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인사하는 메시지가 답하기 귀찮을 정도로 온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잘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그까짓 글자 치는 것도 귀찮은 듯 어디서 내려 받았는지 영상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도 글자 흐느적거리며 꾸물꾸물 천천히 기어 올라오는 인사는 영 밥맛이다.
그런데 새해의 시작이 양력설 1월 1일과 음력설 정월 초하루만 있는 게 아니다. 양(陽)의 기운이 다시 퍼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로 보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땅이 데워져 따스한 기운이 퍼지는 입춘(立春)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양력설과 음력설과 동지와 입춘, 그래서 새해가 네 가지나 된다는 얘기다. 동양의 전통 역학에서는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바뀌고 사주팔자를 보는 기준이 된다.
올해 음력설은 1월 22일이고 입춘은 2월 4일이다. 좀 있으면 음력설 1월 22일을 전후로 계묘년 토끼띠 해가 밝았다면서 ‘근하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가 또 오고 글자 꾸물거리는 영상문자도 또 올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해가 바뀌는 날 따로, 띠가 바뀌는 날 따로 있어서 뒤죽박죽이다. 당장에 언제부터 2023년 계묘년 토끼띠인지 아주 난감해진다. 오늘 태어난 아기는 범띠인가 토끼띠인가?
TV마다 계묘년 토끼띠 해가 밝았다면서 근하신년 인사를 한다. 정신이 반쯤 나간 어느 전문가라는 인간은 ‘신정에도 복 받고 구정에도 복 받고 복을 두 번 받으니 이 얼마나 좋으냐’고 ‘씰데읎는’ 소리를 지껄인다.
전통을 바꾸기가 어렵다는 줄은 안다. 그러나 전통도 전통 나름이다.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꾸고 버릴 것은 버릴 줄 알아야 한다. 양력을 쓰는 시대에는 양력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 비록 양력 1월 1일이 천체운동과 관계없이 임의로 정한 시점이기는 해도 이미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어 쓰인 지 오래다. 그래서 양력 1월 1일을 새해 첫날로 하고, 띠도 바꾸고, 설날도 겸하는 게 옳다.
국민들이야 노는 날 많을수록 좋아한다. 특히 충동적인 낭만과 오락의 결핍에 빠진 젊은이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이태원 사고도 충동적인 낭만과 오락의 결핍에 빠진 젊은이들이 근본도 없는 외국 귀신놀이에 빠진 탓이다. 제대로 된 나라의 지도자라면 그런 습성을 붙이지 못하도록 말려야 한다. 일찍이 이중과세의 폐단을 바로 보고 과감하게 구정을 폐하고 신정을 쇠도록 밀어붙인 박정희 대통령의 소신이 더욱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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