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가 멸망하고 오대십국시대에 후량(後梁)의
왕언장(王彦章)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말단 병졸부터 시작하여 후량 태조 주전충(朱全忠) 휘하에
장군까지 올랐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좀 무식하기는 했지만 용맹과 기백만큼은 충천하고 힘도
장사여서 전장터에 나아갈제면 반드시 무거운 쇠창을 지녔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또 하나의 이름이 왕철창(王鐵槍)이다.
후일 후당(後唐)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그가 포로로 잡혔을 때 후당의
왕 이존옥(李存勗)이 그의 무용을 가상히 여겨 부하로 삼고자 하였으나
“내가 양나라의 은혜를 입은 몸으로 죽음이 아니면 무엇으로
그 은혜를 갚겠는가. 아침에 양나라를 섬기던 몸이 어찌 저녁에 진나라를
섬길 수 있겠으며 살아서 무슨 면목으로 세상 사람들을 대하리까?” 하고
기꺼이 죽음을 택하였다 한다.
자기가 모시던 군주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초개같이 버릴 줄 아는
왕언장.
참 의미있는 삶이다.
장수로서 갑옷을 두르고 나설 때면 언제나 입버릇이 되어버린 독백.
"표사유피 인사유명(豹死留皮 人死留名)"
혹자는 '표사유피'를 '호사유피(虎死留皮)'라고도 부르지만
표범(豹)이든 호랑이(虎)가 되었든 그 의미하는 바는 한결같아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이다.
왕언장이 한 이 말이 천년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없이 전해 오는
것은 아마도 인간이 사는 가치관이 그만큼 중요함을 잘 말해 주는
것이라 가히 명언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인간이 인간됨의 표현이요, 장부라면 장부다운 기개가 아니던가.
예로부터 대장부는 충절을 제일의 명예로 삼아왔다.
요즈음 정가는 어느 때보다 부산하다.
덩달아 저자거리에 회자되는 말들이 온통 정치얘기다.
떠나는 정권과 들어서는 정권의 희비가 예사롭지 않다.
떠나는 정권의 몽니는 더욱 우리를 부끄럽고 슬프게 한다.
누가 정치인인지, 정상배인지 그 민낯이 잘 드러나 보인다.
깡패세계는 아무리 좋게 보아줄려고 해도
두목이나 졸개나 다 한 배를 탄 양아치 집단일뿐 더 이상,
더 이하도 아니다.
역사는 어디론가 흐른다.
무심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나 꼭 이름을 지어간다.
한 시대를 머무르고 떠나는 이들도 분명 사람의 모습과 얼을
지녔을진대~
그들은 과연 어떤 이름을 남길까?
자못 궁금해진다.
2022.4.14
카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