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4월 29일 171석을 얻은 총선 승자로 108석의 패자(敗者)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다. 이 대표가 태극기 배지를 달고 대통령에게 훈계하듯 15분간 의견문을 읽은 모습을 보며 그 지지자들은 “마치 이 대표가 대통령 같았다”고들 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는 이런 그림을 두고 언론의 평가마저 대체로 “그의 18년 정치 인생의 절정처럼 보였다.”라고 거들고 있다.
알다시피 이 대표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계보에 속한 부대변인으로 출발했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정동영 후보에게 공천장을 주는 사람으로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여야를 통틀어 지금 정치권에서 이 대표를 견제할 사람은 사실상 없다. 국회의장도, 다수당 원내대표도 그가 점찍으면 그만이다. ‘여의도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온다.
정치공학적인 구도로 봐도 진짜 대통령이 되는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법원에 7개 사건 10개 혐의가 기소되어 있다. 풍향의 궤적으로 보면 적어도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이 대표가 막강한 입법권으로 무슨 일을 벌일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어쨌든 지난 총선 승자는 민주당의 이재명이라는 사실이다. 그 연장선에서 보면 향후 3년은 꽃놀이패를 잡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이 2022년 5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2년이 넘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대통령 선거 과정까지 일관되게 민주당의 ‘검수완박’ 압박에 맞서 ‘부패 완판’으로 맞불 놓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 이재명의 대장동 비리를 포함한 7개 사건 10개 혐의 등도 이 중심에 포함되어 있다. 이에 국민은 뜨거운 지지를 보냈고 당선시켰다.
그러나 집권 2년 동안 미적미적하다가 결국 주객이 전도된 꼴이다. 살아가는데 가장 어색한 것은 어색한 사람이 어색하게 만나서, 어색하게 웃고, 어색하게 헤어지는 일이다. 차라리 만나지 않은 것만 못 하게 만났다가 어색한 악수, 어색한 인사, 어색한 웃음, 어색한 작별을 하는 것처럼 어색하고 뒷맛이 언짢은 일은 없다. 이런 어색한 일들이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매일 어색하게 벌어지고 있다.
고슴도치의 딜레마, 고슴도치 한 쌍은 추워서 서로의 몸을 마주 댄다. 체온으로 몸을 데우기 위해서다. 그러나 몸을 가까이 대면 댈수록 견딜 수가 없다. 몸에 돋친 가시가 서로를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들의 몸엔 상처만 더해갈 뿐이다. 떨어지면 춥고 마주 대면 아프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지층의 불만 등 정치적 사면초가 신세다. 마치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진 듯한 윤석열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