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가깝게 지내지 않는 사람이 내 서재에 들어와 서가에 꽂힌 책 제목을 훑어보면 나를 영락없는 좌파로 오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비롯하여 좌파 서적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본론]은 자본주의를 논한 책이지 공산주의를 논한 책이 아니다. [공산당 선언]도 팸플릿 크기라서 책이라 할 것도 못된다.
책도 책 같지 않은 책이지만 문재인의 자서전 [운명]도 있다. ‘책도 책 같지 않은 책’이라고 한 이유는 유명인의 자서전은 대필 전문가가 알아서 써주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만 대충 짜고 구술만 해주면 나머지는 전문가가 알아서 폼 나게 각색해서 써준다.
두 권짜리 고급판으로 나온 김대중 자서전은 온통 자랑으로 가득하다. 다 읽고 난 소감은 ‘행동하는 양심 불량’이었다는 결론이다. 문재인이라는 인간은 자서전만 보면 그렇게 신사일 수가 없다. 이런 신사 양반이 어떻게 대통령을 해먹었을까 믿어지지가 않는데 미안하고 고마운 세월호 학생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문재인 자신도 부정할 수 없을 터. 문재인의 [운명]을 읽고 난 소감은 ‘노무현 집사나 할 운명’이었다는 결론.
퇴임 후 잊혀진 삶을 살고 싶다던 문재인이 관심종자 되고 싶어 안달 났는지 연하장을 냈다. 연하장 내용이 낯가죽 두껍고 야비하기 그지없다. 이태원 사고를 얘기하면서 특등 머저리 잠꼬대하는 소리를 해대는데 정말 뻔뻔스럽다. 세상에 뻔뻔 월드컵이 있다면 문재인은 메시급.
생뚱맞은 문재인의 연하장은 평산마을에서 보는 영축산은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형상이라는 글로 시작한다. 어디서 읽었거나 듣기는 들은 모양이다. 내 사무실도 영축산 언저리가 끝나는 낮은 평지에 있어서 옥상에 올라가면 문재인 사저에서보다 더 잘 보인다.
글쎄다. 영축산이 독수리가 날아오르는 모양인지 내려앉는 모양인지 그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일 테고, 내가 보는 영축산은 흡사 침몰 직전의 뒤집어진 세월호 배때지 모양이다. 날마다 세월호 배때지를 쳐다보면서 (미안하고) 고마워하는 인간이 이태원 사고는 또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울까. 이태원 사고 덕분에 윤석열 정부의 수사가 동력을 잃고 멈칫했으니 말이다.
듣기 좋은 말로 치장하고 에두를 것 없이 문재인은 이태원 사망자에게 고마워 죽겠다고 하는 게 맞다. 그래, 평생 고마워하면서 살아라. 그게 삶은 소대가리의 운명이다. 그나저나 새해 벽두부터 재수 지지리도 없는 연하장을 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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