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조물의 고통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 하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롬8:22)
모든 만물이 피곤하다는 것을 사람이 다
말할 수 없나니 (전1:8)
인간도 자연이고 피조물이다. 인생살이란 결국 무덤이나 화장터 준비 몸부림일 뿐이다. 사람들이 “죽으려고 환장 했냐?” 속언 하는데 맞다 죽으려고 환장해 매일 발광하고 난리 부리고 또는 고통하고 탄식하다가 어느 날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어떤 형태로 마감하게 되는 인생살이다. 플라톤이 철학은 죽음학이라 했다는데 결국 죽음이 모든 걸 삼키니까 그 삼킴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하라고 한말 아닌가? 하지만 죽음 그리고 삶에 드리워진 고통의 본질을 우리는 모른다. 뭐 아는 척 해 대도 여전히 왈 불가해曰不可解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살이 모두 비극이다. 고통이다. 즐거움과 쾌락이란 것도 순간이고 속임수이며 무거운 짐으로 귀결된다. 그래서 만물이 피곤하다고 했을까 모든 피조물이 탄식한다고 하신 걸까?
칸트와 피히테를 계승하고 헤겔로 이어주는 독일 관념론의 대표적 철학자였던 셸링(Friedrich Schelling,1775-1854)은 ‘자연의 찢김’Das Riss der Natur이란 개념을 사용했다. 그에 의하면 자연 내부의 원리와 힘 사이의 갈등으로 긴장과 충돌이 일어나며 인간의 악과 고통도 같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자연과 인간 세상의 악이나 고통을 포함한 이런 부정성을 ‘자연의 찢김’이라고 표현 한 건데 자연이나 인간의 내부적 원리와 힘 사이에서의 갈등에서 고통이 비롯된다는 얘기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구와 양심 이성과 본능 자유와 제약 등도 갈등의 요인이며 고통을 산출하는 자연의 찢김이다.
셸링의 철학을 동일철학으로 부르는데 일종의 범신론적汎神論的 pantheism 유형이다. 자연은 모두가 신적神的 정신의 잠세태潛勢態(가능태 가능성)이며 신神의 정신精神이 깃들여진 것으로, 神의 정신이 밖으로 산출된 것이다. 이때의 자연은 자기 내부에 부정성을 포괄하고 있다. 이 모순과 갈등 고통과 악이란 부정성이 (즉 자연의 찢김이) 자연과 역사를 추동推動(趨動)시키는 동력이 된다. 즉 자연의 찢김이라는 모순과 결핍 갈등 대립 고통과 악이란 부정성이 자연과 인간에게 내포되었으며 이것이 자연과 역사를 움직이고 진행시켜 나가는 원천이란 얘기다.
즉 창조주는 이 부정성을 가지고 세계를 움직여 가고 있기에 이 부정성은 자연과 인간에게 숙명적으로 부과된 것이다. 결국 셸링은 자연이란 자연 내면의 힘과 대립하는 원리들이 상호작용으로 이뤄진 복잡한 시스템이고 이런 내면적 원리들이 서로 대립 갈등함으로 자연과 역사의 발전이 가능해진다고 보며 이러한 자연의 대립과 갈등을 ‘자연의 찢김’으로 표현한다. 이 부정성의 발현이 자연과 역사의 발전과정이요 운동이란 얘기다. 인간도 악과 고통을 통해 자연의 발전과 인간의 정신적 도덕적 발전을 이해하게 되고 이러한 갈등과 긴장을 통해 인간 자신이 더욱 발전과 성숙을 얻게 된다. 그래서 자연의 찢김은 정신적 도덕적 발전을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된다.
절대자인 神은 자연과 인간 내의 부정성을 이성의 간지(理性의 奸智,trick of reason, List der Vernunft, 세계정신이 배후에서 인간정신을 속이고 인간끼리 싸우게 하는 등을 통해 역사의 뜻을 이루는 신적 활동) 를 이용해 자기를 실현해 가는 과정이며 이런 관점에서는 이 부정성이 인간에게는 고통이지만 절대자의 사랑이요 역사 전개의 동력이 된다. 셸링이나 헤겔의 경우 이 자연의 찢김 즉 고통은 우리 인식에서만 고통이고 신의 사랑이요 자기 역사 전개에서 필연인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셸링의 범신적 동일철학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고통과 부정성의 문제를 ‘자연의 찢김’이란 개념으로 이해한 것을 참고해 보는 것이며 성경이 만물이 고통 한다고 말씀하고 있듯이 이 고통은 하나님의 역사전개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롬5:3,4) 섭리적 역사 전개의 은혜에 소망을 두는 것이다. 현실이 찢김이고 고통이지만 구원 받은 하나님의 자녀인 경우 이 고통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변증법적 결과를 낳는다. (롬8: 28) 인간에게 소망이 있다면 그리스도의 복음을 통한 구원의 언약뿐이다. 천국 영생과 부활의 소망 새 하늘 새 땅의 영광된 언약은 인간의 유일한 소망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하건데 현재의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
2024.4.18.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