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사형당했다는 뉴스는 가짜인가
몇년 전 논객넷 회원 한 분이 고충을 토로해 왔다. 김대중의 부인 이희호에게 고소를 당했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들어본즉슨, 이희호가 미국의 힙합 가수 닥터드레드와 결혼한다는 뉴스를 보고 그걸 복사해서 자기 블로그에 게시했는데 고소장이 왔다는 하소연이었다. 그 뉴스의 출처는 일베였다. 그 뉴스를 검색했더니 그건 뉴스가 아니라 유머였다. 웃자고 올린 것을 그 회원분은 진실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며칠 전에 시스템클럽 게시판에는 올라온 펌글 중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사형당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황당한 뉴스였다. 맞는 뉴스였다면 한국 만이 아니라 세계 언론들이 난리가 날 뉴스였다. 그런데 세상은 조용했다. 이런 가짜뉴스를 올리지 말라고 댓글을 달았더니 오히려 타박을 하고 나선다. 댓글 단 사람 중에 두 사람 정도가 이 뉴스의 신봉자였다.
네이버에 검색을 했더니 힐러리가 사형을 당했다는 글을 게시한 블로거들이 꽤나 있었다. 이런 기사가 인기가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트럼프에 대한 애정에 있는 것 같았다. 대한민국 보수우파는 북한 김정은을 때려 줄 대리인으로 트럼프를 선정하여 그럴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했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 심리적 인지부조화가 저런 황당한 내용을 사실로 믿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았다.
가짜뉴스의 출처를 쫓아갔더니 이 뉴스의 근원지는 'REAL RAW NEWS'라는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에는 힐러리 클린턴이 사형을 당했다는 뉴스 말고도 빌 게이츠가 군사재판을 받는 것이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강간과 마약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등의 기사도 있었다. 세상이 뒤집어질만한 뉴스들이 여기서는 하나 둘도 아니고 떼거지로 게시되어 있었다.
이 사이트에 'ABOUT US' 메뉴에 이 사이트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구글에 넣고 번역을 해보았다. 그러자 이런 해석들이 나왔다.
"리얼 로우 뉴스는 전 주류 저널리스트이자 전 영어 교사였던 마이클 박스터가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얼 원시 뉴스의 모든 콘텐츠는 마이클 박스터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이 웹 사이트에는 유머, 패러디 및 풍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법률 고문에 대한 조언에 우리의 보호를위한이 면책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REAL RAW NEWS' 사이트는 언론사 사이트가 아니라 개인이 만들고 운영하는 개인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에는 여기에서 제공하는 것은 뉴스가 아니라 유머, 패러디, 풍자라고 밝히고 있었다. 일종의 미국판 일베 비슷한 사이트라고 보면 될 것 같았다. 일베 사이트에는 자살한 노무현이 살아나 기타를 치고, 여러가지 형상으로 합성된 노무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AL RAW NEWS'를 진실로 믿는 것은 지금 기타 치는 노무현을 환생한 진짜 노무현으로 믿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사형당했다는 가짜뉴스가 나온 것은 2021년 4월이었다. 그러나 사형당했다는 힐러리는 지금도 뉴욕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5개월 전의 가짜뉴스를 지금 검증도 없이 펌질하는 우둔함이나, 가짜뉴스로 밝혀진 지금도 저런 글을 게시해 두고 있다는 것은 자기 정보가 저질이라는 자백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이 펌질하거나 블로그에 걸어두는 것은 그렇다치고, 이 가짜뉴스를 진짜 뉴스로 생산해 걸어두는 언론사도 있었다.
충격적이게도 '서울시정일보'라는 언론사(언론사인지 아닌지?)에서 "힐러리 클린턴, GITMO에서 교수형"이라는 기사 제목으로 'REAL RAW NEWS'의 가짜뉴스를 받아 국제면에 게재하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보았다. 마침 이 기사를 쓴 기자가 받았다. 한마디로 이 기자의 말씀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받아쓴 팩트가 맞다, 전 세계가 속고 있다, 지금 힐러리가 언론에 나온 것은 가짜가 가면을 쓰고 나온 것이다, 등등 기사만큼이나 황당한 주장을 했다.
민주당에서는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기사를 만드는 언론사들은 민주당의 언론법 제정을 보좌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민주당의 따까리들은 아닌가. 이런 쓰레기가 기사라는 외투를 걸치고 나타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곳은 민주당이다. 자기들이 만드는 무소불위 가짜뉴스 처벌법이 당연하다는 당위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는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들도 많지만 쓰레기들도 넘쳐난다. 단골 정치 유튜브만 편식하며 시청하고 그 유튜브 방송이 행여나 쓰레기라면 당신은 미신에 빠져 쓰레기통에서 헤매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이성과 상식은 도망가버리고 맹신과 광신이라는 우물에서 반역적 행위까지 애국으로 믿게 된다. 유튜브도 좋지만 독서를 하자. 독서는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독서량이 많을 수록 이런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비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