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날은 언제나 설렌다. 일하다가 서둘러, 그것도 유니폼에 넥타이만 매고 포터를 몰고 출발하는데도 저녁 7시가 넘는다. 말이 포터지 요새 포터는 나의 첫 차 엑셀프레스토만큼이나 조용하고 잘 나간다. 나의 승용차는 주인 잘못 만난 탓에 먼지만 잔뜩 뒤집어쓰고 주차장 구석에 처량하게 방치돼 있다. 본넷에는 닭둘기가 똥을 뿌지직 싸놨다.
고향 가는 길은 눈 감고도 가는 길이라 내비가 필요 없는데 그놈의 과속단속 카메라 때문에 내비를 켰더니 쓸데없는 안내가 너무 많아 이건 완전 수다쟁이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안내해주면 친절한 줄 착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내비에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따로 있다. 조사는 명사 뒤에 바로 붙여서 쓰고 읽을 때에도 연달아 읽어야 한다. 그런데 내비의 안내 멘트는 명사와 조사를 끊어서 말을 하니 듣기에 영 어색하다. ‘300미터 전방에 졸음쉼터가 있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300미터 전방에 졸음쉼터, 가~ 있습니다.’란다.
‘가~ 있습니다?’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300미터 전방에 100킬로미터 고정형 이동식 과속 단속 구간입니다.’
고정형 이동식이라... 저걸 고정형 이동식이라 해야 하나, 이동형 고정식이라 해야 하나? 둘은 뭐가 다르지?
생각이 별 희한한 데까지 다 미친다. 이럴 때는 내가 나를 봐도 내가 참 밥맛이다. 카메라 박스는 지상에 고정돼 있고 속에 든 카메라를 넣었다 뺐다 하면서 우리를 속여먹는 게 고정형 이동식이라면, 카메라가 박스에 빼도박도 못 하게 고정돼 있고 박스를 통째로 옮길 수 있으면 이동형 고정식이라 하겠지. 그런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나저나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천지가 개벽했나? 두메산골 막다른 골짜기 내 고향 앞으로 고속도로공사가 한창이다. 천둥벌거숭이 시절에, 여기 이리로 고속도로가 생길 줄 상상이나 했을까. 이럴 줄 알았더라면 미리 땅이라도 사뒀다가 보상금을 넉넉히 받아 챙겼으면 대장동 일당들 하나도 안 부러울 텐데.
설날 아침 술상을 앞에 두고 내가 이재명을 도마 위에 올렸다. 형수한테 쌍욕 하는 인간말종 생양아치는 정치판에서 쫓아내야 한다고 했더니 조카들은 형수가 시어머니한테 욕을 해서 그랬단다.
“그렇다고 형보수지를 해? 그러면 형님한테는 왜 욕을 했대? 형님이 친어머니한테 욕을 했다는 거냐?”
이런 싸가지 없는 조카들한테 세뱃돈 줄 생각을 하니 은근히 신경질이 난다. 위로 어른들한테는 용돈을, 예쁜 제수씨들한테는 명절 스트레스 위로금을, 왕싸가지 조카들한테는 세뱃돈을 각각 줬더니 웬만한 월급쟁이들 한 달치 월급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해야 할 일이 많아 서둘러 돌아왔다. 이틀 전만 해도 내 차에 기름을 넣어주던 멀쩡한 주유소 사장이 별세했다는 모바일 부고장이 날아왔다. 공대 출신에 향우회 회원이면서 시인이다. 나이 60 넘으면 '밤새 안녕'이라 한다는데 그 말이 실감난다. 조문을 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문자가 여러 통 들어와 있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문자다.
‘새해가 밝은 지 언젠데. 이건 그냥 설이지 무슨 새해.’
복을 두 번이나 받으니 좋기는 좋다마는 이거 좀 명확하게 교통정리할 어른은 없을까?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소음 없이 실내를 쾌적하게 만드는 환풍기로 변신하는 마술
게시물 삭제요청방법
Copyright(c) www.nongak.net
tapng97@hanmail.net
연락처 : 010-4696-7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