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마다 전유진의 ‘손님 온다’를 틀어라
향알행운(向遏行雲)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노랫소리가 지나가는 구름을 멈추게 한다는 뜻이다. 지나가는 구름도 가는 길을 멈추게 한다는 것은, 노래가 주는 감동과 쾌락의 의미를 극대회시킨 말이다. 하물며 구름이 그러할진대 사람이 노랫소리에 멈추지 않겠는가.
내가 지금 그 모양이다. 오늘은 새벽 빗소리에 잠을 깼다. 시골집 처마 밑에 떨어지는 아련한 빗소리. 거기엔 봄을 알리는 축축한 물향기가 있었고, 곧 버들강아지가 오르고 매화가 피겠다 싶다.
이젠 습관이 된 노래, 전유진 양의 ‘약속’을 듣는다. 이상하게도 유진의 노래는 들을수록 좋다. 다른 이의 노래는 몇 번 들으면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심지어 청각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유진의 노래는 들을수록 새로운 의미가 일어나고 은은한 다향(茶香)마저 느껴진다.
나는 유진의 노래를 조미료를 치지 않은, 맑고 깔끔한 매운탕 같은 노래로 비유한 적이 있다. 듣고 나면 자꾸 돌아보아지는 맛. 혀끝에 남아있는 맛의 상큼한 여운(餘韻). 유진의 노래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자꾸만 보고 싶어지는 첫사랑과 같은 것은 아닐까.
그런 느낌은 처음엔 잘 느껴지지 않는다. 조미료 친 노래에 익숙한 사람들은 맑고 깔끔한 노래의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곧 잊는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안에 남아있는 텁텁하면서 느끼한 맛을 마음에 담을 식도락가는 없다.
맑고 깔끔한 매운탕의 진가를 아는 사람들은 맛에 품격이 있음을 안다. 맛에 향기가 있고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질리지 않는 그 깔끔한 맛은 고급스러움마저 안고 있다. 맛에 귀티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전유진의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밤에는 전유진의 ‘서울 가 살자’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상큼하고 청아한 유진의 노래에서, 나는 노래의 여운을 음미(吟味)하며 온몸을 감싸주는 안식을 취한다.
나는 미스트롯2의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유진이 부른 두 편의 노래를 얻은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약속’으로 하루를 열고, ‘서울 가 살자’로 하루를 닫는다. 믿지 못하겠으면, 누구든 나처럼 해 보라.
그리하여 나는 21세기 대한민국 트로트를 상징하는 인물로 유진을 선택했다. 봄처럼 귀여운 소녀의 몸짓과 청아한 목소리. 호소력 깊은 감성과 귀티 흐르는 얼굴. 세계를 향해 우리 트로트의 우수성을 알려야 할 시기에, 유진은 대한민국 트로트의 상징으로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고 믿는다.
곧 만물이 생명의 꿈틀거림으로 가득 찰 때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4월까지는 우리의 생명에 가혹한 통제가 가해질 것이다. 가게는 생기를 잃고 문을 닫고 있을 것이고, 사람들은 집안에 숨어있을 것이다. 생업을 중단한 자영업자들은 흐느끼고 있을 것이다.
자, 이때 전유진의 노래를 틀어보자. 전유진이 민지와 파스텔걸스와 함께 부른 ‘손님 온다’를 틀어보자. 온 고을 온 시장터에, 대한민국 도시마다에 가득하게 울려 퍼지게 하자. 엎드린 상인들의 손을 잡고 일어서게 하자. 가게마다 손님들로 가득 채우게 하자.
노래를 아는 구름들이 몰려오고, 구름들은 유진의 노래에서 발길을 멈추고 우리의 트로트를 찬양할 것이다. 지금 나의 창문 밖에는, 봄하늘을 흘러가던 구름들이 유진의 노랫소리에 멈추어 있다. 봄 그리고 유진, 이 아니 좋은가.
2021. 2. 1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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