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조선일보에 좀 우스운 기사가 있다. 개를 방치한 주인과 그 개를 죽인 사람 중에 누구 잘못이 더 큰가를 놓고 인터넷에서 공방이 불붙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무슨 일에건 공방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볼 땐 저 일보다는 기자의 표현이 그 대상이 되는 게 훨씬 더 재미있지 싶다.
“40대 남성이 자신의 집에 침입해 진도개를 공격하는 이웃집 맹견 롯트와일러를 전기톱으로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조선일보 기사가 있는데 따옴표 안의 글이 그 서문이다. 기자는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썼다. 개 한 마리가 죽은 것도 ‘사건’일까? 개를 죽인 행위는 형법상 재물손괴죄이다. 남의 재물을 손괴하였으니 사건이라면 사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갓 재물이 ‘사건’이 된 것은 굳이 틀린 표현은 아닐지라도 논란거리가 되기에는 충분하다하겠다. 우리 생각으론 ‘사건이 발생했다’는 표현보다 ‘일이 벌어졌다’ 거나 ‘일이 생겼다‘ 라 하면 더 좋을 듯하다.
신문에 의하면, “:동물보호단체가 이 남성을 고발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하는데 “경기 안성경찰서와 CCTV 화면에 따르면, 지난 28일 오전 7시30분쯤 안성시 양성면 한 마을에서 검은색 롯트와일러가 몸통에 깊은 상처를 입고 죽었다. 이 롯트와일러는 주민 A(48)씨가 기르던 개로, 집 마당에서 신문배달원을 따라가 사라진 뒤 피를 흘리며 돌아와 쓰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도 우스운 표현이 있다. ‘CCTV 화면에 따르면’ 이라는 표현이 어딘가 어색해 보인다. ‘CCTV 화면에 따른다’? 기자가 글자 수를 줄이려고 저렇게 표현 했지 싶은데 ’CCTV 화면을 보면‘ 혹은 ’CCTV 화면을 분석하면‘ 이라고 했으면 좀 더 매끄럽지 않을까?
이어서 신문은 ‘이 3년생 롯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틈을 타 이웃집에 갔다가 주민 B(49)씨에게 살해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B씨는 "롯트와일러가 우리집 진도개 두 마리의 얼굴을 마구 물어뜯길래 이를 막기 위해 전기톱을 좌우로 흔들었는데 톱날을 맞고 쓰러졌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집 진도개 얼굴에 실제로 상처가 있었다"며 "롯트와일러가 봉변을 당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얄궂다할 표현이 보인다. 기자는 "롯트와일러가 봉변을 당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썼다. 개한테도 사람에게처럼‘봉변을 당했다’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사람과 개를 동격에 놓아서는 안 된다. 그리고 따지자면 봉변을 당한 것은 개가 아니라 재물을 잃은 개 주인이니 개가 봉변을 당했다는 말은 어폐가 있어 보인다. 사람에게는 ‘입’이지만 새나 짐승은, 듣기에는 거칠지만 ‘주둥이'이다 따라서 개가 봉변을 당했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는 듯한데 국어학자의 말씀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문학가는 문학비평가를 내시라 한다. 자기는 못하면서 남을 비평하니 그러는 거다. 내시도 못되는 내가 남의 글을 희롱하니 기자가 볼 땐 얼마나 같잖을까