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회통(大典會通)에 보면 모든 관원은 친척이나 인척 관계에 있는 자가 더불어 벼슬을 하게 되었을 때는 어느 한쪽이 이를 기피 하여 벼슬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것을“상피(相避)제도 또는 상피정신”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임금의 친계나 모계(母系) 또는 처가 쪽은 물론이요 아들 딸 지친과 외척들에게는 실제의 직책인 어떤 벼슬을 주지 않았다. 다시 말해, 왕과 혈연관계에 있는 모든 주위 사람에게 이“상피제도”가 적용된 것이다. 심지어 세자를 가르치는 세자의 스승까지도 세자가 등극하면 벼슬길에 나갈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법으로 만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피정신을 더욱 확대해석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유명관(愈命觀)이라는 사람의 아들 유계문(愈季聞)이 경기 관찰사로 임명이 되었는데 한사코 부임을 하지 못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사직 이유는 상피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즉, 자기 부친의 함자(銜字)의 끝자리인 관(觀)자와 관찰사(觀察使)라는 벼슬의 관(觀)자가 같기 때문이라는 논리였든 것이다. 이 소문을 듣고 아버지 유명관이 볼 관(觀)자를 너그러울 관(寬)자로 개명해 버리니 그때서야 임지에 부임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법의 확대해석과 사양지심의 극치라 입 밖으로 실소가 터질만 하지만 옛 선인들의 준법정신(?)이 대단하다 할 것이다.
[사설] 선관위 비위 ‘봐주기 면직’, 정치권 탈당 꼼수 따라하다니
https://www.chosun.com/opinion/editorial/2023/05/29/CWPIPJDU2BDZ3BVRTOMFL5JVSA/
어느 기관이든 비위가 있으면 그에 해당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저렇게 권력을 사유화하다가 걸려든 놈들을 면직(免職)으로 끝낸다고? 뭐.. 옛 선인들처럼 답답할 정도의 상피정신을 발휘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래도 그렇지 그동안 빨갱이 정권 때 임용된 최고위직에 있던 놈들의 비리를 단순히 면직으로만 처리하는 것은 국민 정서가 용서를 않을 것이다.
사족:
상피(相避)의 또 다른 사전적 의미는 가까운 친척의 남녀가 거시기하는 거 즉, 근친상간(近親相姦)을 두고 이름이다. 이럴 땐 좀 된 발음으로“‘쌍피’ 붙어 처먹었다”라고 발음한다. 권력을 사유화한 개자식들의 꼬라지가 근친상간 쌍피 붙어 처먹듯 하다 쌍코피 터질 날이 멀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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