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이준석, 강용석.
작년 6월 경기도지사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국힘당 김은혜는 민주당 김동연을 1%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가 시작되고 밤 3시쯤에는 김은혜 후보 사진 옆에 '유력'이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새벽 5시가 넘도록 김은혜는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았기에, 확실히 이겼구나 하고 잠자리에 든 사람들은 아침에 경악해야 했다.
김은혜가 패배한 것은 0.14% 차이였다. 아마도 이때 많은 사람은 강용석을 떠올렸을 것이다. 무소속으로 경기도지사 출마를 강행했던 강용석, 강용석의 득표율은 0.95%였다. 만약에 강용석과 김은혜가 단일화를 했더라면, 강용석이가 고집을 꺾고 불출마를 했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런 사태에 대해서 반성 한 가닥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
강용석과 김은혜가 단일화를 하지 못했던 것은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때문으로 추측된다. 당시 이준석은 가세연과 강용석이 제기한 성상납 문제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태였다. 그래서 이준석과 강용석은 사이가 험악했다. 강용석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것도 이준석과 국힘에 대한 '곤조 부리기'가 일정 작용했다고 추측된다.
문제의 근원은 가세연에서 출발했다. 가세연이 이준석에 대한 성상납 의혹을 제기한 것은 22년 초부터였다. 이준석에게 특별한 정치적 과오는 없었다. 다만 보수우파 일각에서는 이준석에 대한 비호감이 상당 부분 존재하고 있었다. 이준석의 과거 발언이나 언행에는 진성 보수우파의 미움을 받을 만한 소지가 다분히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것은 미운 정도이지, 때려죽일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보수우파의 DNA 한쪽에는 같은 보수끼리 불만과 증오와 저주를 퍼붓는 '이지메'가 예나 지금이나 도사리고 있었다. 이건 글을 처음 쓰던 20년 전이나, 4.3운동으로 중앙에서 보수단체들을 자주 만나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같은 보수정당끼리, 같은 보수단체끼리도, 심지어 한솥밥 먹는 논객끼리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미워하고 축출하려는 이지메 버릇이 있다. 처음에는 경쟁과 견제로 시작했겠지만, 이것이 커가면서 상대방에 대한 살의로 자라는 특성이 있었다. 심지어 이준석은 선거에 승리한 공로가 있어도 이지메를 당하고 있었다.
가세연과 강용석의 공격은 이준석의 낙마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준석은 버텨냈고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강용석은 이준석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아마도 추측건대, 이준석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덮는 대신에 지방선거 후보직이나 총선에서 자리를 하나 달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이때까지도 희망은 있었다. 거래가 원만히 성사되었다면 이준석 당 대표, 김은혜 경기도지사, 강용석 국회의원이라는 시나리오는 잘 굴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강용석의 거래 제안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거래는 깨졌고 동시에 휴전도 깨졌다. 이준석에 대한 공격도 재개되었고 강용석은 경기도지사 출마에 나섰다. 김은혜의 지지율은 불안했고 단일화 요구가 이어졌다. 승리를 굳히기 위해서는 당연히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바였다. 여기까지도 희망은 있었다.
그러나 단일화는 불발되었다. 김은혜가 멍청했거나, 이준석이 곤조를 부렸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 대가는 두 사람이 치를 예정이었다. 보수우파끼리 특별한 이유도 없이 미워하고 배척하는 이지메 버릇이 '큰일'을 그르친 것이다. 경기도지사직과 당대표직과 국회의원직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보수우파 국민에게도 큰 충격과 상처를 준 사건이 되었다.
김은혜는 백수가 되었다가 대통령의 배려로 청와대에 취직했고, 이준석은 완전 백수가 되었다. 강용석은 변호사라는 본업이 있었으니 입에 풀칠은 하겠지만 선거 후유증으로 송사에 휘말리고 있는 모양이다. 쟁쟁한 멤버들이 모여 공영방송을 능가할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하던 가세연에는 오늘도 김세희 혼자서 쓸쓸히 마이크를 잡고 있다.
쓸데없는 이지메이거나,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의혹 제기라는 가세연의 작은 날갯짓이 보수우파의 한 편에 커다란 생채기를 남기는 사건으로 비화하였다. 같은 편을 할퀴어 대는 보수우파의 나쁜 버릇은 언제쯤에 사라질 것인가. 오늘도 보수우파의 마당에는 부랄만 한 보수정당들이 모여앉아 서로를 헐뜯고, 보수단체들은 편을 갈라 싸우고, 논객들은 서로에게 욕설을 뱉으며 오로지 자기만이, 오로지 자기 정당만이 최고라며 침을 튀기고 있다.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