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차가움도 따뜻함도 아닌
줏대없는 자들을 연상케하는 그런 바람이지만
낙엽돼 나부낀 향기없는 잎새만은 그래도 아름답다.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든 색노란 은행잎도
거리에 뒹구는 플라타너스의 커다란 잎새도
가는 가을이 아쉬움인양 엉키고 설켜서
때맞춰 내리는 가을비에 원망스런 몸짓으로 휘날린다.
갈바람에 흔들며 춤췄던 가날픈 코스모스는
이미 가버린지 오랜데
국화향 짙게 풍기던 향기마저
갈바람에 묻혀 점점 멀어져 간다.
새파란 풀냄새와 함께 했던 라일락향의 잎새도
어느덧 가을 빛으로 갈아 입은 이 가을에
온갖 색으로 변한 잎새들의 향연은
다가오는 세찬 겨울바람에 밀려 마지막을 고하려나 보다.
그래, 가거라 가을이여!
찬란한 갈잎의 아름다움이여,
그렇게 점점 차가워질 갈바람과 함께 사라지려므나...
그래도 지샌 날들이 그리워 다시 돌아 올적엔
정든 님들 소식 듬뿍안고 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토록 우리네 인생처럼 닮아가는 가을이 주는 향취에
내리는 비는 잠시 멈출 수 있지만
갈바람에 낙엽돼 지는 갈잎이 마지막 머무는 그곳이
새삼 정겨워지는 건
가을만이 주는 낭만의 아름다움일까.
고독이 가져다 주는 외로움의 고향같은 걸까.
아침이슬/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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