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최종회, 백제의 부활)
전라도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반목(反目)과 질시, 천대(賤待)의식은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된 일이었다. 그리하여 원인과 이유를 파악할 수 없는 이러한 현상은 해법을 찾을 길이 없었다.
해법이 없기에 치유가 불가능한, 따라서 이 문제는 우리의 비극이 된 지 너무도 오래된 일이었고, 뜻있는 국민들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러나 의외로 그 원인은 역사속에 있었다.
백제가 서기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이후, 서기 900년에 이르러 견훤의 백제가 출현하였다. 이름하여 후백제. 약 36년의 짧은 통치 끝에 왕건에 의해 936년 후백제는 멸망했다.
그러나 백제 멸망 이후에도 왕건은 백제와 백제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그 염려와 근심을 왕건은 훈요십조에 남겨놓았다.
'차령이남 사람들은 등용하지 말라.‘
한 마디로 반역향이라는 것이었다. 고려왕조에 굴복하지 않는 백제인의 저항정신을 왕건은 반역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 후 1300년이 지나갔다.
왕건이 염려한 것처럼 백제는 멸망하지 않았다. 무려 천년의 세월이 흘러갔지만, 호남인들은 백제의 영광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백제는 호남인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영원한 이상향(理想鄕)이었고, 신분과 존엄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필자(筆者)가 전라도인의 가슴에서 백제를 찾아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최근에야 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가를 추적하다가, 마침내 전라도 사람들의 가슴에서 백제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니까 전라도인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백제부흥운동을 지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었다.
왕건의 고려시대, 호남 반역에 대한 감시가 차령이남 사람들, 즉 호남인에 대한 배척과 천대와 멸시로 나타났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부당함에 대한 저항은 백제의 정신이 되어, 천대를 받을 때마다 피의 유전(遺傳) 속에 담겨지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은 호남과 비호남의 분열과 대립이다. 결국 무의식 저편에서 불러일으키는 백제부흥운동을 우리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인들은 지금 독립을 꿈꾸고 있다. 그 꿈은 다시 백제를 건국하고자 하는 백제부흥운동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니 지역감정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한번이라도 전라도인에 대한 멸시와 천대를 받아본 사람은 인생관이 바뀌기 마련이다. 필자도 그런 경험을 한두번 겪어본 일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이런 말을하였다.
"나는 전라도사람으로 태어나서 영광스럽다. 당신들이 그리하기 때문에 나 역시. 뭔가 할 일이 있다.“
전라도사람들이 언제까지 조롱과 멸시, 손가락질 속에서 비굴의 삶을 살리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강인한 백제의 피는 때론 임진왜란의 충절(忠節)로 나타나고, 일제에 맞선 광주학생의거로 나타나고, 5.18로 나타나고 있었다.
지금 전라도 사람들은 백제인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것이 심리 저 깊은 곳에서 이유없는 천대와 이유없는 반항으로 나타나는 오늘의 반목(反目)이다.
백제의 부활을 염려하는 왕건의 경계심은 고려 조정의 주요 국가정책이 되었으리라. 천대와 박해와 멸시는 조선으로 이어지고, 이에 대한 전라도인의 반항은 뼛속 깊이 새겨져, 이제 백제부흥운동으로 나타난 것이라 보면 된다.
이미 한반도는 삼국정립(鼎立)시대로 회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이 순행하는 역사의 반복이라 싶다. 합쳐진 것은 흩어지고, 흩어진 것은 다시 합치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 3국으로 흩어질 때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백제는 그 정신과 함께 다시 부활(復活)해야 한다는 것이다. 1500년 전 해양왕국으로서 바다를 지배하던 백제의 위용을 재생시키는 것이 오늘의 시대가 요구하는 일일 것이다. 중국과 일본, 필리핀까지 퍼져있던 백제 22담로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백제의 꿈이다.
휘황(輝煌)찬란(燦爛)한 백제문화의 복원을 천년이 넘도록 담고 있던 전라도인의 가슴. 그런 위대한 백제의 후손들이 멸시와 조롱 속에서, '전라도 개땅쇠'로 언제까지 살리라는 생각은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전라도 사람들은 백제인으로, 백제코리아 사람으로, 백제민족(백민)으로 살고자 한다. 그러므로 백제의 부활에 대해 어떤 판단도 비난도 하지 말라. 인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뿌리깊은 꿈이요, 역사의 순행이다.
(10년 전 태평로 포럼에서 발표한 글이지만, 지금도 변함없는 현실을 보면서 가슴 아픕니다. 다만 11부 백제의 부활은 오늘 아침 쓴 글입니다. 바쁜 가을농사철에도 이제까지 생각한 것을 그대로 옮겨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정재학이의 정의이자, 전라도 사람들의 꿈입니다.
부디 우리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오해 없으시기 바라면서, 부족한 글 마칩니다.)
2022. 10. 21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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