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2, 평가의 수준을 높여라
소나무를 본다. 소나무는 바늘과 같은 잎사귀를 지닌 침엽수다. 그러나 처음부터 소나무가 날카로운 잎사귀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초엔 소나무도 넓은 잎을 지닌 활엽수였다. 어느 날 지구가 빙하기에 들어서고 추위가 극심해지자, 넓은 잎으로는 생존할 수 없게 된 소나무는 스스로를 변화시킨 것이었다. 이것이 날카로운 잎사귀를 지니게 된 소나무의 지혜다.
그렇듯이 자신에 대한 평가에 소홀하거나 멈추어버린 모든 동식물은 진화의 영광을 누릴 수 없다. 지금 나는 먹고 번식하고 남보다 더 훌륭하게 생존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자기 평가. 이러한 자기 반성과 평가가 없다면, 발전과 번영은 있을 수 없다. 오직 도태될 뿐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 역시 평가자에 의해 발전과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가 자기반성과 평가를 게을리한다면, 그 국가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수 많은 철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은 자기가 살고있는 국가와 사회에 대한 진단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가혹한 평가를 내린다. 사람들은 평가자의 진단과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삶의 방향을 수정하고 발전시킨다.
노래도 마찬가지다. 노래 또한 평가의 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평가의 수준이 낮으면, 선택받은 노래 역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노래는 평가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
미스트롯2가 무려 30%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1500만이나 되는 국민들이 지켜보았다는 뜻이다. 행복한 마음으로 각자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스터의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평가도 게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실망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평가자로 인정할 수 없는 수준 낮은 마스터들이 히죽거리는 장면. 마치 예능의 한 장면과 같은 모습이었다.
트로트는 예능으로만 다루어질 천박한 대상이 아니다. 트로트는 일제강점기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아 1930년대 쯤 형성된 대중가요이다. 이것에 5음계 음역을 지닌 한국 민요가 더해지면서 곧 우리의 노래로 발전한다. 소위 꺾는다는 떨림의 창법이 가미되어 대한민국 특유의 정서를 담아 완성된 음악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여기에 서양의 폭스트롯이 합세 되아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현대 트로트가 된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오직 대한민국만의 음악으로 알고 있다.
트로트의 일부에 속하나, 그냥 일본 엔카의 영향에서 멈춘 수준 낮은 초기 형태의 음악이 있다. 이를 우리는 속된 말로 ‘뽕짝’이라고 한다. 흔히 부두 막걸리집에서 2음계 젓가락 장단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뽕짝이다. 트로트와는 질적 수준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미스트롯2의 평가자들에게서 이 뽕짝 수준을 즐기는 평가자들이 있음을 보았다. 그러니 시청자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들이 예능을 즐기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트로트가 뽕짝으로 가라앉는 처참한 모습을 보았을 뿐이다.
뛰어난 숙수(熟手), 요리사는 음식의 맛을 인공조미료에 의존하지 않는다. 요리가 뽕짝처럼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능숙한 세프는 주재료와 부재료를 함부로 섞지 않는다, 부재료에 의해 주재료가 다치지 않게 순서를 바꾸지 않는다. 명태매운탕을 끓일 때, 강한 향신료를 넣어 명태의 맛을 잃게 하지 않는다.
조미료를 친, 아니 라면 스프를 넣은 명태매운탕을 떠먹은 시청자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배신감을 느낀 표정으로 바라볼 것이다. 마스터 조영수가 전유진의 노래에서 ‘깔끔한 맛’이라고 한 그 의미를 알아야 한다. 맑고 깔끔한 명태의 맛이 살아있는 매운탕과 조미료로 맛을 낸 매운탕과의 차이를 시청자들이 모르고 있을 것 같은가. 그것도 무려 1500만명이다. 그러나 미스트롯2의 대부분의 마스터들은 조미료 친 뽕짝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수준이라면 미스트롯이 지향하는 목표는 닿을 수 없는 망상(妄想)일 뿐이다. 우리의 트로트는 절대로 세계를 향해 뻗어 나아갈 수 없다. 지금 미스트롯의 수준은 조미료 친 3류음식일 뿐이다.
이제 미스트롯은 좁은 대한민국을 벗어나 우리의 독특한 장르로 발전한 트로트를 세계에 알릴 때라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명심할 점은, 노래는 평가의 질을 절대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저것 뒤섞은 재료에다 조미료 듬뿍 친 3류 매운탕. 막걸리 주막집에서 젓가락 장단으로 추락한 일제의 뽕짝을 들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아주 대단한 오산(誤算)이다.
비주얼도 감안해야 한다. 성형으로 꾸며진 부자연스러운 얼굴들이 많이 있다. 그 얼굴을 들고 세계로 나아간다? 가공된 얼굴을 한국 특유의 트로트의 얼굴과 상징으로 연결시킨다면, 망신(亡身)을 넘어서, 그것도 막걸리집 뽕짝 수준이라 할 것이다.
내가 김다현의 ‘진’ 소식을 듣고 평가자의 머리에 꿀밤을 한 대씩 안겨주고 싶었던 것은, 12살 어린아이에게 50살 인생의 무게를 담게 하였다는 것이었다. 이제 동요를 알고, 가곡을 배우고, 어린 동심 속에 맑고 고운 정서를 키워야 할 시기. 다현은 소녀도 아닌 어린아이이다. 잔인하다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청학동 훈장 김봉곤도 마찬가지다. 다현의 손을 잡고 이쯤 했으면 됐다고 말하면서 집으로 데려가야 했을 것이다. 자기 딸이 자랑스러울 수 있으나, 그러나 아직은 12살. 꽃봉오리도 열지 않은 어린아이다. 그런데도 히죽거리며 나타나서 잘하라고 꿀을 먹인다?
김봉곤 역시 젓가락이나 두들기며 살아야 할 저질에 불과하다.
칼릴 지부란은
“ 노래의 비밀은 노래하는 목소리가 지닌 진동과 듣는 사람의 마음 떨림 사이에서 발견된다.”고 하였다.
난 지금 미스트롯2에서 저질과 저질의 만남을 보면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절대로 세계로 도약할 수 없는 질적 수준을 믿고, 의지하고 사랑할 수 없는 일이다.
음악은 침묵의 강을 채워주는 와인과 같은 존재다. 노래는 나의 마음 떨림이 마주하는 사랑과 같은 것이다. 거기엔 하얀 드레스를 입은 나의 여인과 머리 위에 빛나는 화관, 부드러운 봄햇살에 꿈과 사랑이 녹아나야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트로트다!
2021,1. 30 전라도에서 시인 정재학
소음이 심해서 환풍기를 장식품으로 쓰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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