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chicken & beer)
마치 원시사회를 사는 것 같았다. 그 무질서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짜증이 났었다. 우리의 60년대 아니면 그 이전의 시대(살아 보지 않은 젊은 세대는 모르겠지만...)를 상상하면 딱 맞을 것이다.
가장 불편 했던 것이 교통이다. 택시라곤 폐차직전의 차량들이다. 그 지저분함이란....표현할 방법이 없이 불쾌하다. 모든 택시가 히터와 에어컨의 개념이 없었다. 한 겨울에도 히터를 틀지 않는 차량이 많았고 특히 칠팔월 염천에 에어컨 없이 모든 창문을 열고 운행한다. 문제는 거의 비포장도로였는데 앞에 다른 차량이 한두 대 먼저 지나가면 그 먼지를 몽땅 뒤집어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설령 포장이 되어 있더라도 차선의 개념도 없이 중앙선을 넘나들며 곡예운전을 하고 어떤 차량은 좌우 사이드 미러도 없이 운행을 한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차량이 현대 엑셀 또는 대우 르망으로, 한국산이라 하여 기본요금이 2元비쌌다. 그 또한 우리 수준으로 보면 폐차하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왜냐하면 정식 수입을 해 온 것이 아니라 중국진출업체 직원들이 한국에서 가져온(당시 업체마다 종업원 수에 따라 우리 차량을 지입 해 올 수 있는 혜택이 있었다. 용돈 궁한 우리 파견 직원들이 현지에 내다 판 것들이다. 어떤 친구들은 아예 그것으로 업을 삼는 사람도 있었다. 그 폐해가 너무 심해 몇 년 뒤 폐지했다.)것들이니 중고 이상으로 헌차였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어떤 차량이든(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도...)운전석 옆엔 시커멓게 물때가 낀 물병 내지 보온병이 100% 매달려있다. 차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습관 때문이다. 한겨울은 물론이고 뙤약볕이 내려 쪼이는 염천지절에도 뜨겁거나 더운 차를 운행 중간 중간 마셔대는 것이다.
얘긴 즉 찬물(냉수)라는 단어가 없었다. 당시 중국엔 공공기관, 거래처, 일반 가정을 방문해도 온수기가 비치되어 뜨거운 차부터 끓여 낸다.(오늘날도 거의 변하지 않은 습관이다.)심지어 조선족을 고용한 회사를 방문하면 제일 먼저 꺼내는 얘기가‘찻물(차: 조선족은 차를 꼭 찻물이라고 표현한다.)드시겠습니까?’를 찬물(냉수)로 알아듣고 반가운 마음에‘ok'싸인을 보내면 반드시 뜨거운 차가 나오는 것이다.
물 뿐이 아니다. 기차를 타고 장거리 출장을 가며 식당 칸에서 맥주를 시키면 따뜻한 맥주가 나온다. 즉 냉동의 개념이 없다. 여름철 재래시장이나 마켓에 여러 종류의 육류나 생선에 파리가 까맣게 앉아 빨아도 냉동고기는 없다. 그저 건성으로 파리채 하나 들고 흔드는 것이다. 이를테면 냉동이라는 개념이 그만큼 없었다는 얘기다. 한 가지 좋은 점은 냉동(냉장)의 개념이 없었던 터라 중국음식(요리)은 날 것 없이 불이나 뜨거운 물에 한 번 거쳐 먹는 것이다. ‘치맥(chicken & beer)'얘기 한다드니 엉뚱한 썰이 너무 장황했다.
어쩌다 한가한 저녁 동네 근처의 선술집에서 칭따오 맥주(칭따오에 상주 했으니...)라도 한잔 하려면 뜨떱 미지근한 맥주뿐이고 아예 병맥주든 깡통 맥주든 가게에서 사다가 집에 가져와 냉장을 시킨 뒤 마시곤 했는데 재미난 사실은 현지인들끼리는 생맥주를 비닐봉지에 사고파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물론 나 역시 몇 차례의 경험을 했다.)
그런데 생맥주하면 당연히 양념이든 튀김이든 치킨이 제격 아닌가. 역시 시장이든 마트에 가보면(중국인들도 치킨을 엄청 좋아 한다)튀긴 치킨을 팔긴 하지만 어째서 그토록 비루먹고 바짝 마른 닭들만 튀겨 놓았는지 뼈에 닭살을 약간 도배한 듯한 치킨밖에 없었다. 입맛이 날 리가 없다.
그 때 생각을 했다. 우리 식의 생맥주와 치킨을 가져와 장사를 한다면 언젠가는 대박 날 것이라는 생각. 지금까지의 얘기와 생각은 20여 년 전의 중국 현황이었다.
얼마 전 중국 유커들 몇 천 명을 불러 모아 어디선가‘치맥 파티’를 열었다는 보도를 보았고, 그 후 우리의‘치맥’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이제 시작인 모양이다.
만시지탄 아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말 돈을 벌고 싶은 젊은이들이 있다면 토론장이나 게시판에서 대갈빡 깨지게 싸우지 말고 한 번 쯤 도전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젊은 패기로 도전해 보라고 권유 하고 싶다.
덧붙임,
이상은 사드설치 문제로 중국이 한한령을 내리기 전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