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단일성론monopsychism
지성(知性intellectus, intellect)이란 지식을 구성하는 능력, 즉 아는 능력을 말한다. 무엇을 안다고 하는 작용을 말하며 감성으로 받아드린 재료를 가공하는 능력, 즉 사고력을 말하기도 하며 오성悟性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지성에 대해 중세 서양에서 특별한 논쟁을 한 적이 있었다. 주제는 이 지성이라는 게 단일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하나의 지성적인 원리로 이루어졌으며 모든 존재가 하나의 근원적인 지성으로부터 파생되었고 모든 것은 그 지성의 표현이란 주장이었다. 이 학설은 중세 스콜라 철학에서 크게 이슈가 됐었는데 중세 철학의 대부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inas1224-1274)도 이를 지지했다. 토마스는 모든 존재가 하나의 지성적인 원리로부터 파생됐고 이 지성적인 원리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고 목적이라고 한다. 그는 모든 존재가 이 지성적 원리로부터 파생된 것을 근거로 현실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설명하며 그 원리로 존재의 목적과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다.
모든 존재가 하나의 지성적 원리로 이뤄졌다는 이 논리는 존재세계를 하나로 파악하려는 시도를 낳는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384-322의)는 그의 『영혼론』에서 지성을 인간 신체와 전적으로 독립되어 사고 하는 작용을 말한다고 보며 인간 영혼은 자신의 능력으로 물질적 조건을 초월하며 질료와 섞일 수 없고 질료(신체도 질료임)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 영혼의 모든 능력 가운데 지성만이 신체와 독립되어 사후에도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중세의 아베로에스(Averroes1126-1198)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방대한 주석을 하면서(아리스토텔레스의 주석가로 공인 되었던 사람) 문제의 지성을 개별적 인간 영혼에서 분리하고 독립되어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게 공통된 단 하나뿐인 실체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런 입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지성적 근원자에게 모든 존재가 내포되어버리기 때문에 개별적 인간의 고유성과 불멸성 그리고 사후세계에서의 형벌에 대한 그리스도교회의 믿음을 희석시킬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논쟁이 많았으나 여기서 그 논쟁을 소개하려는 건 아니고 신학적 평가를 좀 스쳐보고자 한다.
이 지성단일성 문제는 하나님의 지식과 인간의 지식사이에 어떤 차이나 본질적 구분 또는 다름이 있냐는 문제가 야기 된다. 지성단일성 지지자들은 하나님과 인간은 지성적으로 동일한 존재이며 하나님의 지식은 인간의 지식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지식과 인간의 지식이 동일한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반면에 지식 다원성 주장자들은 하나님과 인간은 지성적으로 다른 존재이며 하나님의 지식은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며 인간의 지성과는 다른 원리와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렇게 지성 단일성에 치중하면 하나님과 인간의 지성이 혼합되고 하나가 돼 절대타자이신 하나님을 피조물과 섞게 되면서 인간이 하나님과 동격일 수 있다.
지성 단일성론자들의 입장대로라면 모든 인간의 지성적 활동이 하나님의 활동 자체일 수 있다. 이는 Hegel의 절대정신의 자기전개라는 그 논리와 손잡고 인간을 신의 자리로 또는 신을 인간의 자리로 섞어 혼란을 야기시킬 가능성에 개방된다. 하나님은
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 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이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 하셨다(사55:8‘9)
반면 지성의 다원성을 주장하는(지성단일성 거부) 경우에는 이런 섞임의 가능성은 없거나 적어진다. 이사야선지가 말한 그대로이다. 하나님의 지성은 어디까지나 초월적이며 인간이 커버할 수 없는 영원의 차원이시다.인간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하나님에 이르지 못한다. 그 대신 인간의 지성(넓게는 정신활동 전반)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받은 것이며 지금도 인간의 지성(정신)을 통해 역사하시고 계신 그 진리와 은혜를 간과할 수 있다. 인간의 지성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작품이다. 인간이 셀프 만든 게 아니고 하나님의 의지의 발현이며 하나님 자신을 닮은 대상을 설계하고 만들어 내신 바 된 존재가 인간의 영혼( 정신 이성 지성)이다.
지금도 하나님은 살아계셔서 인간의 지성(영혼)에 관여하시며 그들을 사용하여 역사를 진행 시켜나가신다. 그런 점에서 지성이나 인간정신 활동 전반을 하나님과의 관련성에서 변증법적 이라고 보는 관점도 필요할 것이다. 하나님은 전적 절대 타자이시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지성(영혼)은 하나님의 피조물이며 하나님의 지혜와 그 지성에 미칠 수 없다. 한편 하나님은 절대타자이시지만 현실세계를 주장하시며 역사를 주관하시는 점에서 당신이 창조하신 인간의 지성(영혼)을 사용하시면서 구원 역사를 진행시키신다는 그 점에서 하나님과 인간의 영혼은 변증법적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오묘막측하고 신비 그 자체이다. 영광받으실 분은 이 유형무형의 존재세계를 창조하시고 섭리하시며 주관하시고 은혜로 구원하시는 성삼위 여호와 하나님이실 뿐이다. 만유는 그분을 위하여 존재하고 숨쉬고 있다.
여호와는 살아 계시니
나의 반석을 찬송하며
내 구원의 하나님을 높일지로다(시19:46)
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