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특히 법조문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모든 법률행위는 구체적이고 실존하는 것인데 이 구체적이고 실존하는 법률행위를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법조문에 적용하려면 둘 사이에 해석과 논리라는 게 필요하다. 그게 법 해석이고 그 논리는 법리가 된다. 그래서 법학을 법해석학이라 하면 맞다.
법조인들은 6법전서나 달달 외워 사법고시 패스한 암기의 달인들이 아니다. 관념과 추상의 노예가 되어 청춘을 오롯이 바친 무지막지하고 인간미 없고 무서운 사람들이다. 법조문은 꼭 필요한 것 말고는 굳이 외울 필요가 없다. 법이 어떤 조문으로 빼곡한지 또 어떤 행위들이 법에 규정되어 있는지만 알면 된다. 여담으로 사법고시 2차 논문시험 칠 때는 6법전서 가지고 들어가도 되고 떡~ 하니 펼쳐 놓고 시험 봐도 되었다. 단, 법조문만 있는 순수 법전일 것!
그렇기 때문에 젊은 날 공부만 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으로 먹고사는 법조인들은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보기 마련이다. 그러니 현실감각이 무딜 수밖에. 중국 은허(殷墟)에서 출토된 갑골문(甲骨文)은 얼핏 거북이 등딱지와 소의 견갑골에 새겨진 상형문자로 알기 쉽다. 세상물정 모르고 관념에만 머물면 거북이 등딱지로 머릿속에 박혀 버린다. 하지만 갑골문이 새겨진 것은 거북이 배딱지.
다 같은 법조인 출신이라도 직장생활 해보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은 다르다. 세상물정 안다는 얘기다. 윤석열은 금수저 물고 태어나 자란 오리지널 법조인 출신이고 이재명은 개똥밭에 뒹굴면서 개똥이가 되어 손가락도 다쳐봤고 법조인도 해봤고 개판이나 치면서 개차반 인생을 산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개천에서 용 난 사람이고 세상물정 빠삭한 사람이지만 다르게 말하면 개똥밭에 뒹굴다가 개가 되어 닳을 만큼 닳고 까질 만큼 까지고 약을 대로 약은 사람이라는 것. 그런 이재명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리숙한 윤석열이 어찌 이길 수 있을까.
저녁에 가볍게 산책이라도 하면 휴대폰으로 노래를 틀고 산책하는 양반들이 많다. 첫눈 오는 날 안동역에서 바람맞았다는 노래. 아니, 새벽부터 오는 눈이 무릎까지 찼는데 무슨 수로 온단 말인가. 기다리기는 뭘 기다려! 세상만사가 실상을 모르고 관념에 빠지면 이렇다. 쉼터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르고 있으면 문제의 안동역 그 양반은 이제 유튜브를 본다. 들리는 소리라곤 부정선거! 부정선거! 어느 인간 유튜븐지 안 봐도 디비디.
참 딱한 사람들이다. 퇴직은 했는데 딱히 할 만한 일은 없고, 씩씩하게 딴짓(?)하며 놀고는 싶은데 전립선은 고장났고 책은 멀고 유튜브는 손 안에 가까이 있다. 나한테 극우 유튜브 카톡으로 보낸 친구들아, 숫자 안 없어지지? 니들 다 차단했거든!.
계엄은 대통령 권한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고, 군대는 군통수권자의 말을 무조건 들을 줄 알았다면 윤석열은 세상물정 몰라도 한참 모르고, 오로지 관념에만 갇혀 사는 전형적인 법조인 마인드를 지녔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