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강아지를 누구한테 맡기시겠습니까 -
마을 방송이 아침부터 요란하다. 오미크론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으니, 설날을 좀 조용히 보내란다. 자식 찾아 올라가지도 말고, 오라고도 하지 말고 그냥 보내란다. 무슨 이런 놈의 설이 다 있는가. 대통령 문재인도 중동 순방 후 자가격리 중이란다.
아무리 그래도 손주녀석 세뱃돈은 챙겨야겠다 싶어 읍내에 나가기로 했다. 그 까만눈이 할아버지 세뱃돈 생각하며 세배하러 가는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가만 있을 수가 없다.
읍내로 나가 돈을 찾고나니, 버스 시간이 한 시간이나 남았다. 커피나 한 잔 할까 싶어 다방에 들어섰다. 시골다방이라 인테리어는 화려하지 않아도, 다방 가운데 따스한 온기를 전하는 난로가 있어 좋다.
손님들이 있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러니까 설 연휴를 보내려고 가야 하는데, 반려견 강아지 맡길 데가 없다. 만약 대선후보에게 맡겨야 한다면, 그중 누구한테 맡길 것이냐, 그 문제 아니여?"
"맞아, 자네는 누구한테 맡길 것이여?"
"글쎄, 누구한테 맡길까?"
잠시 대화가 끊긴다. 지금 손님들은 후보들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미지란,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난 뒤의 느낌을 말한다. 미술에서 흔히 사용되는 화풍이다. 나무를 보고 그리는 게 아니라 나무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을 그리는 화풍이다. 시문학에도 이미지즘이란 쟝르가 있다.
대선후보는 지금 눈앞에 없다. 손님들 뇌리(腦裏) 속에는 지금까지 듣고 보고 경험한 자료에서 종합된, 각 후보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서로 비교되고 있을 것이다.
"난 B한테 강아지를 맡기겠어."
"A는 아니고?"
"응, 이건 누구한테 맡기면 좋을까 하는 호(好)불호(不好) 문제가 아니고, 내 강아지를 누구한테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느냐는 믿음의 문제라고 보네. A는 본인뿐만 아니라 정권과 더불어 워낙 거짓말을 많이 한 정당 소속이고. 본인도 김부선과의 불륜에서 끝까지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고 있고. 특히 대장동 문제에서 자살한 사람들을 보면 왠지 잔인해 보이기도 하고."
"B는 믿을 수 있고?"
"최소한 거짓말이나 쌍욕 같은 건 안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마담이 대화 속을 끼여든다.
"A는 강아지 맡기면 잡아먹고, 입 싹 씻고 있을 것 같은데요?"
B한테 맡기겠다는 손님도 거든다.
"강아지 찾으러 가면, 잘 지내다가 어디로 가버렸다고 하겠지."
"언제 강아지 맡겼나고 하면서 오리발 내밀 거 같은데요."
"되레 누가 맡기라고 했냐면서 오히려 핏대 세우면서 따질 것 같지는 않은가?"
잠시 다방 안이 웃음소리로 자글자글 끓는다.
민심(民心)을 전하는 것은 유쾌한 작업이다. 특히 대선을 즈음하여 민심의 풍향을 알 수 있는 세간의 풍자는 뱃속을 씻는 듯한 유쾌함을 전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지금 설 휴가를 가야 한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누군가에 맡겨야 한다면, 윤석열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이재명에게 맡길 것인가."
2022.1.29.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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