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찢김
큰 화재로 산들이 불타며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반국가세력의 소행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 사정은 우리가 알 수 없다. 형식상으로만 보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분이고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회귀한다. 다만 인간은 정신현상을 가진 자로서 자신과 자연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종교 또는 형이상학形而上學적 주제에 몰두하며 자연으로 회귀하고 마는 자신의 운명을 초극超克하고자 애 쓴다. 자연은 자연自然이란 글자 그대로 스스로 움직이거나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연 그 자체를 존재케 하고 운행하는 주체가 있을까 여기에 대해 기독교신학은 자연자체를 피조물로 규정하고 창조하신 분의 의지를 따라 자연이 발생했고 지금도 자연, 즉 존재세계 모두를 창조주 하나님이신 여호와께서 주관, 섭리 하신다고 본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허락 없이 존재하거나 생명활동 할 대상은 전무하다.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거나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조차도 하나님의 허락 없이는 될 수 없다고 하신다.(마10:29) 즉 만유의 존재 가능성과 그 지속성 자체가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의존 돼 있다는 말씀이다. 인간을 포함한 이 자연세계에 고통과 악이 있는 것도 인간의 죄로 인해 창조주를 떠난 결과라고 말한다. 성경은 피조물이 다 탄식하며 고통을 겪는다고 말씀한다. (롬8:18)
독일의 자연철학자 중에 셸링Schelling1775-1854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자연의 찢김Zerrissenheit der Natur’이란 개념을 사용했었다. 이 개념은 자연이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라기보다는 내적으로 분열된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다. 즉 자연이 하나의 단일한 원리에 의해 통합되어 움직이는 게 아니고 서로 충돌하는 두 가지 힘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긴장하면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두가지 힘이란 ‘무한한 힘’과 ‘유한한 형식’을 말하는데 자연은 무한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어 예로 나무가 계속 자라나거나 동물들도 계속 힘을 내려는 운동이 있고 반면 ‘유한성’(유한한 형식)은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힘인데 나무가 무한정 자라지 못하게 하고 동물도 무한정 활동하게 두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규제를 당한다는 것이다. 종마다 특정한 형태와 크기로 제한되어 있다. 예로 인간도 아무리 크려고 해도 3미터 미만일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유한한 형식을 배당 받았기 때문이며 자연 내에는 이러한 규제의 원리가 작동 한다는 게 셸링의 생각이다. 이렇게 두가지의 힘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은 내적으로 “찢겨 있다”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러한 분열은 인간에게도 적용된다. 자연적 본능인 감각, 충동적 욕망 같은 성질과 이성, 도덕성 사이에서 갈등 겪는다. 이것도 셸링에 의하면 ‘자연의 찢김’인 것이다. 우리는 한편으로는 본능적 욕망을 따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덕적이고 이성적 원칙을 따르려 한다. 이 자체가 내적으로 찢겨지는 존재임을 반영한다. 물론 셸링은 자연이 단순한 기계적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내적으로 찢긴 상태 속에서도 자기를 조직화 하면서 생명력을 유지하는 존재라고 본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이 찢긴 상태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더 높은 조화와 그에 합당한 질서를 만들어 갈 가능성을 보려한다.
기독교회가 이런 찢김이랄까 고통을 타락 때문에 오는 것으로, 원래 선한 상태의 창조를 상실당한 결과로 보는데 비해 셸링은 이 자연의 찢김이 원래부터 있는, 즉 자연의 본래적인 존재방식으로 이해한다. 기독교신학적 표현을 하자면 타락한 상태서의 ‘피조물의 고통’인 것인데 셸링은 이를 원초적 상태로 본다는 얘기다. 우리는 여기서 셸링의 이 찢김을 헤겔의 변증법과 매칭 시킬 수 있는지를 스쳐볼 수 있다. 이 두사람은 튀빙겐 대학에서 같이 공부하는 친구이자 경쟁관계였다가 나중에는 갈등을 격는다.
셸링이 자연철학과 예술 존재론을 중시하는 한편 Hegel이 논리와 역사 변증법을 중요시하면서 서로를 비판하고 대립관계가 되고 만다. 변증법에서도 서로의 입장 차가 있지만 우리는 셸링의 자연의 찢김을 헤겔의 변증법으로 이해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성경이 계시하고 있는 ‘피조물의 고통’이란 범주안에서 찢김을 이해하는 게 필요할 것이다. 성경의 역사는 이런 찢김과 고통들을 해결하는 구원 역사인 것이고 마침내는 새하늘과 새땅이란 비젼으로 수렴되게 된다. 대형 산불로 인한 고통을 보면서 자연에 관한 셸링의 생각들을 아마튜어리즘으로 스쳐본 것일 뿐 하나님의 창조와 구원 역사는 인간의 모든 생각을 초월한, 절대자의 모략謀略일 것이다. 산불의 조속한 진화를 바라고 희생당하신 분들을 애도하며!
(관련 문헌들 참조했음)
2025.3.27.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