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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역의 자유는 없다

작성자:

정재학

조회: 1477 등록일: 2022-09-01

- 반역(反逆)의 자유는 없다 -   <o:p></o:p>   <o:p></o:p>오늘은 가을이 오는 들길에서 망국(亡國)을 생각하였다.   <o:p></o:p>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하늘과 내가 딛고 서있는 땅 모두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뿐이겠는가. 하늘과 땅 사이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들도 함께 잃는다는 것이니, 서러운 것이 어디 가을길뿐이겠는가.   <o:p></o:p>너와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존귀(尊貴)한 인간이라고 해서 온전할 까닭이 없다. 나의 이름과 생명도 나라를 빼앗아 간 자의 소유가 된다는 것이므로, 나는 누군가의 노예일 것이며, 나의 자유는 누군가의 권력이 될 것이다.   <o:p></o:p>바로 그 일이 일어난 해가 1910년의 일이엇다. 이완용은 자기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자신의 역할을 맡았을 것이라 했다. 이완용의 변명처럼 역적은 얼마든지 세울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호의호식(好衣好食)으로 민족의 피 위에서 호사스런 삶을 누린, 그 비양심의 영혼은 더러운 것이다.   <o:p></o:p>물건이든 사람이든 내것을 잃어본 사람은 그것을 되찾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안다.   <o:p></o:p>망국(亡國)의 설움을 겪어본 자는, 한번 잃은 나라를 되찾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안다. 얼마나 뼈에 사무치고 얼마나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하는가를 안다. 일본이 미국에 의해 패망하지 않았다면, 해방과 독립은 단언코 없었을 것이다. 만주 주둔 관동군만 60만명, 맥아더를 방어하기 위해 필리핀에 투입된 일본군만 40만명이었던 일본이었다. 우리가 소구루마를 끌고다니던 시절에 일본은 항공모함을 만들어 진주만을 공격하였다. 종이비행기를 하늘에 날릴 때, 일본은 제로전투기를 만들어 태평양을 호령하고 있었다.   <o:p></o:p>의열단, 광복군 몇 백명으로 500만 일본군을 무찌르고 독립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망상은 버리는 게 좋다. 백범 김구의 광복군은 포기하지 않는 대한(大韓)의 의지(意志)이자 꿈이었을 뿐이다.   <o:p></o:p>달 밝은 어젯밤에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달맞이꽃만 노랗게 피어있던 밤길에서 나는 다시 자유를 생각하였다.   <o:p></o:p>내가 잃어버린 자유는, 내 자유를 빼앗아 간 자의 권력이 된다는 사실에서 두 눈을 감는다.   <o:p></o:p>그러므로 우리는 두 번 다시 망국(亡國)의 길을 걸을 수 없다. 망국(亡國)으로 끌고가는 자의 자유도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반역(反逆)할 수 있는 자유는 있을 수 없다.   <o:p></o:p>지금 이 들판에서, 일제는 무려 36년을 머무르면서 기름진 쌀을 수탈(收奪)해 갔다. 그 쌀은 일본군을 먹여 살렸고, 수많은 침략의 밑거름이 되었다.   <o:p></o:p>이 들판에는 70여년 전 인공기를 든 자들이 포기에 달린 나락알을 세면서 현물세를 받아갔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나누는 평등이었다. 빼앗아 가기 위해, 그들은 이 마을에서 어린아이 포함 123명이나 되는 가진 자의 가족들을 죽였다.   <o:p></o:p>국가와 민족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자유의 가치다. 하늘과 땅의 가치이며, 무수한 생명들의 가치일 것이다.   <o:p></o:p>남의 것을 빼앗는 자유는 없다. 남의 자유를 빼앗는 나의 자유 역시 허용할 수 없다. 남의 자유를 소유하는 자의 권력을 인정할 수 없다. 내 능력이 추구하는 자유로움은 나의 삶이다. 그러므로 내 삶을 위협하는 공산(共産)의 세계를 용인할 수 없다.   <o:p></o:p>지금 이 땅에 사는 자에게, 이 땅과 하늘과 사람을 반역(反逆)할 자유는 없다. 자유민주를 짓밟는 자유는 더욱 없다. 자유대한민국에 대한 반역(反逆)의 자유는 더더욱 없다.   <o:p></o:p>이완용의 자유는 없다. 반역을 변명할 자유도 있을 수 없다. 더러운 영혼에 대한 비판의 자유는 있겠으나, 역사는 이완용에 대한 사면(赦免)도 용서(容恕)도 허용치 않을 것이다.   <o:p></o:p>들녘에서 농부는 오늘도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국가에 바치고 배급 타먹는 농부가 되지 않길 빈다.   <o:p></o:p>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본다. 아직 들국화는 피어있지 않았다. 비록 꽃이 없는 길을 내 여기까지 걸어왔더라도, 후회로 남는 일은 없다.   <o:p></o:p>다만 이 길에서, 뒤따라올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어드메 길목 휘어돌아가는 자리 혹은 갈릴 수 있는 길에 꽃다운 이정표(里程標) 하나 남겨 놓았으면 싶다.   <o:p></o:p>   <o:p></o:p>2022. 9. 1.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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