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生物)이다 ’라고 근래 부쩍 원용(援用)을 많이 한다. 사전적(辭典的) 의미의 생물이라 함은 생명을 갖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이라 하여 증식, 성장, 물질대사 등을 통 틀어 이르는 말이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고 끊임없이 진화(進化)하는 과정을 빗대어 정치도 생명이 있다고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광의의 의미에서 문화의 모든 게 생명이 있다고 해야 옳을 것이지만, 우리는 정치 외의 문화를 일컬어 생명(生命)이 있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럼 왜, 정치는 생물이라고 표현했을까? 아마도 이념과 정체성이 다른 정치집단끼리 끊임없이 정쟁(政爭)을 통해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 상대와 싸워 이겨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짐승 같은 속성이 없으면 안 되는 게 정치라는 이야기다. 우리의 정치 역사는 크게 보면 3金 시대서부터 출발을 하여 계보정치가 탄생했고 그 틀 속에서 성장해 온 게 사실이다. 생물체 같은 역동적인 생명력이 없었으면 3 金의 정치는 처음부터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해 대선을 기점으로 정치권은 지각변동과 생명체의 소용돌이가 있었다. 이른바 구 민주당계의 몰락 조짐과 친노 세력의 재등장을 들 수 있다. 여기에 안철수란 者까지 가세하여 그 구도가 심혈관 들여다보듯 아주 복잡해 졌다. 그는 제일성으로 새 정치를 부르짖으며 제도권에 입성을 했지만 대선 3개월간 지켜본 국민은 실망을 하다못해 분노를 느꼈다. 단일화 과정이 그렇고 눈만 뜨면 외쳐대던 ‘국민’은, 대선 결과의 뚜껑을 열기 전에 줄행랑 놓을 때 확인 됐다. 출국 금지 조치할 가치도 없는 者다.
안철수 자신은 아직도 지난 대선 때의 광풍(狂風)이 식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듯 서울 노원 병 지역구에 너들 거리는 낙하산을 타고 내렸지만, 지역구 선택에 대한 비판과 도덕적으로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에도 낮 짝 두껍게 버티는 건 국회 배지부터 달고 보자는 동물적 감각의 발로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초기의 지지율은 상쇄되어 어찌 될지 모르는 판세가 되자 다시 승부수를 띄울 때가 온 거 같다.
가장 큰 변수는 민주당의 이 지역 위원장인 이동섭의 거취 문제다. 민주당을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고정지지표 3만 표를 잃게 되며 무슨 수로든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의 정확한 형세 판단이다. 그러니 지역구 선정부터 몰매를 맞고 낙선까지 한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게 뻔하다. 이미 출사표를 던진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의 후보들이 있긴 하나 그들까지 모두 사로잡는 동물적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표면적으로 단일화(單一化) 논의 없이 새 정치 길로 나서겠다, 했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예상 컨데, 안철수 후보는 야권의 모든 후보들을 막판에 가서 흡수할 것으로 본다. 물론 단일화 창구를 만들고 여론화하여 꿰맞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아랫것들이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물밑 작업을 할 것이며, 결국 노원 병 선거는 새누리당 후보와 안철수 양자 대결로 될 것으로 본다. 그게 안철수 식 새 정치인 것이다. 정치란 태생적으로 새것이 없다. 크고 작은 역대 정치인 치고 새 정치하겠다, 고 안한 사람이 어디 있는 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 안철수의 새 정치가 허구였음을 바로 직시(直視)하게 될 것이다.
초원지대의 생태계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법칙에서 힘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듯 포효동물의 강자가 절대 군림을 한다. 그 포식자에게 새 질서를 강조한들 기본 생태계가 바뀌지는 않듯이, 마치 안철수가 새 정치를 들고 나오면 새 정치가 실현 되고, 정치권도 강자만 살아남는가? 정글의 법칙도 마찬가지, 맹수들은 배고 고프지 않으면 약한 짐승을 함부로 잡아먹지 않는다. 먹이사슬에 불균형이 발생하고 생태계의 생존질서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정치 질서 또한, 적자존(適者存)의 원리임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서울대 교수 신분에서 무슨 바람이 불어 후학(後學) 양성을 패대기치고 길거리에 나서 구걸까지 하게 됐는지, 아직도 나는 안철수가 왜 정치인이 되어야 하는지 그 당위성을 모른다.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세력들의 짐승 같은 생명력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봐도 안철수의 잠재력은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은 지금도 안철수가 정치 생물이 안 되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안철수는 스스로 정치인이라고 밝혔듯이 만류할 방법은 없다. 다만 이번 노원 병의 선거가 동물적인 약육강식의 선거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