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다원의 신학여정 여섯번 째
죽음은 모든 것을 삼키는 위력이다. 애써 살며 모은 것들 돈이든 명예든 지식이든 아내든 남편 자식 심지어 자신의 몸도 땅속에 묻거나 불로 태워지고 만다. 인간은 결국 죽으려고 환장해 매일 설치다가 어느날 예고 없이 쓰러지고 마는 기막힌 비극의 주인공들이다. 그런데도 그냥들 산다 매일 죽으려 달려가는 자신을 잊은 채! 나는 어릴 때 나의 죽음을 보고 죽으면 끝인가 하는 질문을 평생 해온 셈이고 이에 대한 답으로 영혼 구원의 복음을 붙잡고 산다. "인간의 근본 실체는 영혼이다"라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영혼에 대한 이런저런 사색을 해오던 중 연신원에서 같이 공부한 송종섭 목사님께서 특별한 주장을 하셨던 기억 지울 수 없다. 목사님은 자주 "영혼 선재가 아니고는 성경이 풀리지 않는다" 고 하셨다. 그러니까 영혼선재설을 믿고 계셨는데 스스로 사색하셨는지 스승이신 백영희 목사님의 도그마에서 받으셨는지는 모르겠다. 스승 백영희목사님은 부산서부교회의 목사님으로 매우 특별한 지성을 소유하셔서 파급력이 컷고 한때 이단시비에 연루됐을 만큼독창적이셨다. 송종섭 목사님은 백모사님의 수제자라할 만큼 스승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을 지니셨다. 송목사님의 영혼 선재설이 백목사님에게서 왔는지는 알 수 없는데 내가 백목사님의 글을 접한 바로는 백목사님께 영혼선재는 찾을 수 없었다. 물론 극히 얼마간의 설교집과 자료만 접했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어서 단언할 수는 없다.
그런데 송목사님 생시에 주신 말씀 중 영혼선재를 말씀하시면서 '영혼 창고설'이란 언급을 몇번 하셨었다. 나는 그 말씀 들으면서 그냥 "뭐 특별한 말씀을 하신다"정도로 여겨 스쳤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 때 자세히 여쭤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즉 목사님이 하신 '창고설'은 영혼들이 모여있는 장소가 있어서 그곳을 '창고'라고 하는데 여기에 모여 있다가 육체를 입게 된다는 이론인데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연상시키게 한다. 알다시피 '영혼선재설'은 개인적으로는 믿는분들이 있지만 공교회가 사용하는 이론은 아니다. 교계는 '영혼창조설'을 공인 신학인 것처럼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신비에 속해 어느 하나를 단정적으로 주장하긴 어려운 난제이다. 히브리어에 Guf구프가 있는데 이 단어가 '몸'body을 의미하지만 유대교 신비주의 쪽에서는 영혼들이 모여 사는 '영혼의 보고庫' ,즉 태어나지 않는 영혼들이 모여있는 장소란 뜻으로 사용된다고 알려진다. 탈무드 전승에는 이 Guf구프가 미드라쉬(유대교의 해석 문헌 )에서는 모든 영혼이 Guf에 저장되어 있으며 그 창고가 비어야 메시야가 온다는 개념을 공유한다고도 한다. 중세 문헌들 속에는 라틴어 reservoir animated 직역하면 '영혼의 저장고'라는 표현들이 있어 유대교의 Guf개념과 유사한 해석들을 하고 있다.
송목사님이 이런 문헌들을 접하고 사유思惟하셨는지 아니면 백목사님 영향이거나 독자적 연구이셨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영혼선재설'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셨었다. 선재설을 위험시 하는 풍토에서 남들이 안가는 길을 과감하게 가신 목사님이셨다. 목사님의 천국소망도 상당하셨었다. 미국에서 맹인목사님을 유명한 강영우 목사님과는 연세대 학부 동창이셔서 자주 전화로 연락하시곤 대화하셨는데 강영우 목사님 소천하실 날이 임박해간다는 병원 진단이 나온 때 두분이 통화하신 내용을 나에게 알려주셨는데,
" 어이 영우! 천국 먼저 가거든 나와 우리 나라 위해
기도 많이 해줘야 하네 "
" 알겠네! (천국에서)
기도 더 많이 하겠네"
두분의 대화에서 죽음은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가는 즐거움 그것 뿐이었지 두려움이나 불안기색이 없었다. 강목사님이 소천하시고 텀을 가진 후 송목사님도 소천하셨는데 소천하실 때의 상황이 매우 특별하셨다. 병원도 안 가시고 아프지도 않은 상태에서 새벽강단에서 말씀 전하시고 강단서 내려 오시다가 쓰러지셨다. 앞에 안으셨던 사모님이 달려가 안으신 채로! 얼마나 아름다운 종말이셨는가! 소천하시기 1년여전부터 당신의 생을 마감하실 날이 가까웠음을 나에게 종종 언급하셨다 스승 백목사님의 향년을 언급하시면서! 목사님은 내가 학업을 중단했을 때 적지 않은 액수의 장학금을 보내주시면서 꼭 졸업을 하라고 신신 당부하셨다. 그나마 졸업장을 얻은 것은 목사님의 지원 결과였다. 목사님의 총공회 교단이 매년 열고 있는 신상 집회를 갔을 때마다 여타교단들과 다른 경건과 세속적 요소의 전무함, 백목사님의 설교 테프를 듣는 성도들의 진지함은 견고한 신앙의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지금 <고신>측이 <기장>과 연합해 무슨 행사도 한다는 판이니 말해 무엇하랴! 총공회가 고신를 대신하지나 않을까 스쳐본다. 목사님은 지금 하나님보좌가 있는 천국에서 스승 백목사님 친구 강영우 목사님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고 계실 것이다.
저 멀리뵈는 나의 시온성 ~
오! 거룩한곳 아버지집~
내 사모한 집에 가고자 ~
한 밤을 세웠네~
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