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은의 자기를 과시하는 듯한 행보에서 두 가지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다. 하나는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이고 다른 하나는 새내기의 교만이다. 두렵다는 것은 준비가 안되었다는 말이다. 그의 아마추어 스타일에는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본능적인 오버액션 흔적이 역력하다. 광폭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대단히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하지만 어떤 두려움과 공포심에서 일어나는 반사작용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다른 하나는 교만이다. 교만이 열등감의 외적표시라면 열등감은 교만의 내적표시이다. 김정은 역시 금도를 넘는 것을 보니 열등감에 사로잡힌 듯 하다.
역사상 동서고금 폭군들의 광란 중심에는 열등감이 있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성격도 냉혹하고 잔인하며 충동적이었다. 또한 아집이 강하고 화려한 것을 좋아했다. 겉으로는 대범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심리와 어떤 컴플랙스에 빠진 경우가 많다. 정신분석 심리학자에 의하면 폭군들의 이러한 성향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개 환경적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스탈린은 구두 수선공의 아들로 태어나 찌든 가난 때문에, 히틀러는 일찍 부모를 잃어 불우한 젊은 날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진시황은 자기 출신 성분 때문에, 연산군은 폐비 후 사약받고 죽임을 당한 어머니에 대한 잠재적인 컴플렉스가 있었다.
김정일 역시 그 호전성에서 냉혹하고 잔인하며 충동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추종자들이 예술을 사랑하며 국제 감각이 있는 인물로 평가하고, 심지어 DJ는 “김정일은 지도자로서 판단력과 식견을 상당히 갖추고 있다”고 했지만 사치를 좋아하고 죄책감이 없는 냉혹한 인물임은 그가 생전에 보여준 그대로다. 계모와의 심한 갈등설이 있었던 성장과정 때문이였을까? 그는 김일성 정실 김정숙의 아들이라는 정통성을 과시하기 위해 김정숙을 우상화했다. 이 또한 전형적인 컴플렉스의 한 흔적일 뿐이다. 3대 세습으로 이어진 김정은의 최근 행보를 보면 김정일의 이런 통치 스타일을 바톤 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폭군들은 대개 편집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편집증은 모든 가치나 행동을 하나의 구심점으로 집약시킨다. 실제로 스탈린, 히틀러, 김일성은 하나같이 외곬기질의 편집광이었다. 그들은 초상화를 걸게 했고 동상을 세우며 우상화・신격화에 몰두했다. 그들의 태생적 컴플렉스는 부추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금삼의 피’에 나타난 연산군의 광폭정치 배경에도 태생적 한계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 새내기 김정은의 불안심리도 경제파탄, 민심이반, 정치체제의 불안정에 자신의 어머니 컴플렉스까지 더해 배가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내부는 공포정치로 단속하고, 대외적으로는 호전성으로 벗어나려 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통치의 한계성을 드러낸 것일까? 신변의 이상 조짐일까? 새내기 김정은의 어설픈 객기와 광란이 도를 넘고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 키 리졸브 훈련이 시작되면 군사적 긴장을 조성했지만 올해는 유별나게 설치고 있다. 위협적인 성명과 대응 군사훈련, 잇단 군부대 시찰과 고강도 협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도발 패턴은 과거와 유사하나 형식, 내용, 크기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두드러지는 것이 김정은의 군 관련 행보다. 정전협정 백지화와 핵 불바다를 위협한 뒤로 그는 3월에 들어서만 이틀에 한 번꼴(13회)로 군부대를 시찰하거나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호전적 폭언을 쏟아냈다. 뭔가에 쫓기는 듯 좌불안석하고 있는 심리적 불안 상태로 봐서는 김정은 신변과 주변의 이상 조짐 때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도 있다. 최근 김정은의 잇단 광폭행보를 자멸의 좌충수가 되게 해야 한다. 국민은 과거 민주화 바람을 타고 폭력행사 후의 보상이 모방폭력을 더 부추겼다는 사실을 분명히 지켜봤다. 도발해도 지원해 주고 보상까지 해주는 현재 같은 시스템으로 관계개선은 백년하청이며 버릇만 나빠질 뿐이다. 차제에 폭력을 휘두른 것 때문에 공격자가 비참한 말로를 겪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김정은의 핵 겁박은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작은 틀에서 대미 협상용이나 정부에 대한 식량 구걸용이든 그것도 아니면 자신의 컴플렉스 때문일지라도 정부는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단단히 고쳐야 한다. 수레가 안가면 수레를 때려야 옳겠는가? 소를 때려야 옳겠는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