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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則生 그날밤 한강대교 |
작성자: 정문 |
조회: 2128 등록일: 2024-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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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5월 16일 아침 6시 한강대교 건너편을 바라보는 박정희 소장은 만감이 교차 되었다. 스치듯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습하는 두려움에 다리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었다. 순간 총구를 겨누고 있는 해병대가 가물거리며 다리 끝 먼발치에 있었다. 박정희는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을 차렸다. 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면 혁명은 끝나고, 이 나라의 미래도 끝이 날 것이라고. 그는 이 다리를 넘어야만 대한민국을 구할 수 있다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는 결기가 올라왔다. 그 순간은 역사의 출발점이었다. 그가 지나야 할 것은 한강대교라는 물리적 다리만이 아니었다. 국가를 구하여야 한다는 신념이 나와의 싸움에서 개인 박정희의 두려움과 번민을 이겨내는 순간이었다. 어느 누구도 박정희를 뒤따를 용기를 내지 못했다. 혈혈단신 다리를 건너며 첫발을 뗀 박정희의 마음은 편했다. 당당한 발걸음을 바라보는 모든 이를 얼어 붙게 만들었다. 건너편에서 대치하는 해병대는 박정희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당당하게 걷고 있는 박정희는 이미 마음을 비웠다. 모든 것은 이 시간을 예정한 절대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얼마나 갔을까 순간 한발의 총성이 들렸다. 마음이 비워진 박정희는 그깟 총성에 개의치 않았다. 갑자기 아내 육영수가 떠올랐다. 그날 밤, 육영수 여사는 남편의 군복을 챙겨주기 위해 서둘러 군복을 준비했다.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남편을 생각하며, 시체를 부여 잡고 울지도 모를 미래를 생각하며 육영수 여사는 집주변을 가득 채운 혁명군을 바라보며 남편의 군본을 준비했다. 그리고 살포시 미소 지으며 떠나기 전 딸의 숙제를 봐달라며 부탁했다. 딸에게 가는 박정희 뒤를 보는 육영수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남편의 군복을 가지런히 놓는 순간 가슴이 막혔다. 당장 펑펑 울고 싶었다. 가지 말라고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참아야만 했다. 그를 더 이상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에 바칠 제물이라 생각했다. 군복 입는 것을 돕고 있는 육영수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음을 박정희는 느끼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박정희는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 육영수에 대한 인사를 부관에게 명령으로 대신했다. 서둘러라 시간이 촉박하다. 한발의 총성에 이어 또 한발의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한발...... 세발의 총성이 들렸지만 저항군은 감히 박정희를 조준하지 못했다. 박정희는 직감했다. 저들은 나를 쏘지 못하는구나...... 한강대교 그곳은 역사의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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