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과 트루스포럼
트루스포럼은 서울대학교 법대 대학원생들 중 기독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진 우파 애국 모임인데 서울대에서 시작돼 여러 대학으로 퍼져 좌파일색인 대학 문화에 우파적 안티테제로 전개된 우파운동권인 셈이다. 이 운동을 시작하고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이 김은구인데 이사람은 4대째 기독교 집안 출신인데 특징이 대단히 보수신앙이면서 정치적 견해 또한 스트롱 우파이다. 인상은 상냥하고 매우 겸손하지만 품은 뜻은 스트롱이다. 이름도 은혜를 구한다는 恩求이다. 또 정치적 우파만이 아니고 교회신앙이 여러면에서 도전받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도그마를 변증할 기재가 빈약한 한국교계를 걱정하기도 하는 오도독스 크리스쳔이다.
나는 7,8년 여 전부터 도올 김용옥 교수의 기독교관을 비판하는 글을 월간지에 기고하고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목회자가 돼 교회를 섬기는 동안 자유주의나 다원주의적 신학을 비판하고 성경 계시에 충실하고자 하는 복음주의로의 변환과 무관치 않았다. 나도 한신대에서 공부할 때까지만 해도 좌파성향이었는데 고학년이 되고 졸업과 동시 단독 목회를 하면서 영혼에 형성된 신학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전향이라고나 해야할지 우파적 복음주의자가 되었고 이에 따라 다원주의 민중신학 등의 좌파적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경향을 띄게 되면서 이와 관련된 칼럼들을 여기저기 써 대곤 했었다.
어떻게 하다가 Y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서 공부를 하게 됐는데 나는 아우구스티누스를 주전공으로 하려하고 있었는데 서양철학 전공자는 동양철학 2과목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되는 학칙에 따라 동양철학 세미나를 한 학기 듣고 있었다. 이게 그 학교와 결별하는 계기가 될 줄을 누가 알았으랴! 세미나 주관 교수가 도올 김용옥을 종종 칭송하는 게 아닌가 만학도인데다가 또 본시 대학원생이란 교수와 잘 지내면서 졸업이나 잘 하려는 경향인데 진주강씨 성깔 탓인지 은혜의 섭리인지 모르나
그 교수와 토론이 발생하게 됐다. 당시 나는 도올 김용옥이 하도 교회신앙을 까고 돌아다는데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논란은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또 대학원생 이전에 목회자 아닌가 처음에는 조용하게 문제제기를 했는데 말이 오가다 보니까 나도 좀 감정 섞인 표현을 하게 되면서 강의실은 아주 싸늘해지고 교수는 좀 당황하게 되어버렸다.
나는 원래 공부해서 무슨 그 덕을 보려거나 그런 의식이 없다시피 단순한 편이다. 굳이 졸업이니 학위니 하는 거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저 지적 호기심과 탐구욕에만 급급한 미숙아라고나 할까 나이 먹고도 실속을 못 차리는 인간 축에 드는 편이다. 교회도 부흥해서 어쩌구 은퇴해서 어쩌구 그런 계산을 못하는 심플거이라고나 해야할지?
그 교수는 그 후로 내가 거기서 졸업하면 안 된다는 심리 아니었을까. 그간 나의 지도교수는 정년 은퇴 해버리고 ...그 교수는 동양철학 동료 교수들에게 말해 나를 학교서 내보내고 싶은 심사를 노출했었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학교 명예와 관련돼 생략한다.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 더 붙어 있을 형편도 안 되고 미련도 없어서 그 학교를 수료로 끝내고 나와버렸는데 계산해 보니 대학원 석.박 시간 합해 11년간을 여기서 보낸 셈이었다.
그후 월간지에 도올의 기독교관을 비판하는 칼럼을 종종 쓰고 있었는데 어떻게 서울대 트루스포럼 세미나에서 나의 도올 비판글을 교재로 몇회 공부했다면서 김은구 대표가 전화를 걸어와 세미나에서 한 시간 강의해달라고... 당시 다른 일이 있어 못하고 말았는데 그 다음해에 김은구 대표가 전화해 나의 도올글을 책으로 내자고 했다. 고마웠다. 도올측에서 항의나 뭐 그런 시비가 있을 터라 신경 쓰일 텐데 역시 청년들이라 그런 싸움은 자기들이 맡겠다며 출판을 독려해 트루스출판사(트루스포럼의 출판사)가 출판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 원고를 완성하고 넘긴지가 2년을 넘겼다. 교정 보고 인쇄 넘기면 2,3주내에 책이 나오는데 차일피일 미루면서 작업이 지연된다.
들리는 얘기로는 포럼의 애국 관련 행사가 많고 특히 이승만 영화를 만드느라고 책 출판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듯 들렸다. 나는 “아니! 대학원생들의 신분에 무슨 이승만 영화야?“ 하면서 반신반의 했었다. 그 영화 만든다는 말도 이해가 잘 안 됐고 그냥 들리는 얘기정도로 알고 있었다. 자주 출판이 늦어져 미안하다고만 하며 진행이 안 되니까 은연 중 김은구 대표에 대한 불평이랄까 그런 게 좀 생겼었다. 주변에 책 출판한다고 선전해 돈을 보내준 분들도 계신데 면목이 없어져 간다.
그런데 이번 건국전쟁 영화를 보면서 의문이 다소 풀렸다고나 할까 ? 평소 말 들리던 대로 트루스포럼이 이 영화제작에 김덕영 감독을 도와 많이 수고한 것이 보였고 김은구 대표도 여러 장면에 출연했었다. 이승만 영화 만든다는 말이 빈말 아니었고 김은구 대표는 그 애국 열정으로 도네이션을 받아 영화촬영에 도움 주고 자신의 시간을 드려 이 영화를 만드는데 공헌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나의 도올비판서 출판 지연은 그간 건국전쟁 영화 만드는 일과 여러 애국 행사들로 인한 지연일 것이라 여겨 본다. 며칠 전 김대표는 원고를 프린트 해 들고 비를 맞으며 일부러 찾아와 최후 교정을 부탁하고 갔었다. 아마 건국전쟁이 끝나자 이제야 출판을 하려는 모양이다. 만사는 때가 있는 모양이다.
2024.2.16. 안티다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