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님 떠난 그 자리에 ㅡ
오늘도 그때처럼 바람이 분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남몰래 찾아 가는 그곳엔 앙상한 가지에 스쳐 지나는 겨울바람도 아량곳 없이 엄마 품속같았던 따뜻함에 모든걸 잊어 버릴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봄눈 녹듯한 포근함도, 추억어린 그 벤치도 안개처럼 사라지려는 아쉬움으로 얼룩진 채 말 못할 사연을 안고 그님은 가셨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흘러 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때 그 자리에 바보처럼 홀로 서서 옛 기억을 더듬는다. 그래, 그님도 가고 나도 갔는데... 이제와서 뭘 탓하랴! 어차피 홀로여야할 주워진 운명에 다시는 찾지 않으려고 돌아섰지만 여전히 머무려는 그곳이었다네. 님이여, 이렇게 바람불고 눈내리는 날엔 이제 영영 떠나소서! 다시는, 정말 다시는 찾지 않으리라.
아침이슬/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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