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故意) 오타(誤打)의 미학(美學)
안티다원님께서 쓰신 '오타의 미학'이라는 글을 읽다 보니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옆구리가 아파온다. 내가 찔렸기 때문이다. 내 글에는 오타가 많다. 하도 오타가 많아서 요새는 대충 훑어보며 퇴고를 하는 척 하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아예 퇴고나 검토 같은 것을 한 적이 없었다. 아예 마음 먹지도 않았다.
처음에 논객질을 시작할 때 논객의 글은 기존의 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일종의 '논객의 미학' 아니면 '논객의 자유'라고나 할까 그런 것 비슷한 감정이었다. 종이 신문이나 메이저 언론사의 논설위원들은 격식과 품위를 갖추고 써야 하지만, 우리 논객들이야 뭐 그런 규칙이 어디 있으며, 그런 굴레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논객 제일의 자유는 그런 것이라고 믿었다. 논객은 맞춤법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의 제일 신조였다. 그래야 비속어나 사투리도 자유스럽게 구사하고, 메이저 언론의 칼럼리스트들이 쓰지 못하는 육두문자야 말로 논객들의 전유물, 첫 째 가는 무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맞춤법을 비웃으며 준수하지 않았고, 오타가 난 것을 발견해도 일부러 수정하지도 않았다.
옛날 노무현 시절 논객사관학교라 일컬어지던 데안토(데일리안 토론방)에서 논객질을 시작했다. 당시 기라성 같은 논객들이 모여 있었다. 토론방에는 매일 수십, 수백 편의 글들이 올라왔고, 거기에서 추려진 10편 만이 내일 아침에 대문에 올라갈 수 있었다. 당시 나는 자영업 시절이라 퇴근해서 집에 오면 밤10시가 넘었다. 밤 12시 00분까지 글을 올려야 내일 대문에 게시될 수 있다는 강박에 속도전으로 매일 글을 썼다. 당연히 글이 휘날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맞춤법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당시는 걸핏하면 논객들끼리 싸움이 벌어지던 시절이었고, 싸움에서는 그 논객이 썼던 수년 전의 글까지 뒤집어내어 공격하던 시절이었다. 옛날 글을 캡쳐해 두었다가 왜 생각이 바뀌었냐는 공격도 많았다. 그래서 행여 싸움에서 글을 몰래 수정했다는 공격을 받을까봐 이미 게시판에 올라간 글은 아예 내 글이 아니라고 치부했다. 그래서 글을 수정한다는 생각은 손톱의 때만큼도 없었다. 물론 오타마저도 수정할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다.
그때에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마침표를 쓰지 않았다. 모두 쉼표만을 사용했다. 그래서 옛날 나의 글에는 마침표가 없다. 처음에는 시간 관계상 쉼표만을 썼지만 나중에는 쉼표에 애정이 생겼다. 마침표는 둥글지만 쉼표는 바람개비처럼 역동적이다. 그 역동성이 비바람 이름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비바람답게 쉼표만을 쓰자고 했다. 그리고 비바람의 글은 빨갱이가 멸종할 때까지 마칠 수 없었기에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는 그런 환상에 젖어 나의 글에는 마침표가 없었다.
몇 년 전까지도 나의 글에는 오타도 존재하고 마침표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었다. 어느 날 나의 글에 이런 댓글이 붙었다. "비바람님의 글을 매일 퍼다가 여기저기 뿌리는 사람인데 오타 때문에 글을 수정하려니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글에 마침표 제발 찍으세요. 글은 멋진데 맞춤법이 틀리면 글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이건 뭔가, 망치로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의 글을 남에게 읽히기 위하여 쓰면서도 남에 대한 배려는 전혀 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미쳐왔다.
그때부터 마침표를 사용했다. 애국 논객들의 글에는 저작권이 없다. 많이 읽을수록 좋다. 그래서 내 글을 칼럼으로 쓰겠다는 우파신문들이 연락 오면 무조건 승락을 해줬다. 그때부터는 맞춤법도 준수해야 했다. 나야 괜찮지만 그 언론사의 공신력까지 실추시켜서는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게시하기 전에 한글에다 붙이고 띄어쓰기를 검토해 본다. 그뿐이다. 지금도 맞춤법이 약간 틀린들 그게 무슨 대수랴 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문학에는 '시적 자유'라는 게 있다. 시나 소설을 쓸 때, 사투리나 대화를 표현하면서 맞춤법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거다. 논객의 글은 자유로워야 하고, 비속어나 육두문자가 들어가야 감칠맛이 난다. 자유롭게 쓰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준수할 필요가 있다. 하나둘 정도는 오타로 봐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난무하면 글의 품격이 떨어지고 논객넷의 품위에도 손상이 간다.
한글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수십 년 글을 써도 어렵다. 이게 또 뭐하는 짓인지 맞춤법이 세월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지랄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최대한 준수해야 한다. 그게 애국의 공신력이다. 맞춤법도 형편없고 띄어쓰기도 많이 틀리면 공들여 애쓰게 만든 칼럼이 그저 신세타령으로 전락하게 된다. 용어 구사가 정확하고 글에 품격이 있으면 그 칼럼의 주장도 품격이 높아지고 신뢰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맞춤법과 띄워쓰기는 논객의 필수품이다.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