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人類)는 언제 멸망하는가
미국 핵과학자회에서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을 파멸을 상징하는 자정 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 지구 종말까지 남은 시간은 90초다. 그 이전까지는 100초 전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핵 사용 우려가 커지면서 10초를 더 당긴 것이다. 물론 이 시간은 핵 사용을 자제하자는 상징적인 시간이다.
지구상에서 핵전쟁이 벌어진다면 인류 종말은 오게 될지도 모르지만, 지구 종말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인류가 사라진 지구는 종말과 다름없다고 주장한다면 수긍할 수 있겠지만. 지구는 지구 내부의 사정이나 사건으로 종말을 맞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구의 주인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을 뿐. 핵전쟁이 벌어지고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지구상에는 다른 생명체가 등장하여 번성을 누릴 것이다.
지구의 주인이 바뀌는 사건은 여러 차례 있었다. 지구상에 동물이 출현한 이래 수십 차례의 '멸종'이 발생했고, 그중에 '대멸종'으로 부르는 것은 다섯 차례가 있었다. 다섯 차례 중에 유명한 대멸종이 3차와 5차의 대멸종이었다. 두 차례의 대멸종은 정확하게 원인도 밝혀진 상태다.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과 중생대 백악기 대멸종이다.
페름기 대멸종은 지구 역사상 최대의 멸종 사건으로 2억5천만 년 전에 발생했다. 시베리아 지방에서 지층의 폭발로 용암이 쏟아져 나왔다. 현재의 시베리아 벌판은 그 당시 형성된 것이다. 이때 분출된 용암의 양은 지구 전체를 수 미터 이상 덮을 양이었다. 지상의 용암은 지상의 식물과 석탄을 태우며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덮었다. 지구는 지옥 그 자체였다. 수천 년간에 걸쳐 해양식물 종의 96%와 육상 척추동물 종 70% 이상이 이때 절멸했다.
백악기 대멸종은 6천6백만 년 전에 일어났다.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엊그제였다. 백악기 지구의 주인은 공룡이었다. 원인은 우주에서 날아온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였다. 충돌 위치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였다. 대규모 충격파가 지구를 덮쳤고 불똥과 산성비가 지구로 쏟아져 내렸다. 이때 공룡은 멸종했고 파충류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고인류의 출현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지구의 나이는 46억 년으로 알려졌고 40억~ 35억 년 전쯤에 지구에 최초의 생명체가 발현했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약 400~ 500만 년 전 출현했고 현생인류는 약 2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것은 약 1만년 전이었고 문자를 사용한 역사시대는 약 5천년 전에 시작했다. 지구의 시간을 하루로 가정했을 때 인류의 시간은 이제야 3초가 흘렀다고 한다. 이제 막 태어난 신생아인 인류에게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리 걱정할 일은 없다.
지구에서 핵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인류가 절멸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구에 소행성이 충돌하더라도 인류는 공룡처럼 무력하게 멸종되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는 공룡과 다르게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가지고 있고, 바퀴벌레처럼 강력한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엊그제 지구 상공 3600km 상공으로 소행성이 통과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를 향해 달려오는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기 위하여 우주선을 발사하여 충돌시키는 시험이 성공한 바 있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도 많이 나와 있다.
환경론자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에 극지방 얼음이 녹으며 지구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선동한다. 그러나 극지방의 주민들은 지구온난화에 무관심하다. 극지방에 얼음이 녹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기적으로 발생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보다 빙하기를 더 걱정한다. 현재는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의 간빙기 시대이고, 빙하기가 다시 도래했을 때가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학자들은 빙하기 시절 생존 인류는 10여 명에 불과했고, 이 생존 인류에서 인류가 번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류는 가공할 만한 과학기술과 바퀴벌레 같은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류는 영원할 수 없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우주에는 영원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이 밤하늘을 쳐다보며 아내에게 저 별처럼 영원히 당신을 사랑하겠노라고 고백했다면 당신은 사기꾼이 될 수 있다. 저 별마저도, 우리의 지구마저도 우주까지도 유효 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류는 웬만해서는 절멸하지 않는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인류는 확실하게 멸종한다. 그때는 언제쯤일까. 태양이 수명을 다하여 꺼질 때이다. 영원히 불타오르는 태양, 그것은 소설이나 종교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었다. 태양도 연료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태양의 불길은 소등될 것이다. 태양이 소등되면 지구는 암흑에 빠지고 광합성을 하는 식물을 시작으로 차차 온 생명체가 대멸절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구의 종말은 좀 더 빨리 온다. 태양이 마지막 연소를 하게 될 때 쯤 태양의 몸집은 몇 배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때 지구는 마지막 타오르는 태양의 품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지구의 종말은 검은 암흑의 지옥이 아니라 뻘겋게 타오르는 연옥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태양이 부풀어 오를 때 지구는 뜨거워지면서 식물이 말라 죽고 바다가 끓어오르면서 대멸절의 경고음을 울리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인류에게는 '과학'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이 꺼지기 전에 태양계를 탈출하여 다른 은하계로 이민 가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빅뱅의 대폭발로 시작한 우주는 팽창을 거듭하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렀을 때 대붕괴(빅크런치, 빅립)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결국 인류는 도망갈 곳이 없다. 이런 이론이 틀렸거나, 다중우주(多重宇宙)의 가설이 적중하여 우리 우주 외에도 다른 우주들이 병존하고 있다면 유효 기간이 많은 우주를 찾아내어 인류가 이동하는 것이다.
태양의 종말까지는 약 50억 년이 남았다고 한다. 영겁의 시간이다. 인류는 코끼리 등에 올라탄 개미 떼와 같다. 늙은 코끼리는 수명을 다하여 바닷가의 자살절벽으로 걸어가고 있다. 개미 떼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늙은 코끼리가 깊은 바다에 몸을 던지기 전에 개미 떼는 저 멀리에 있는 젊은 코끼리의 등으로 이사 가야 한다. 코끼리 등에서 구할 수 있는 털과 먼지와 진드기와 같은 소재만을 이용하여 저 멀리 날아가야 한다. 인류에게는 그런 능력이 있다. 인류는 바퀴벌레보다 더 나은 지능과 과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