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기제
나는 2년 전에 건강관련 기구를 하나 구입했는데 그 구입한 장소가 마포구 망원동의 <망원역>근처 점포였다. 종종 에이에스 받으러 가곤 해야 하는데 갈 때마다 특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가려면 전철 <망원역>을 가야하는데 자주 그 망원역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망원역 가려고 하면 그 망원 이름은 기억이 안 되는 대신 <응암역>이 떠올려진다. 그래서 늘 <응암역>으로만 의식되고 <망원역>은 잊는다. 심지어는 가서 에이에스 받고 와서도 집에 오면 망원역을 잊어버리곤 해서,
“ 야! 이렇게 기억력이 나빠지면 어떻게 하나!
다녀온 역 이름도 잊어버리다니!
내가 <망원역> 갔다 와 놓고 왜
<응암역>이 생각 나냐구! ” 그런다.
오죽하면 지난 토요일에 에이에스 받으러 갔다가 직원한테 물었다.
" 아! 이거 이상한 질문이지만
왜 여기 오려면 망원역으로 와야 하는데
왜 그 망원역이란 이름을
자주 까먹고 기억이 안 되죠?“
그랬더니 직원이 웃으면서
” 그걸 어떻게 우리가 알겠습니까?
심리상담하는 분에게 물어보셔야죠“
그랬다.
그날도 집에 오니까 역시 <망원역> 대신 <응암역>이란 기억만 되고 망원이란 이름을 떠올릴 수가 없었는데 그 직원 한 말이 생각돼서 인터넷을 찾으며 관련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니! 다른 건 안 그러는데
왜 망원역만 가지고 그러는 거지?”
원인을 캐기 시작하다가 심리상담 관련 전문가와 연결돼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수 시간동안 카톡을 주고 받으며 이 문제를 파고 들게 됐는데 그분께서 나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과정 등을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면서 일생 가장 큰 충격 같은 게 있었냐고 하신다. 어린시절 누나의 죽음과 장년기에 교통사고에서 사망사고를 본 게 충격이었다고 하자 이분이 여러 분석 기제를 동원했는지 뜸을 드린 후 진단을 한다. 이분이 제시하는 답이 <회피기제>였다.
회피기제Avoidance Mechanism란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와 겹치고 유사하지만 다른 개념이라고 한다. 방어기제가 자아Ego가 위협 받을 때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심리적 전략인데 비해 회피기제는 불안 스트레스 두려움 죄책감 등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상황을 피하려는 심리적 전략을 말한다고 한다. 이 회피기제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외면하거나 피하려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그러면서 이 심리상담가는 나의 경우 이 <죽음에 대한 회피기제>가 있어서 뇌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한다.
<망원역>이라고 할 때 이 <망>자가 <사망>,즉 죽음을 연상시키면서 <망원> 이란 이미지가 죽어서 멀리 떠난다는 부정성을 갖고 있다는 얘기였다. 망우리공동묘지,망신亡身, 망국亡國 ,망령亡靈처럼 망자가 앞에 나오는 경우 이것을 죽음과 연상하거나 패망하는 등의 의미가 입력 돼 망원역을 회피하게 되는 대신 음운적音韻的 유사성이 있으면서 죽음이미지가 없는 <응암역>을 대리로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였다.
이런 회피기제는 특정 사건이나 장소, 단어, 이미지 등이 개인의 내면에서 불안이나 죽음을 연상시킬 때 종종 나타나는데 무의식적 방어 작용으로 인해 아예 해당 단어를 의식에서 지워버리려 하거나 듣고도 떠올리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망원>이라는 단어가 죽음, 저승, 망우리 공동묘지 등을 연상시켜 불길한 느낌을 유발하자 무의식적으로 이를 <피해버리려는 기제>가 작동해 이런 현상이 생긴 것이고 기억력 자체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단순한 망각이 아닌 <회피 avoidance>인 것으로 특정한 단어나 개념이 불편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뇌가 그것을 의식에서 <밀어내버리는> 현상이라고 한다.
어릴 때 누나의 죽음을 목격한 사건이 이렇게 일생 동안 영향을 주는 모양이다. 역설적이게도 그 누나의 죽음의 오늘의 신앙과 목회자의 삶을 만든 계기로 작용한 셈이니 아이러니요 역설적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상담 결과일까 이제는 <망원역>을 떠올리는데 장애가 없고 클린해진 기분이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시23:6)
2025.3.31.안티다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