구했다. 그러던 중, 예수회 선교사들을 통해 중국 문화를 접하고, 유교 경전들을 알게 된다.
그는 공자의 도덕철학과 주역의 상징 체계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공자 사상의 핵심을 ‘이성적 자연질서’로 칭송하면서, 주역의 괘 체계에서 영감을 받아 이진법(binary)의 원리를 발견한다.
이런 면에서 그는 동양의 형이상학을 철학적·논리적 체계로 진지하게 접근한 유럽 최초의 인물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런데 그의 신앙에서 주목되는 점은,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과 은혜를 인정하고 존중했으나, 프로테스탄트 정통신학이 강조하는 회심적 복음 체험을 명확히 고백한 흔적은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는 복음을 신앙적으로 받아들이고, 그리스도의 구속 진리를 철학적으로 옹호하려 한 신실한 인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의 《변신론》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계시의 완성으로 보기도 한다.
그는 동양의 도덕성과 기독교 진리, 여기에 이성적 조화를 더한 통합적 신학을 추구한 인물이다. 앞서 말했듯, 그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화해 혹은 통합하려 하였다. 마찬가지로, 동양 사상을 기독교와 조화시키려는 무리를 감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천재적 두뇌를 지녔더라도, 인간은 유한자이며, 인식이나 지식 구성 능력 자체에 한계를 지닌 존재다. 이성과 논리로만 성경이나 우주를 보려 할 경우, 어느 지점에서 절벽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라이프니츠뿐 아니라, 학문과 지성적 탐구로 신앙에 접근하려는 자들의 맥빠진 모습, 즉 구원의 분명한 도그마와 성령의 역동적 은혜가 없는 이론적 논리만의 나댐을 도처에서 보게 된다.
라이프니츠는 우수한 두뇌를 지닌 사상가였지만, 구원의 복음이 주는 핵심적 은혜로부터는 빗겨간 인물이라는 인상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